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책상에 앉아 있을 시간에 직접 현장에 나가 고객을 만나고 고객 의견에 귀 기울이라는 조언을 수없이 받는다.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해도 고객이 외면하면 아무 소용 없기 때문.
미띵스(methinks ) 윤정섭 대표는 2번의 창업 실패를 통해 고객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스타트업 대부분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도전한다. 이로 인해 충분한 시장 조사를 거쳤다고 해도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존 시장에 비해 어렵다. 제품 출시 전 고객 의견을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게임 같은 경우 직관에 의해 판단하고 운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기 일쑤여서 서비스 출시 후에도 모험을 해야 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게임에 미쳐 게임을 업으로 삼고 싶었다는 윤 대표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미국 NHN 대표, 아웃스파크 CEO,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미국 지사장 등을 거치며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지만 정작 사업에 뛰어들어보니 타깃 고객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어떤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실패가 사업 아이템으로=“실리콘밸리에서 게임회사로 2번이나 실패를 해보니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아예 초기 단계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타깃 고객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를 계속 수정하면서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비싼 돈을 주고 마케팅 에이전시를 고용할 여력은 없었다. 저렴한 비용에 사용자와 대면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지역적 한계도 문제였다. 게임 사용자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밖에 있는 데 만날 길이 없었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게임 유저가 극히 소수인 동네예요. 저희 입장에서는 게임 전문가나 유명인의 의견보다는 저 멀리 시골에서 진짜 우리 게임을 하는 보통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데 만날 방법이 없었죠.”
다른 게임 회사에 물어봐도 딱히 대안이 없어 보였다. 주변 친구나 지인에게 묻는 게 다였다. 고객을 찾는 일에 투입될 인원도 시간도 돈도 너무 부족한 게 스타트업의 현실이었다. 윤 대표는 여기에 기회가 있음을 직감했다.
진행 중이었던 소셜 게임 개발을 과감히 중단하고 원하는 조건의 타깃 사용자를 쉽게 찾아주는 플랫폼 미띵스로 완전히 피봇한다. 본인이 그렇게 찾던 서비스를 직접 만든 것이다.
◇ 원하는 타깃 고객 정확하게 찾아준다=미띵스는 사용사 조사 비디오챗 플랫폼이다. 화상으로 사용자 인터뷰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북미와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이 원하는 조건의 사용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준다.
인터뷰 30분에 20달러 가량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미띵스 앱 다운로드의 큰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의견을 공유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띵스 사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기업 고객도 빠르게 증가했다.
“기업은 보통 리서치 회사를 이용해 포커스그룹 같은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해요. 하지만 리서치 회사는 일단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 단점이죠. 리서치 회사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조건의 고객을 찾기 위해서는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들은 3~4주씩 걸리기도 해요. 큰 리서치 회사도 사람을 찾는 게 실제로는 쉽지 않은 거죠.”
미띵스는 기업이 원하는 조건의 특정 사용자를 정확하게 찾아준다. 비결은 사용자 동의를 받고 현재 사용 중인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
“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은 스마트폰에 다 들어있다고 보면 돼요.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인지만 알아도 그 사람의 생활을 거의 파악할 수 있는 거죠.”
기업은 인터뷰 대상 범위를 정해 원하는 시간에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 기업이 인터뷰 공고를 올리면 해당 조건에 맞는 사용자가 신청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미띵스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의 모바일 화면을 실제로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화상 인터뷰 후에는 어떤 시간에 어떤 대화를 진행했는지 정리된 리포트를 받아볼 수도 있다. 인터뷰 전체를 다 볼 필요도 없다. 기업이 너무 바쁘다면 미띵스에 인터뷰를 포함한 리서치 전부를 맡길 수도 있다.
◇ 해외진출 원하는 한국기업 돕고파=미띵스는 애초에 특정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게임 회사에 연결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현재 로펌, 언론사, VC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업종에 구애 없이 법률, 보험, 의약 등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남미와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 미띵스는 본엔젤스,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8억 5,000만원을 투자받고 국내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제가 그곳에서 경험을 많이 하다보니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기업을 돕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요. 해외 진출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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