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액셀러레이터가 국내에 소개될 때 가장 많이 소개된 곳이 단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다.
국내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은 테크스타즈, 500스타트업, 아포라벤처스, 시드캠프 등 미국과 유럽에 수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있음에도 와이콤비네이터를 액셀러레이터의 전형으로 꼽는다. 2005년 설립된 이 액셀러레이터는 현재 액셀러레이터가 갖춘 몇 가지 기준을 당시에 제시하면서 엔젤과 벤처캐피털, 그리고 기존 창업지원 기관과의 확고한 차별화를 잡아나갔다.
와이콤비네이터의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프로그래머이면서 창업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가로 야후에 매각돼 야후스토어가 된 비아웹을 창업했고 해커뉴스를 창업하기도 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또는 주변에서 자산가이자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을 엮어주고 스타트업들과 미팅을 잡아서 식사 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서로 큰 자극이 되게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숙박공유 벤처기업인 에어비앤비, 파일 보관 서비스 드롭박스 등을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① 직접 관리 가능한 10개 내외 스타트업 선발 ② 한 기업에 우리나라 돈으로 2천만원에서 9천만원 정도의 지분 투자 ③ 1년에 두 번의 기수 운영 ④ 3개월 보육 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모데이 개최 등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후 몇 가지 요소들은 투자 규모나 숫자 등이 바뀌었지만 큰 흐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와이콤비네이터가 보육한 기업의 수는 무려 323개이며 이들 가운데 폐업한 사례는 18건에 지나지 않아 생존율이 압도적이며 총 7억 1,400만 달러(8,197억 원)를 투자해놓았으며 이미 6억 5100만 달러(7,473억 원)를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보육기업 수로는 2위인 테크스타의 2.5배, 펀딩 규모로도 테크스타의 7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2017년 2월 기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약 3,000여 개의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최근 들어 벤처캐피탈 기업들이 별도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한다거나 대기업들이 자사 브랜드의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고 공공기관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역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통계가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상태에서 와이콤비네이터의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과는 와이콤비네이터 출신들에게 더 큰 명예가 되고 있다. 전세계의 스타트업들에게는 와이콤비네이터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기업 경영의 전반적인 실제적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MBA보다 수준이 높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렇게 압도적인 곳이 있음에도 시장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수가 많아지는 이유는 ‘소수 밀착 육성’의 특징 때문이다. 표준화된 교재를 통해 정규화된 커리큘럼으로 교육할 수 없으며 이미 대부분의 보육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영업과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스타트업을 소수의 교육자가 보육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보육 대상 스타트업보다 교육과 네트워킹, 멘토들의 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한 곳에서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보육과 멘토링을 모든 분야에 걸쳐 하기 어렵기 때문에 헬스테크, 바이오, 모바일, 인터넷, 커머스, 게임 등 각 전문 분야별 액셀러레이터들이 분화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의 대상은 보통 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시제품을 만들거나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나 모바일 서비스, 커머스 서비스로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조기술의 발달과 바이오 산업의 분야별 특화, 의료 분야의 융합 기술이 도드라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전문화된 액셀러레이터들이 등장했다.
액셀러레이터 연구의 선구자인 호치버그(Hochberg) 교수의 2015년 “Accelerating Entrepreneurs and Ecosystems: The Seed Accelerator Model”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Emerging Trends (최근 엑셀러레이터 트렌드) 로 먼저, ① 분야별 전문화, 다양화를 꼽았으며 ②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운영, ③ 액셀러레이터끼리의 연합과 계열화, ④ 초기 투자 기능의 강화, ⑤ 인큐베이터로의 변신 ⑥ 대학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진출 ⑦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의 등장 등 7가지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특정 지역, 또는 분야별 액셀러레이터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HAX 등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이 유독 중국 심천에 있다거나 실리콘밸리에 유독 첨단 기술 스타트업과 O2O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많다거나 뉴욕에 패션이나 미디어 분야 액셀러레이터들이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폭스콘이나 뉴욕의 대학 기반 잔센터(Zahn Center),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하고 테크스타가 운영협력하는 키넥트(Kinect) 프로그램 처럼 해당 분야 대기업이 후원하는 전문 분야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별도 운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파크랩, 프라이머, 더벤처스 등은 범용적인 서비스 기업들을 보육해오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하드웨어 액샐러레이터인 액트너랩, N15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신생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투자의 방향성이 바이오 산업, 헬스케어, 보안 솔루션, 에너지,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가고 있는 편이다.
최근 신생 전문화된 액셀러레이터로는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메디아티가 있으며 매일경제신문과 액트너랩이 공동으로 운영되는 미디어 데이터 전문 액셀러레이터 미라클랩, 디지털 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핀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파운더스게이트, 범용 액셀러레이터에서 사이버 보안 전문 액셀러레이터로 탈바꿈한 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 중국 진출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비전크리에이터 등이 새롭게 액셀러레이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말하다 시리즈 연재 목록
- 액셀러레이터, 기로에 서다
- 한국형 창업 지원의 함정의 대안, 액셀러레이션
- 액셀러레이터의 원형과 변형, 분화
- 제각각인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보육 방식
-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와 회수
- 액셀러레이터도 기업, 미래 성장과 수익성 제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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