[미국 진출 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6] Flip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왜 Delaware Flip에 관심을 두나

한국의 스타트업 또는 투자자들과 상담이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로 한국 회사를 미국 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에 대한 문의를 받습니다. Flip이라고도 부르는 과정인데, 얼마나 어려운지,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등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 이러한 Flip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국 회사로 운영될 경우 한국회사보다 장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겠죠.

이와 관련해서는 실제 미국회사가 한국회사보다 좋은 점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을 텐데, 무엇보다도 개별 회사의 사업환경에 따라 다른 기준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므로, 투자자모집에서나 시장개척 등에서 무조건 좋다 나쁘다고 대답할 수는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미국회사로서 누릴 수 있는 법률, 세무 면에서의 장점은 매우 많고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 참고). 아무튼, 미국 회사로 전환되면 더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의 적절성 여부는 별도로 따지더라도, 그와 같은 기대가 있고, 그에 따라 많은 한국 회사들이 Flip에 관심을 둡니다.

한편, 이러한 Flip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비해 의외로 이에 관해 전문적인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나마 알려진 정보도 잘못된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관련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더라,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세금도 많이 나온다는 등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인해 실제 Flip을 진행하는 회사의 비율은 이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입니다.

Flip의 방식

일반적으로 Flip은 다음 두 가지 중 한가지 방식을 따릅니다. 첫 번째는 한국 회사를 청산하고 기존 한국 회사의 주주들이 한국 회사의 자산을 직접 미국회사에 출자함으로써 미국 회사만 남기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한국 회사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기존 주주들이 가진 한국 회사의 주식을 미국회사에 출자함으로써 미국회사가 모회사, 한국 회사가 자회사가 되는 방식입니다.

둘 다 기존 주주들이 한국 회사를 직접 소유하는 게 아니라 미국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점, 향후 VC 등 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금모집에서도 투자 받는 주체가 미국회사가 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한편 실무적으로 청산 과정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더 단순하고, 기존 회사가 꾸려온 사업상 여러 계약들도 한국 법인이 자회사로서 유지되므로 계약 주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실제 Flip에서는 보통 두 번째 방식이 더 선호되고, 이런 이유로 아래 논의되는 내용도 두 번째 방식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Flip의 순서 및 고려사항 – (1) 한국 회사의 정리

첫 번째로 고려할 사항은 한국 회사의 정리입니다. 한국 회사를 미국 회사로 바꾸는 과정이므로 당연히 회사의 주주, 이사회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법률적인 절차와 공식 문서의 작성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외부 법무법인에서 서류작업을 진행해줄 것입니다. 창업자들로만 주주가 구성된 상황에 비해 다른 이해당사자들, 예를 들어 시리즈펀딩을 통해 들어온 VC가 있다면 이들로부터 동의를 구하는데 신경을 더 써야 할 수 있고, 이는 Flip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안이라 하기 보다는 회사 운영의 방향을 결정하는 다른 주요 비즈니스안건들에 대한 결정과 마찬가지로 상법상 이사회,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한편, 한국 회사의 정리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이슈로 (a)외환거래신고(b)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IP) 등 무형자산의 소유권 이전, (c)한국 법인의 가치평가작업이 검토대상이 될 수 있는데, 우선 (a) 외환거래신고의 경우 Flip 과정에서 대규모의 현금이 해외로 송금되는 게 아니므로, 일반 해외투자를 위한 송금 수준을 넘지 않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의 서류 작업이 필요할 겁니다.

(b)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소유권 이전은 한국 법인이 보유한 무형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미국법인으로 옮겨야 하는지의 문제인데, Flip 이후의 전체 회사의 구조상 미국회사가 한국 회사의 100% 소유주인 상황에서 미국회사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무형자산의 소유권이전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밖에 (c)한국 법인의 가치평가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래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한국 내 과세와 관련하여 필요한 과정입니다. 단,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이러한 Flip 단계에서 진행하는 가치평가작업은 기업인수합병 등에서 활용하는 복잡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작업에 비해 훨씬 단순한 방식(한국의 상속증여세법상 순자산가액법)으로 간단히 진행되고, 많은 경우 이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 등 유형자산가액에서 부채를 차감한 금액으로 그 가치평가과정이 완료됩니다.

