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는 말이 있듯이 원대한 꿈도 작은 계기로 인해 시작된다. 게임베리의 임형철 대표도 중학교 교재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그를 지금의 창업가로 만들었다고 회상한다.
어째서? 라고 물으니 “수단의 굶주린 아이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래는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창업가라는 생각에 창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게임베리와의 첫 만남은 작년 11월 K-글로벌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된 스타트업들과 실리콘밸리로 떠나기 위해 모인 공항에서다. 당시 게임베리는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던 스타트업은 아니였다. 그래서 알고 있는 정보라곤 투자 없이 30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20대 팀이라는 것뿐이였다. 미국 일정을 보내는 2주 동안 게임베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용하지만 강한 팀, 그리고 정말 열정적으로 창업에 매진하고 있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를 해본 경험도 많이 없지만, 항상 억대 매출 내는 대학생 창업가, 서울대 자퇴 하고 싶어도 못해요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만 기사화가 됐다길래 이번엔 20대의 창업 그리고 그 무게에 대해 집중해 들어보기로 했다.
-창업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10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창업을 하고 싶어서 학교 창업동아리에 들었어요. 그 동아리에서 학교 선배이자 게임빌의 송병준 대표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기업가 정신이란 게 무엇인지 알게 됐죠.
-첫 번째 창업은 언제?
대학교 창업 프로젝트에 참가한 형 3명과 소셜커머스 관련 사업을 시작했어요. 운영한 지 4~5개월 됐을 때쯤 티몬, 쿠팡이 생기는 걸 보고 같은 모델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접었죠. 팀은 해체됐고요. 이후 저는 쿠팡에 들어가서 3개월가량 일을 했어요. 그곳은 어떤 답을 가졌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그리고서 중기청 청년 사업사관학교를 통해 모바일 게임개발사 게임베리를 창업하게 됐어요.
-왜 게임을?
그때가 모바일이 막 활성화되는 시점이어서 게임을 아이템으로 잡았어요. 재밌는 걸 해보고 싶었고, 게임을 한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접게 됐죠. 개발을 외주에 맡겼는데 게임 퀄리티도 솔직히 별로였어요. 게임을 개발할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준비한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고 봐요.
-지금 하는 일은 모바일 앱 마케팅이네요?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앱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열심히 뒤지다 보니 시장에서 이 부분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게 2011년 말쯤이에요. 게임 프로젝트를 접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 일단 국내 10개의 인디 게임 개발사들에 콜드콜을 걸어서 서비스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어요. 공짜로 해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고, 인디 게임 개발사를 대상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몸으로 때우는 일들을 정말 많이 했어요. 20살 때는 2~3년 후에 세계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무모한 생각도 있을 때 이기도 했고요. 힘들기는 했는데 뭐든 하는 게 재밌어서 정말 열심히 했었죠.
-성과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예요?
2011년에 15개 업체 앱 마케팅을 했는데 미국 앱스토어 전체 2등, 한국에선 1등을 한 서비스가 나왔죠. 그리고 블로그에 마케팅 서비스 상품을 구성해서 올렸는데 그걸 어떻게 봤는지 인프라웨어(폴라리스 오피스) 라는 회사가 연락을 해왔어요. 운이 좋았죠. 같이 마케팅 홍보하는 협업을 했고, 아무도 모를 시기에 해외에 한국의 앱을 알리는 역할을 했어요. 사실 폴라리스와 일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했지만, 함께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마케팅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2012년에는 공식적으로 홈페이지를 열고 글로벌 모바일 앱 마케팅 회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당시 모바일 마케팅 회사 중 해외를 타겟으로 하는 곳은 거의 전무했고, 사실 지금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들에 연락이 와서 인바운드건으로만 사업을 진행할 정도였죠.
