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격증 같은 건 없다

얼마 전 한 신생 스타트업 대표와 가벼운 커피 타임을 가졌다.

최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불리며 언론의 주목도 크게 받은 팀이다. 대표의 바쁜 일정 탓에 몇 번씩 약속을 바꾼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하지만 창업을 꿈꿔왔던 사람은 전혀 아니였다길래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가장 좋은 점은 뭔가요?
“일과 삶의 경계가 없는 점이 가장 좋아요. 관심사가 생겼을 때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그런 거요.”

본인이 생각하는 창업가의 자질은 혹시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고뇌) 하루하루 잘 해내는 것과 어떻게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곳에서 일하면서 스타트업은 어떤 사람들이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창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은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자격이 될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격에 대한 의심은 할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 자격증 같은 건 없다. 인생의 경험도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에서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도 많다.

앞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평생 창업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도 스타트업을 한다. 심지어 창업가에게 필요한 엔터프리너십(기업가정신)도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MIT 스타트업 바이블을 쓴 빌올렛 교수에게 직접 물어 얻은 답이다.

누구나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 단,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

◇ 성공은 누가? 모르지만 일단 버티는 사람이=성공한 창업가는 소위 말하는 그릿 (Grit),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능력이 있다. 한국말로 하면 ‘존버 정신’.

에어비엔비 대표도 바퀴벌레처럼 몇 년을 버텼다고 하지 않던가. 넷플릭스 역시 사업모델을 계속 피봇해가며 몇 년을 버티다 지금은 조 단위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됐다. 아마존도 지지부진한 성장의 곡선을 그리며 10년을 버텼다.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다.

실행력, 끈기, 리더십 등 나열하자면 많다. 그런데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단번에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눈빛에서 느껴지는 열정이다. 하는 일에 대한 확신에 찬 눈빛. 열정이 넘치면 실행과 끈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다.

많은 직장인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얘기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을 만큼 일을 많이 한다. 잠을 안 자는 것 같기도 하다. 약간 미쳐있는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

일단 시작하면 망하기 전까지 멈출 수 없다는 게 대표들 얘기다. 밑에 딸린 식구들이 많아지면 책임감도 배가 된다. 그런데 시작하고 나서는 죽도록 힘든 버팀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스케일업 시간이다. 데스벨리를 버텨야 하는데 열정이 없다면 힘들다. 등 떠밀려서 하는 창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업에 앞서 반드시 심사숙고 과정이 필요하다. Life or Death의 결단을 내릴 만큼 하고자 하는 일 (미션)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필요하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갖춰줘도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힘든데도 만나는 대표님마다 한결 같이 재밌어서 한다고 한다. 하고 싶은 걸 해서 좋고, 고객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동안의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란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어떤 대표는 고통이 포함된 즐거움이라고 까지 말한다.

만성 위염을 달고 살고, 눈은 시뻘건 데다 피부가 회색인데도 괜찮다고들 한다. 그리고 이 힘든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곳에는 스타트업이 뭔지도 몰랐던 대표, 의외의 분야에서 일하던 대표, 내향적인 대표, 외향적인 대표, 어린 대표, 나이 많은 대표 등 한 가지 유형으로 정형화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 하나는 모두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이다.

단군 이래 가장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라고 한다. 많은 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달 덕에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적은 비용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을 걸 마음가짐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다. 당신의 버팀과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창업 환경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