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중반 유럽에서는 이메일의 비효율성에 대해 고민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 때 마침 터져 나온 게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 즉 SNS였다. 트위터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 방법이 회사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야머(Yammer)의 초기 모습도 트위터를 닮아 있다.
하지만 공개형 포스팅에 정제되지 않은 리스트는 복잡한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처리하기엔 역부족. 그렇게 한계를 느낄 때쯤 페이스북이 등장했고 협업툴을 만들던 업체 대부분이 페이스북 UI로 리뉴얼을 하게 된다. 그 모습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야머나 포디오 같은 1세대 협업툴이라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페이스북은 제목이 없는 본문으로만 이루어진 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추후 해당 자료를 찾으려고 할 때 ‘본문 검색’만 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자료 검색 시간이 현저히 늘어나게 된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세대 협업도구는 오랫동안 미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던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에게 빠른 속도로 인수됐으며 대기업 생태계에 맞춘 도구로 탈바꿈,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 판매에 앞장서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2017년이 되어서야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고 자사 솔루션 군에서 제외하는 기업이 늘었고 “SNS형으로는 협업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라는 게 중론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2세대 – 메신저형 협업툴, Slack=슬랙이 나타나기 전에는 사실 메신저에 큰 관심을 둔 서비스가 없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히스토리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였고 메신저는 플랫폼 특성상 모든 대화가 휘발되었기 때문. 하지만 슬랙은 기존 사용 중인 모든 서비스의 알림을 모아서 알려주는 ‘통합알림’이라는 강력한 첫 번째 무기와 개발자 자신이 개발한 제품과 결합해 마음껏 최적화(customizing) 할 수 있는 ‘파워풀한 API’라는 두 번째 무기를 바탕으로 빠르게 팬을 확보해 갔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협업툴이 됐다.
하지만 메신저 플랫폼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단톡방의 개념인 ‘Channel’을 통해 구분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지만 개발/마케팅/디자인 등과 같이 카테고리 정도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채널을 ‘이슈’의 단위로 쪼개려는 시도는 너무 많은 채팅방을 만들어 채팅방을 찾는 비용은 더 증가하게 된다. 결국 단톡방에서 여러 이슈가 섞여버리는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추후 #해시태그로 구분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또 사용하던 모든 서비스의 알림을 통합하면서 알림도 너무 많아졌다.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상 중요한 알림을 놓치는 건 있어선 안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알림들을 체크하기엔 너무 많았는데 이 부분은 슬랙이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된다.
사실 슬랙은 이메일에서 메신저로 메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옮겨가는 타이밍을 잘 잡은 케이스다. 굳이 슬랙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많은 기업이 메신저 중심 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가게 됐고 이렇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메일을 메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사용할 때는 지식근로자가 본업에 집중하고 싶을 때 본업에 충분히 집중하고 집중이 끝나면 그동안 도착한 메일들에 답장을 하곤 했는데 메신저는 실시간 답변을 기대하면서 말을 걸고 받는 사람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최대한 빨리 답변을 주려고 노력하게 된 것이다.
또 메신저로는 ‘정리된 정보’로 전달하지 않고 ‘한 문장’씩 전달하기 때문에 몇 번씩 대화가 이뤄진 뒤에야 이 메시지가 어느정도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지금 하고있던 일과 대답하는 것 중에 가치판단을 할 수 없으니 우선 대답부터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부작용 속에서 지식근로자들은 평균 15분에 한 번씩 방해를 받고 있다. 집중에 완전히 들어가는데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우리는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 3세대 – 목적지향 협업툴=메신저의 단점을 뼈저리게 느낀 유럽과 미국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목적지향 협업툴 사용을 늘려가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포스트잇으로 이슈를 벽에 붙여 관리하던 ‘칸반’을 온라인으로 옮겨둔 ‘트렐로(Trello)’나, 할 일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아사나(Asana)’, 그리고 이슈중심 워크플로우를 담은 ‘콜라비(collabe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메신저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목적이 분명한 ‘히스토리 기반 협업툴’을 메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사용함으로써 메신저 사용을 줄이고 집중할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 이슈 중심으로 변화하는 협업툴=알림을 제어하지 못한 슬랙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이슈’ 중심 커뮤니케이션의 시도. 알림을 제어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협업이 일어나는 기본단위가 이슈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사나 역시 ‘할 일’에만 국한된 커뮤니케이션에서 이슈라는 조금 더 큰 개념을 도입한다.
실제 우리가 일하는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이슈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서로 할 일을 주고→결과물을 공유한 후→피드백을 주고 받고→최종 결과물이 나오면 이슈를 종료하는 구조를 주로 가진다. 실제 워크플로우는 이렇게 흘러가지만 각각의 툴이 생겨난 목적은 달랐기에 우리가 일하는 워크플로우를 모두 소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슈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이슈별 알림’이나 사람이 기억을 찾아가는 멘탈 모델 기반 검색 등 협업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 4세대 협업툴은 어떤 모습일까?=회의를 하고 나면 자동으로 회의록이 적혀 있고 말로 주고받았던 할 일이 미리 등록되어 있으면 어떨까? 또, 할 일을 받았을 때 그에 필요한 정보가 미리 검색되어져 있다면?
현재 지식근로자들은 정보검색, 메신저, 회의/보고에 ¾의 시간을 사용하고, 본업에는 ¼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¼마저도 메신저로 인해 쪼개서 사용하고 있다. 직업을 선택했을 때 꿈꿨던 나의 모습을 잊어가게 되는 것도 사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4세대 협업툴은 이슈를 중심으로 구조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접목되면서 실제 회의록을 써주거나 정보를 알아서 검색해 주는 등, 본업 외에 시간을 아껴주는 방향으로 발전할거라 예상된다. 이렇게 협업툴이 지식근로자들에게 시간을 돌려줘 아빠 얼굴을 잊어가는 아이에게 아빠를 돌려주고,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젊은이에게 꿈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돌려줄 수 있는 세상이 하루 빨리 다가오길 바란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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