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때 아이디어를 수립했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뭘까. 개인적인 창업 경험 2가지 사례가 도움이 될 듯하다. 2014년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 스타트업 미스팀(Messteam)에서 저지른 실수와 이를 통한 교훈, 마찬가지로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고 지금은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식당 음식 배달 스타트업인 펫치(Fetch)애서의 경험 말이다.
이 글의 목적부터 말하면 이렇다. 구체적인 경험을 공유해 성공하려면 한편에 숨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 선보이면 그만이라는 “지어놓으면 수요가 뛰따른다(Build it and they will come)”는 어불성설을 없애려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 창업가 매뉴얼의 저자인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가 말한 “건물에서 최대한 빨리 나가라(Get out of the building)”는 말처럼 초기부터 잠재 고객을 최대한 많이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전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 첫 창업에서 저지른 실수=2014년 6월 학업을 막 마친 상태였던 필자는 몇 달 전 인터넷 창업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동업자와 첫 번째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커뮤니케이션과 실시간 대화가 주류인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게 하자는 것이었다. 링크드인이 정보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였다. 생각해보니 필자의 마음에 들었던 건 무엇보다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컸던 건 사실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런 이유로 일에 뛰어드는 건 부적절했다.
당시 필자의 관심사였던 마케팅 관련 서적 몇 권을 읽은 것 외에 사실 크게 아는 것도 없었다. 읽은 내용을 실천으로 옮길 만한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결국 몇 달 밖에 지속되지 않았던 동업자와 동거(?) 기간 중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경험 미숙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첫 창업 당시 필자는 동업자의 아이디어가 잠재 고객에게 매력적인지 검증 받을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가설을 세우는 것에 만족한 나머지 3개월이 걸렸던 리서치 기간 중 개발자만 찾았더라도 바로 개발에 착수할 기세였다. 단 한 명이라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돌이켜보면 당시 3가지 흔한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지금도 주변에서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을 자주 보곤 한다. 첫째는 실제로 시장성이 있는지 검증받기 전에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아이템에 있어 본질적 가치인지 혹은 불분명한 기능으로 서비스를 무장한 것인지 여부. 셋째는 아이디어를 빼앗길까 걱정한 나머지 미완성 상태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당시에는 어떤 좋은 방법론이나 훌륭한 정신 같은 건 전혀 동원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창업을 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1> 아이디어를 착안한 뒤 일을 조금 진행하다가 2> 구체화하기 위해 개발자를 찾아 6개월에서 2년 가량 개발 기간을 두고 3> 웹사이트를 만들고 마케팅과 홍보에 들어간 뒤에야 4>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였다는 걸 깨닫고 5> 그만두거나 꾸역꾸역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건 자명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서 여러 요소를 알아냈어야 했다. 이를테면 시장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우리의 타깃은 누구인가. 또 이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우리 솔루션이 이런 요구나 문제점에 강하게 부합하는지 여부. 잠재 고객이 현재 사용하는 해결책은 무엇인지 또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등이다. 물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이게 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다.
◇ 눈보라 속 시장 조사=몇 개월이 지난 뒤 펫치라는 스타트업 경험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번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 나왔고 그날 밤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전부 기록했다. 그런 다음 친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펫치에 관한 설명을 단순하게 해봤다. 덕분에 아이템에 대한 첫 번째 피드백을 얻었고 창업에 관심이 있던 친구 2명의 의견을 구할 수 있었다.
다양한 피드백이 돌아왔고 지금은 펫치의 부사장 자리에 앉은 친구의 호기심을 끌었다. 이 친구에겐 필자에게는 없는 재무 관련 능력이 있었다. 며칠 더 얘기를 나눴고 결국 프로젝트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
친구들과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를 나눈 건 유익했지만 모험에 뛰어들만 한지 결정하기에는 물론 충분하지 않았다.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앞서 레스토랑 종사자를 먼저 만나보는 게 바람직한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스토랑을 하나씩 직접 찾아다니는 것과 전화 인터뷰 2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선택은 한군데씩 직접 찾아다니는 방법이다. 당시 시장조사 기간은 추위와 눈보라가 심하던 때였다. 조사 과정을 돋보이게 하고 피드백을 유도하기 위해 구굴폼을 활용해 설문을 하기도 했다.
처음엔 걱정도 있었지만 첫 번째 레스토랑을 방문한 직후 이런 두려움이 사라졌다. 설문 제의를 받아둔 레스토랑에서 10분 가량 얘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흥미로워 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또 설문은 구실일 뿐 대화를 통해 훨씬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2월 중순까지 계속된 시장 조사를 통해 50여 곳에 이르는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이중 10여 곳에선 1시간 이상이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필자는 알게 된 점은 왜 레스토랑은 배달을 하지 않는지, 또 레스토랑이 배달을 외주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 고객도 배달에 대한 요청이 상당했다는 것, 고객 성향이 어떤지와 어떻게 고객 요구에 서비스를 최적화할 수 있을지 등이다.
◇ 가능하면 빨리 홍보에 뛰어들라=펫치의 홍보 전략은 론칭 전부터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알리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펫치라는 서비스가 고객 측에서 매력이 있는 지 빠르게 검증할 수 있었던 것. 지금도 사용 중인 로고 역시 빨리 만들었다. 2015년 3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고 곧이어 신문이나 라디오 등 매체에 펫치에 대한 보도기사도 내기 시작했다.
펫치의 홍보 방식은 투명하다.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비즈니스 관련 사진을 다수 올려 펫치가 나날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또 팔로워 참여를 유도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어디냐”는 것 같은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SNS 상에 있는 팔로워를 모으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여러분의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팔로워를 모을 때부터 이 목표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
필자는 창업을 통해 2가지 다른 방식을 실험했다. 이 중 후자의 방식이 탁월했다는 건 분명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 처음부터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기를 권한다. 훨씬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여러분의 서비스는 어느새 타깃에 최적화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발자 출신은 아니지만 단언컨대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첫 버전 개발을 스스로 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이 글은 프랑스 스타트업인 펫치 CEO 장샤를 뀌르달리(Jean-Charles Kurdali)가 미디엄 프랑스에 올린 글을 편집한 것이다. 원문은 여기, 번역글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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