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생활비 절반 시대를 만들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뿐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생활비 절감 정책 일환으로 기본요금을 완전 폐지하고 데이터 요금 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통신비 상승의 주범 중 하나인 단말 구입 비용 절감, 보완재로 공공 와이파이 무상 제공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절감을 통해 국민 생활비를 경감할 수 있는 100대 과제를 선정하면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통신 기본료 면제, 자급제 할인율 25%, 보편 요금제 출시와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규제 완화, 통신사 와이파이 개방과 전국 버스 5만 대 등에 공공 와이파이를 신규 구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 가계 무선 요금 지출액 OECD 1위의 그늘=그렇다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통신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OECD가 지난 2013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 월 평균 통신비 지출은 148달러로 OECD 국가 중 3위, 가계 무선 요금 지출액은 1위를 나타냈다. 물론 여기에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단말 평균 가격이 2017년 11월 기준 61만 원에 달해 4인 가족 기준으로 240만 원 이상이라는 문제도 한 몫 한다.
앞서 밝혔듯 통신비 인하를 위해선 요금제나 유통 체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기본 인프라 격인 공공 와이파이 확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네트워크 자체는 정부가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가져가려는 4차산업혁명, 스마트시티를 위한 기봉 바탕일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을 통해 지능화를 다질 인프라이기도 하다. 이런 공공 와이파이 확대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3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유동호 정책위원은 이 자리에서 왜 와이파이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모바일 데이터가 통신비 증가의 주범이지만 3만 원 이상 요금제 비율이 82.3%에 달한다는 점, 스마트폰 트래픽 절반 이상이 와이파이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 통신사 입장에서도 데이터 무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 상용 와이파이 무료 접속을 지원하는 등 사업 전략에서 와이파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와이파이는 크게 개인이 독자 운영하는 사설 와이파이, 통신사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상업용 와이파이,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시설이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국내에 통신사가 설치한 상업용 와이파이는 40만 대(정확한 수로는 37만 4,371개)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4만 대는 무료 개방된 상태다.
공공와이파이의 경우 한국정보화진흥원 나성욱 팀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으로 전국 관공서와 복지시설, 전통시장 등에 5만 5,000개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정보는 안내 서비스인 와이파이프리를 통해서 서비스 지역이나 이용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 늘어나는 공공와이파이, 가이드라인은 부재=하지만 유동호 위원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와이파이와 관련한 정부 가이드라인 부재를 꼬집는다. 그렇다보니 “공공장소에는 상업, 공공 와이파이 등이 혼재되어 있지만 이런 다중이용시설에선 채널 간섭이나 서비스 중첩, 서비스 음영 지역 등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는 이어 “공공 시설 내 와이파이 운영에는 반드시 공공 개입이 필요하다”며 “와이파이 같은 비면허 대역에는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15년 9월 정보화진흥원이 수립한 공공와이파이 중장기 발전 방향 수립 보고서 이후 이행 상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2년 주기로 공공와이파이 활용 가이드라인과 KS표준 가이드에 대한 정기적 현행화 의무화를 들 수 있다는 설명.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이남관 실장 역시 “와이파이 난립으로 인한 주파수 혼간섭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동호 위원은 공공와이파이 관리를 위해선 “정부와 광역단체, 기초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단일 창구로 중복 예산 관리나 품질 관리, 보안 기술 표준 관리,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자체의 경우 공공시설의 실질적 점유자인 만큼 시설 내 다양한 와이파이 운용에 대한 활용 계획을 세우고 관내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통합 관제 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우상호 의원 역시 무료 공공 와이파이 구축 공약을 내걸고 있다. 소외 지역 위주 공공 와이파이를 신규 구축하고 공공와이파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자회사 설립, 해외 대도시 사례를 벤치마크해 키오스크형 광고 모델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안이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재원 마련이나 예산 운용 방안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 자회사 운영에 대한 공공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제조건으로 먼저 “공공 와이파이 전반에 대한 공공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과 “지자체 백본 네트워크와 공공 와이파이 연계를 확대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백홀 확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성욱 팀장 역시 “공공와이파이 성공은 운영비 문제 해결이 핵심”이라며 설치 운영 기관이 운영비를 자체 부담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용도자유대역, 대중교통 와이파이 품질 높인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일규 실장은 대중교통 와이파이 서비스 개선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22∼23.6GHz 초고주파 대역을 용도 자유 대역 주파수로 공고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표한 2020 신산업·주파수 공급계획의 후속 조치 일환.
이런 용도 자유 대역 주파수를 이동 무선 백홀로 활용한다면 지하철이나 고속철 같은 열차는 물론 버스 같은 대중 교통에서 초고속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김 실장은 열차 내에서 이런 용도 자유 대역을 이동무선백홀로 활용한다면 편성당 4Gbps를 제공, 동시에 2,000명이 실시간 HD영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km 도로 내에서 10Gbps 이상을 제공할 수 있다. 수치로 따지면 동시에 5,000명에게 실시간 HD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
김 실장은 “이런 대중교통 와이파이 서비스 개선을 위한 초기 구축 비용을 절감하려면 광케이블이나 전원 등 기존 철로나 도로변에 구축되어 있는 공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초기 구축을 할 때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며 운영 비용은 운영 사업자가 광고나 포털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 수익 일부를 망 운영이나 유지보수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인터넷 인프라 구축, 제공을 위해 유무료 형태로 와이파이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이행이 필요한 인도 같은 곳에서도 정보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와이파이 기지국을 제공하는 디지털 빌리지(Digital Village) 같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정보 소외 지역에서만 공공와이파이를 확대하는 건 물론 아니다. 미국 뉴욕시는 링크NYC(LinkNYC)를 통해 공중전화 부스를 와이파이 키오스크로 바꿔 몇 년 안에 7,000여 개 이상 늘려 스마트시티 기본 인프라로 쓰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영국에서도 공중전화 부스 1,000여 개를 와이파이 키오스크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는 5G 서비스가 실시될 예정인 만큼 이동통신은 5G를 축으로 삼고 이동통신과 병행해 폭넓은 와이파이 활용도, 이미 인터넷은 사회 인프라 측면이 강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 더 나아가 빅데이터 거점 역할을 하는 사물인터넷 전용망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