-초반 사업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대부분 안 해보고 잘 몰라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앱 마케팅을 다 해주고 성과도 나왔는데 돈을 못 받기도 했어요. 또 국내 괜찮은 게임 개발사를 해외에 마케팅 하기 위해 인도 광고매체를 썼는데 그때 그 회사가 돈을 받고 도망가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적도 있고요. 그래서 그 이후엔 해외 업체와 거래할 때 경각심을 갖고 진행해요. 이런 사건들은 고소해서 승소한 경우도 있지만, 법인이 폐업하면 그냥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을 10번은 넘게 겪었죠. 금액으로 치면 미수금은 억대인데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전에 크레딧체크나 레퍼런스체크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출은 꾸준히 내고 있던 회사던데
2013년에 매출이 억대가 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위기감을 느꼈어요. 돈을 벌고 있긴 했지만, 단순히 마케팅 대행을 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엄청 잘해도 100억을 넘기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업을 해보려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어떤?
광고 매체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고, 브라질 게임 퍼블리싱 사업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 실패했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해외 게임 광고주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회사의 퍼블리싱을 돕는 걸 해보자 했는데 다 실패했죠.
-그 다음에 시작한 서비스가 정글이죠?
우리랑 크게 관련이 없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사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죠. 해외 마케팅 에이전시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나온 것이 정글플랫폼입니다.
-정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해외 국가별로 어떤 광고 매체가 존재하고, 상세한 트레픽 정보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전문가인 우리도 알지 못해 전화로 일일이 정보 체크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 부분으로 효율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정글의 베타버전을 2014년에 출시했습니다.
-정글은 누가 사용하고 있나요?
정글을 이용하고 있는 대표적 광고주들은 알리바바, 게임로프트, 엔씨소프트 등이에요. 현재 약 2000여 개의 광고 매체가 사용하고 있는데 90%가 해외업체들입니다. 정글은 각 매체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해요. 예를 들면 트래픽소스가 어떻게 되는지, 가장 강력한 광고 플랫폼은 어디인지 같은 정보요. 또 트래픽의 퀄리티, 허위 광고 트래픽을 방지하는 기술은 어떤건지 등 의 정보는 광고주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들인데 우리가 미리 인터뷰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해요. 이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조금씩 진행할 계획입니다.
-20대 초반에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는데
20살부터 아무것도 모를 때 창업을 해서 정말 맨땅에 헤딩한 케이스지만 저는 운이 좋다고 봐요. 페이스북의 마크주커버크처럼 어떤 개발력을 갖추고 즐겁게 만들어 보기 위한 사업이라면 사회적 경험이 없어도 된다고 보는데 그게 아니라 아직 역량도 준비되지 않고, 사회경험도 없는데 그냥 사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라면 저처럼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 있다고 봐요.
-대표님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요?
저도 처음 사업할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뭐 한번 해보려고 내부적인 회의도 많이 하고 지지부진하게 질질 끌고, 사업이 아니라 창업 동아리처럼 회의만 한거죠. 저도 시간을 낭비했던 때가 있었어요. 저는 운이 좋아서 2011년 말쯤 성과들이 나와 회사답게 일했던 건데 저도 그 전의 단계는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사업이 아니라 사업놀이를 하는 분들도 있어요. 앞에 말한 것처럼 역량과 사회경력 모두 없다면 스타트업에 들어가 배우고 시작하는 것도 좋고, 경험이 있는 사람과 코파운더로 같이 하면 좋은 것 같아요.
-대표님에게 창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을 아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됐어요.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거든요. 인간관계에 대한 본질을 보게 되고 회의감도 느끼고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이런 굴곡들을 빠르게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재미있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에요.
끝으로 20대 창업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미쳐서 한다면 추천하겠다”고 답한 임형철 대표는 “22살 때 블룸 버그 기사에 게임 베리가 언급됐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딱 한 줄이었지만,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로 표현 됐다며 좋아했다. 20대 창업자 였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실제로 그는 마크 저커버그처럼 다른 데는 신경 쓰고 싶지 않고 일에만 매진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래서 옷도 검은색만 입나 보다. 임 대표가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또 한번 한국의 젊은 창업자로써 글로벌 매체에 언급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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