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슬칼럼]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 다네” 10센치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라는 노래인데, 부쩍 이런 달달한 노래들과 음원 깡패라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많이 들린다. 기승을 부리던 마지막 꽃샘추위도 물러간 이번 주말은 진짜 봄이 오는 느낌이다. 이제 곧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폭죽 터지듯 필 것이다.
지난겨울은 아주 길고 추웠는데 그 긴 겨울 한권의 책과 한편의 전시회가 내 마음에 남아 있다. 한편의 전시회는 인간의 실존주의적 의지를 형상화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이었다.
그의 대표작인 ‘걸어가는 사람’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마르고 뼈만 남은 얇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쓰러질 듯 비틀거리지만 똑바로 서서 걸어가는….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을 겪은 후 길을 잃어버린 인간이 그래도 살아내야만 하기에 끝없이 걸어 나가야 한다는 자코메티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인물 전체에서 느껴지는 앞으로 가겠다는 결기, 특히 정면을 응시하는 그 눈동자의 의지는 지금도 보이는 것만 같다.
한권의 책은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이야기를 담은 ‘업스타트’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창업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정리한 책이었다. 그들의 창업과 성공에 이르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지만 필자의 눈을 끈건 어려움의 시기였다.
우버의 CEO인 캘러닉이 ‘피, 땀, 라면’의 시기라고 부른 그 어려운 시기를 바퀴벌레처럼 버텨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와이컴비네이터 공동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이 에어비앤비의 게비아에게 “와우 당신들, 참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이군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어” 라고 말했던 얘기는 유명하다. 사실 바퀴벌레는 어떤 도전에서도 버틸 수 있고, 죽을 수 없는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그레이엄의 표현임과 동시에 스타트업 관련 최고의 칭찬이기도 했다. 어쨌든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며 바퀴벌레는 3억 5,000만년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의 어려움을 에어비앤비의 체스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침에 깰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는 하루를 보내면서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자기 세뇌를 했고 좋은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어요, 그리고 다시 아침에 깰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죠. 내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됐지? 내가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지라고 묻는 날들이 똑같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단계를 슬픔의 밑바닥이라고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야기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흥분이 가라앉고, 열정은 식어가고, 돈은 말라가고 매일 매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루한 날들….
사랑이 홍차처럼 뜨거운 열정과 냉커피의 차가운 현실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오는 것처럼 어쩌면 창업의 성공도 ‘두려움의 아침과 잘 될 거야’라는 자기최면의 밤사이에 아무 일 없는 일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벚꽃처럼 오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지금이 어렵다고 두려워 말고 낙심하지 말자. 현실이 어려울수록 슬픔의 밑바닥에 다다랐으니 스프링처럼 튀어 오를 일만 남았다. 바닥을 쳐야 그 단단함으로 높이 튀어 오를 수 있다. 매일 아침 두려움에 눈을 떠서 아득함 속에서 의지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나는 걷고 있고 앞으로 가고 있고 성공이 오고 있다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그들을 완성 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마리아 릴케의 시다. 뜨거웠던 여름이 아닌 당신의 그 길고 추웠던 겨울의 위대함을 믿으며 그대, 이 봄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라!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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