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얻고자 하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서의 장기적 협력이다. 최근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 기업인 LG디스플레이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국내 유망 스타트업 찾기에 나선 것.
LG디스플레이는 80년대 중반 LG 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중앙연구소의 한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지금으로 치면 연구실 창업인 셈. 몇 명의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시작해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LG디스플레이의 태생 자체가 창업 정신 위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0년대부터는 LCD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OLED를 연구 개발을 진행해 2012년 세계 최초로 TV용 OLED를 양산하는 기업이 됐다.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2009년 이후로는 전 세계 1등의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다는 LG디스플레이가 스타트업과 상생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맡은 미래기술 육성 테스크 김영옥 책임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도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 지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내부에서도 기술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지만 외부에서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은 “LG디스플레이의 스타트업 지원은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 상생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가 스타트업 발굴,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지난 1년간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공부하며 분위기를 파악했다면 이제는 직접 신규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다. 숨어있는 좋은 팀을 발굴하기 위해 3명이던 테스크팀원도 올해 6명으로 늘렸다.
LG디스플레이가 내부적으로 지향하는 스타트업 지원 방안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 수시 지원 프로그램 운영. 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 내에 스타트업 지원 신청 페이지를 만들고 우수 스타트업이 언제든 LG디스플레이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수시 지원프로그램은 일종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초기 창업 및 개발자금, 보육공간, 기술 멘토링, 후속 투자 및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작년에는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지원 분야를 한정했지만, 올해부터 소재, 장비, 디스플레이 융합 등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사업이라면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선발하려고 한다. 지원 분야 범주를 넓혀 더 많은 스타트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이다.
김 책임은 “기술과 아이디어는 좋은데 생산에 직접 적용하면 설계적인 면이나 구현하는 방법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며”우리는 주기적으로 전문가 기술 미팅을 제공해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함께 협력을 진행할 수 있는 장비 기업 등을 소개함으로써 중간에서 연결고리를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김 책임은 “무작정 돕는 것보다는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프로그램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수시 모집을 통해 만난 기업은 모두 22개. 투자 심의까지 거친 기업은 4곳, 투자를 확정한 기업은 디스플레이 장비 기술 기업 1곳이다.
두 번째는 공모방식을 통한 스타트업 모집이다. 기존 기술 기업 액셀러레이터와의 협력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공모전을 진행한다. 협력 액셀러레이터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 하드웨어 쪽에 특화된 액셀러레이터를 선택했다. 수시 모집이 서류 검토 후 예비투자심의, 본 투자심의를 거쳐 투자를 결정하는 것과는 달리 액셀러레이터와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 교육과 데모데이도 진행한 후 투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4월 13일까지 지원팀을 모집하며 공모전 홍보를 위한 로드쇼를 부산, 대전 등 전국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 측은 올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 책임은 “올해 연구실 창업 프로그램과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 연구 기관이나 대학 연구 기관과 협력해 좋은 아이디어는 창업으로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95년 회사 설립 이래로 한 번도 실행된 적 없었던 사내벤처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외 다양한 사내벤처 사례를 연구해 LG디스플레이에 적합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김 책임은 “작년부터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해 공식적으로는 많은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1년여간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하면서 좋은 팀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해야겠다고 느꼈다”며”디스플레이 디바이스 기술부터 디스플레이를 응용한 주변 기술, 부품 및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해 상생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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