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또다시 국내 차량공유경제의 높은 문을 두드렸다. 지난 2015년 5월 우버를 비롯한 유사택시 운송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모두 철퇴를 맞았다. 일반 차량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에서 우버X가 서비스가 중단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나마 국내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운영 가능한 프리미엄 콜택시 서비스인 우버블랙과 현실과 타협한 우버택시가 그나마 ‘차량공유’라는 미명아래 명맥을 이어오던 차였다.물론 차량 대절서비스인 우버트립, 우버어시시트를 비롯, 최근 론칭한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까지 현재까지도 꾸준히 서비스를 하며 끊임없이 한국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우버의 구애를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인지된 우버라는 이미지와는 약간 다른 형태의 서비스만이 한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21일 론칭한 우버쉐어(uberSHARE)서비스는 이전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우버쉐어는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 혼잡과 ‘나홀로 차량’을 줄일 수 있는 카풀 서비스다. 이미 국내에서 성업중인 풀러스, 티티카카, 럭시와 유사한 형태의 비즈니스로 외국에서는 차량공유 분야의 선두주자가 국내에서 졸지에 후발주자로 전락해 버린 대표적인 케이스가 됐다.
지난 3년간 우버코리아가 한국에서 배운건 ‘눈칫밥’ 밖에 없는듯하다. 우버쉐어의 이용시간을 살펴 보더라도 얼마나 한국 시장에서 몸을 사리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일단 주말과 공유일을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대체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용 시간 역시 정해진 시간대에만 카풀 서비스가 가능하다. 출근시간은 평일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퇴근시간은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우버쉐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경쟁사의 경우 출근 시간대는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퇴근 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주말 및 법정공휴일 전날인 경우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우버의 카풀 서비스 진출이 국내 법규를 뚫기 위한 ‘정공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정부를 의식한 고육책은 더더욱 아니다.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는 게 당장은 옳다. 국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1항에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바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다. 국내 카풀 서비스가 유상으로 서비스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조항을 교묘히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국내 법망을 피해 얌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 업체를 색안경을 쓰고 볼 수는 없다. 카풀 서비스는 나름의 순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단 나홀로 차량 감소로 인한 교통혼잡 감소 효과다. 현실적으로 느끼기는 어렵지만 차량 감소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덩달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체 출퇴근 수단이 한가지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현행 중형택시 요금체계의 경우 최초 탑승 2km까지 기본요금 3,000원, 142m 당 100의 주행 요금과 35초당 100원의 시간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반면에 우버쉐어 서비스의 기본료는 1,500원, 운행 종료 후 1분 당 50원의 운행 시간 요금과 km당 450원 운행 거리 요금이 합산된 가격이 정산된다. 일단 기본료는 반값이다. 하지만 요금 체계까지 택시 요금제를 벤치마킹한 탓에 어림짐작이 힘들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주행요금은 km로, 시간 요금은 분당으로 기준값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꿈많던 학창시절로 돌아가 1차 방정식을 풀어야 할 시간이다.
‘142m:100원=1000m:x’ –> x=704
’35초:100원=60초:x’ –> x=171
즉, 택시의 경우 주행 요금은 1km당 704원, 시간 요금은 분당 171원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일반 택시에 비해 메리트가 있는 가격이다. 우버코리아에 따르면 강남역에서 광화문까진 7,000~9,000원, 강남역에서 판교까지는 8,000~1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심야할증요금은 논외로 치자. 어차피 우버쉐어는 자정까지만 운행하니까. 기존 우버 서비스에 존재하는 러시아워 때 이용료가 올라가는 할증’Surge’ 요금은 적용되지는 않는다. 1분당 50원의 운영 시간 요금 덕분(?)이다.
당장이라도 정신없는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될 것 같지만 일단 이용 지역에서부터 제약이 있다. 현재는 강남 지역에서만 호출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기존 우버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인식이 유독 이곳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에 대한 안전장치는 보험 가입과 좌석은 4개 이상인 2007년 이후 등록된 차량만이 우버쉐어로 활동 가능하다. 드라이버 역시 직업이 있어야 한다. 출퇴근을 할때 교통분담을 줄이기 위한 카풀 서비스라는 대의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버는 전세계 77개 국가 60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차량공유 서비스다. 그 중 18개국 100개 도시가 아시아에 거점을 두고 서비스 중으로 200만명 이상 드라이버 파트너가 50억회의 달하는 운송량을 지금까지 커버해 왔다.2014년 발표된 ‘교통수단별 통행 분담률’을 살펴보면 ‘지하철/철도 39%, 버스 27%, 승용차 22.8%, 택시 6.8%, 기타 4.4%’ 순이다. 승용차와 택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버스와 맞먹는 수치다. 단순히 차량 이용을 막는 건 미봉책일 뿐 운송효율 극대화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운송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나홀로 차량의 수를 줄이고 카풀 의존도를 높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까지 법적인 잣대로 규제를 하지 않는걸로 봐서는 이 정도 선에서 정부와 사업자가 타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법적 규제로 인해 졸지에 후발주자가 되는 바람에 오리지널이 카피캣이 되는 수모를 겪고 있지만 우버의 한국 시장에 대한 애증은 카풀 서비스로 또다시 재점화 됐다. 우버쉐어가 스스로에게 이이제이가 될지 경쟁 상대에서 반묘교사의 시간이 될지는 좀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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