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창업보육센터에는 이제 막 사업자를 내고 고객을 직접 만나 제품을 검증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매출처를 발굴하기 위해 맨발로 뛰어다니는 학생창업 팀이 있다. 무료 창업공간과 교육을 제공하는 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입주한지 3년째다.
당시 창업 아이템은 건물 옥상 위 놀고 있는 텃밭을 매칭해주는 아이디어로 4개월 정도 진행하다 시장상황과 법적 규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쳤고, 2번째 평가 시, 전혀 다른 아이디어인 한류문화 콘텐츠 출판 아이템으로 사업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3년째인 현재 또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인 사무실 간식 구독서비스로 서비스의 가치, 시장의 필요성 등을 구체화해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3년 동안 학교에서는 교육, 멘토링, 시제품 제작비, 네트워킹 등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해줬고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대표자의 열정과 의지, 끈끈한 팀워크를 확인했다.
대학 재학기간 중 3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고 이렇다 할 사업성과도 내지 못해 창업이라는 것을 포기할 만도 한데 팀원과 함께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꼭 만들어보겠다며 고민하고, 현장에서 노력하는 이 친구들이 꽤 대견스럽다.
다행히도 현재 진행중인 서비스는 매출도 발생하고 인력도 채용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성과를 보이며 투자자들에게도 꽤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사실 이 친구들의 근성과 열정이라면 뭘 해도 잘 할 것 같지만…
성공한 창업자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간을 거쳐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자리에 올라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도 실패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구원의 손길은 있었을 것이다.
이화여대는 창업지원 후발기관이지만 학생 뿐 아니라 청년 창업자를 위해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가센터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넘어선 도전 자세 및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가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창업동아리, 스타트업 인턴십, 스타트업 기자단 활동 등을 통해 창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실제 창업을 준비 중인 학생이나 청년들에게 본인의 아이디어가 실제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인지 테스트하고 사업성을 검증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교육, 멘토링, 시장검증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스마트창작터와 창업보육센터 입주를 통해 실제 사업화에 대한 밀착 지원도 수행중이다.
또 본교는 2016년 시범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과 청년 실업문제라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해보고자 이화여대 주변 낙후된 골목의 지역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사업을 계획하였고, 창업 실패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에게 임대료, 창업교육, 홍보 및 컨설팅 등의 자금을 지원해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도 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짧은 기간 창업에 뛰어든 학생팀은 지금도 사업을 진행하거나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와 목표를 같이하는 중기청 청년몰 사업을 연계해 지원 대상과 지역을 확장시켜 22팀의 청년창업팀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술 및 지식서비스 창업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푸드, 패션, 컬처‧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지원중이다.
올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되고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 등 너나 할 것 없이 창업육성 기관을 설립하고 지원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창업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창업에만 미래의 길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우수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제도나 관련기관이 많아지고 있다.
스탠포드와 MIT 이외에도 하버드 대학은 이노베이션 랩, 뉴욕대학은 캠퍼스 앙트러프러너 랩, 노스웨스턴대는 학생창업센터인 더 가라지(the Garage)를 설립하는 등 학생들이 취업이 아닌 창업을 초점에 둔 전용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은 학교와 정부에서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대학생 창업을 활성화 하고 있다. 실패의 자산화를 위해 실패를 하더라도 창업 지원받은 기간의 활동을 평가하여 채무를 탕감해주거나 융자 상환을 늘려주는 등의 부담을 최소화 해주고, 대학에서 창업을 지원받은 학생들에게 창업증을 발급하고 이 증서를 소지한 창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등 각 기관에서 창업 열풍을 위한 환경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1998년 처음 설립되어 1차 벤처붐을 이끌었던 대학의 창업 인큐베이터는 성공 스타트업 배출이 저조하고 민간기관 대비 경쟁력이 없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다고 뭇매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로운 트렌드와 사업을 만들어 내는 창업자와 그 창업자를 육성하는 지원기관이 다양해진 현재 비로소 대학의 창업인큐베이터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대학은 미래를 이끌어 가는 인재를 키우는 기관이다. 대학의 창업 인큐베이터는 잠재력과 열정을 가진 창업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이 교육, 멘토링, 공간, 네트워킹 등의 지원을 통해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경쟁력을 갖출 때 까지 지원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도 청년들에게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권장하고 지표만으로 성과를 측정할 것이 아니라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인턴체험을 하는 것처럼 창업을 체험하면서 본인의 기업가 역량을 발견하고 본인의 진로를 창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창업 실패가 인생 낙오자로 낙인 되지 않는 사회적,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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