(한편 이 글에 나오는 “한국 회사의 정리”에 대한 내용은 제가 공식적으로 한국법을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저와 저희 법인이 한국의법무법인, 회계법인들과 업무를 같이 진행하면서 알게 된 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정리임을 이해바랍니다)

Flip의 순서 및 고려사항 – (2) 미국회사의 설립 및 주주계약서 작성

한국 회사의 정리와 함께 준비해야 할 내용은 미국법인의 설립 및 주주계약서의 작성입니다. 미국법인은 대부분 델라웨어법인을 설립하고, 이는 Flip이라 해서 더 복잡하거나 다르지 않고 일반 신설법인과정과 같습니다.

이에 추가로 미국 법인에 대한 주주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는 기존 한국 법인의 주주로서 각 주주가 가진 권한, 의무 등을 미국법인의 주주계약서로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Flip에 대한 오해 – (1) 세금이 많이 나온다?

그럼 이와 같은 Flip에 대한 오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세금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우선, 미국에서 Flip 거래로 인한 세금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원래 주식을 포함한 현물출자는 과세되는 게 기본 규정이지만 미세법 351조의 내용에 따라 비과세거래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은 생략합니다)

한국 세금,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진행하는 Flip에서는 아마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겁니다. 이유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설립 및 운영이 오래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대한 가치평가는 상증세법상 순자산가액방식으로 산정됩니다. 실제 회사가 보유한 현금 등 유형자산이 얼마냐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결정되므로,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경우 (예를 들어 투자 및 연구개발활동에만 초기 몇 년을 보내고 아직 큰 이익을 내지는 못하는 상황), 주주들이 투자한 금액 대비 회사에 남아있는 순자산가액은 더 낮거나 높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이고, 따라서 이로부터 나오는 과세금액 역시 없거나 미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회사들 중에는 VC들로부터 창업당시에 비해 높은 회사가치를 인정받고 추가 투자를 받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2백만불을 VC들로부터 투자받고 지분 20%를 줬다면, 창업주는, 우리회사는 천만불짜리 회사로 인정받았고 내가 이 회사의 80% 주주니까 내 주식의 가치는 8백만불이고 그럼 Flip할때 이 8백만불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법의 해석, 판례상 그렇게 결정되지 않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이 회사가 Flip을 진행할 경우, 회사의 순자산가액은 새로 회사로 들어온 2백만불의 현금과 기존 회사의 보유 유형자산으로 평가됩니다.

Flip에 대한 오해 – (2) 비용이 많이 든다?

Flip은 세금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오해가 가장 크지만, 한국, 미국 내 법적 절차들에 대한 비용도 필요 이상 부풀려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정리는 법인 청산에 드는 비용 수준의 법률비용, 순자산가액방식으로 평가하는 회사가치평가보고서, 그리고 외환송금 신고 작업에 대한 비용 등이 주 항목들일 것이고 위에 살펴본 바대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사항들입니다.

미국 쪽 비용 고려사항 역시 위에 살펴본 대로 델라웨어 회사설립 및 주주계약서작성에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여기서 굳이 말하자면 주주계약서작성이 다른 고려사항들에 비해 가장 시간 및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과정일 수 있고, 이는 예를 들어 몇 단계의 시리즈펀딩을 통해 VC 등 여러 우선주주들이 각기 다른 권한/의무로 참여한 회사의 경우, 많은 계약서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예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기존의 주주들에 대해 정해진 권한/의무를 미곡법에 맞게 번역하는 과정이므로 신규라운드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 비할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마치며 – 그럼 언제 Flip을 해야 하는가?

이번 글을 통해 Flip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단계를 거치는 과정인지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어쩌면 많은 내용을 요약하면서 너무 단순화해서 전달하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미국 델라웨어법인으로의 Flip이 미국진출을 목표로 하는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 관심사인 만큼 그에 꼭 필요한 수준의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었으면 좋겠고, 일부 전문가로부터 얻은 ‘어렵다더라’, ‘세금 등의 비용이 많이 나온다더라’는 식의 엉터리 정보로 인해 각 회사들이 Flip에 대한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Flip을 하기로 할 경우, 언제 하는 게 좋을지 시점에 대한 제 의견은 ‘빨리할수록 좋다’입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미국 회사로 가는 것의 장점에 대한 판단의 적절성 여부는 논외로 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에 회사가 미국 회사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즉 미국 회사로 가는 게 확실한 계획이고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면, 바로 하는게 좋겠습니다. 이는 위에 언급한 Flip에 필요한 일련의 절차들은 회사가 영업을 지속하고, 성장하고, 그 기록이 많이 남게 될수록, 더 고려하고 처리할 사항들이 많아지고 비용면에서도 더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벤처스퀘어는 미국 로펌인 JC&Company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시 꼭 알아야 할 법률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전체 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