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처럼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독일 인기 유튜브 채널인 쿠르츠작트(Kurzgesagt)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동화 물결에 대해 풀이를 해 눈길을 끈다.
영상은 먼저 인간보다 기계가 더 뛰어나게 일을 해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물론 지금까지 자동화라면 공장에서 반복하며 단순 작업을 해내는 로봇을 의미했다. 얼마 전 외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531대를 보유, 전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398대에 머문 싱가포르, 305대를 기록한 일본, 제조업 강국인 독일 301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젠 비행기나 심지어 암 진단, 주식 거래 등 공장을 벗어난 자동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지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일자리 중 거의 절반이 앞으로 20년 안에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존재하던 자동화와 앞으로 일어날 자동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그럴까.
인간은 지금까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왔다. 생산성을 끌어올려 동일 노동으로 더 많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일이 사라졌지만 그 이상 속도로 인구가 늘어나고 새로운 일이 생겼다. 혁신이 생산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기존 직업은 줄지만 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생활 수준은 향상됐다.
인류는 오랫동안 농업을 하면서 생활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이런 추를 농업 같은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옮겨놨다. 또 자동화 물결로 인해 인간은 서비스업에 진출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현대에 이르면서 인류는 정보화 시대에 돌입한다. 정보화 시대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르게 인간의 일을 기계로 대체된다는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혁신이 지금처럼 인류에게 구원이 되어줄까.
1979년 제너럴모터스는 80만 명이 넘는 근로자를 고용해 110억 달러를 창출했다. 하지만 2012년 구글은 불과 5만 8,000명 만으로 140억 달러를 만들어낸다. 물론 오래된 산업이 피폐했다는 문제도 있다. 자동차의 경우 탄생 100년이 넘어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빠질 수 없는 인프라가 됐다. 하지만 거의 완성에 이른 상태인 탓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도 새로운 창출이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의 기대를 모으는 전기 자동차도 훌륭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수백 만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선 인터넷은 전기와 같은 수준의 혁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 혁신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인구 증가와 인터넷 등장으로 인해 사라진 고용을 보충할 만큼 창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 2004년 비디오 대여 체인인 블록버스터는 8만 4,000명 고용, 60억 달러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수익은 이보다 더 많은 90억 달러를 창출했지만 고용 창출은 4,500명에 불과하다. 이 유튜브 채널 영상을 제작한 쿠르츠작트 역시 전 세계에서 수백만 회가 넘는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풀타임 직원 수는 고작 12명이다.
하지만 TV의 경우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보화 시대의 혁신이라는 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는 충분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진화는 분업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수천 년에 이르는 역사를 통해 분화와 전문화되어 온 것이다. 현재 가장 뛰어난 기계조차 복잡한 일을 해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특정 분야로 좁혀 정의한 일을 해내는 데에는 충분하다. 또 복잡한 업무라도 세분화해 기계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실제로 기계는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할 만큼 세분화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와 기술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기계가 독자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머신러닝은 가능성을 더 넓히고 있다. 인간이 모든 사물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이나 기상 패턴, 의료 기록이나 통신 시스템, 여행 데이터나 심지어 직장에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까지 수집한다. 이런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의 결합은 인간은 일을 어떻게 더 잘할 것인지에 대해 배우는 거대한 도서관을 얻게 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 사례 중 하나를 예로 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대기업에 제공하는 프로젝트 관리용 SW를 들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중견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먼저 자동화와 실제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그런 다음 인터넷을 통해 프리랜서에게 일을 할당한다. 물론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모두 모니터링하면서 작업 품질을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소프트웨어 덕에 프리랜서의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가 프리랜서의 작업을 추적, 학습하기 때문에 프리랜서의 일은 미래에는 기계가 할 수 있게 학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1년 만에 50%, 2년이면 25% 더 비용을 절감해주게 된다. 물론 이 사례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동화의 예 중 하나에 불과하다.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 약사나 애널리스트, 언론인, 은행원, 검수원 심지어 햄버거를 굽는 요리사(AI 학습 능력도…햄버거 패티 굽는 로봇)에 이르기까지 확산은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 직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를 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될 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혁신이 발생했을 때 기존 직업을 새 직업으로 대체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이후 미국 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계속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1세기 첫 10년은 고용 총액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선 인구 증가를 따라 잡으려면 매달 15만 명에 이르는 신규 고용을 창출해야 하지만 신규 고용 자체는 되려 줄어들고 있다.
이런 문제는 생활수준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생산성 향상에 따라 신규 고용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이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1998년 미국 노동자는 1,940억 시간을 일했다. 15년이 지난 2013년에는 생산성은 42% 늘었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의 총 노동시간은 1,940억 시간 그러니까 변하지 않았다. 생산성은 늘었지만 새로운 사업이 다수 나왔고 인구는 4,000만 명이 늘어 총 노동시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은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선 신입사원의 평균 임금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졸업자 중 40%는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에 종사하는 걸 강요당하고 있다.
결론을 내자면 생산성은 인간의 노동과는 다른 곳에 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 일어나는 혁신의 본질은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현재 일어나는 자동화 물결은 기계가 실제로 인간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와 자동화가 인류의 변혁을 이끌고 빈곤과 불평등을 크게 줄일 거대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상은 한글 자막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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