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가총액 조 단위가 즐비한 성공스토리와 중관촌, 심천으로 대변되는 신기술 친화적인 사회 환경까지…. 겉으로 보기에 중국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진출하기에 최적의 장소처럼 보인다.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국내 업계 연사들은 “좁은 한국 대신 넓은 중국에서 사업하라”며 한국 젊은이들의 과감한 도전을 강조하기도 한다.
중국발 스타트업 대박 소식이 줄을 이으면서 필자에게 중국 진출 관련 조언을 구하는 창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한국은 시장이 작아서 사업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중국 창업 환경이 좋다고 해서 진출해볼까 하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직 중국에 없는 아이템 같은데 팀장님만 도와주시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적극적으로 중국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그렇게 중국 진출을 원하는 분을 만나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 보통 3가지 질문을 한다. “대표님께 중국 창업을 추천한 분(주로 중국 창업 유관 컨퍼런스의 강연자)이 중국에서 본인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으신 분인가요?” “대표님 사업 아이템이 중국에서 규제하는 산업에 속하지는 않나요?” “대표님의 사업 아이템이 혹시 중국에서 활용 불가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나요?”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진출 가능 여부를 검토해보고자 가장 기초적인 걸 확인해보려 질의해보는 절차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필자의 질문에 속 시원하게 모두 대답한 창업자를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혹은 중국 진출을 통해서) 큰 성공을 거둔 한국 스타트업 대표가 직접 강연하는 컨퍼런스를 본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껏 봐온 거의 모든 중국 창업 관련 컨퍼런스는 스타트업 유관 매체나 창업지원 기관의 주도로 개최된 것이었다. 행사 취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다수 행사가 중국 비즈니스의 쉽지 않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사실 필자가 일을 하며 느낀 중국 시장은 사업가의 낙원이라기보다는 처절한 전쟁터에 가까웠다. 삼성, LG, SK, 롯데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도처에 숨어있는 산업 규제와 내수기업에 우호적인 정책, 거대 자본간 경쟁 때문에 현지 사업 유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잘나가는 글로벌 ICT 대기업 또한 겪는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근 만난 한 페이스북 관계자는 데이터 국외반출 제한, 콘텐츠 검열 등 이슈로 중국 자회사 설립이 거듭 좌절되는 현 상황을 가리켜 밑 빠진 독에 물 붇는 격이라는 표현을 쓰며 안타까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규제 장벽을 비껴간 스타트업이라고 중국 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우버 (Uber)는 2014년 관련 정부 정책이 완비되기 전 중국시장에 진출, 사업을 시작했으나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중국 주요 플랫폼 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은 현지기업 디디추싱(Didi Chuxing)과의 경쟁에서 밀려 2년 만에 사업 매각의 길을 걸었다.
당시 우버 중국 비즈니스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앱스토어, 페이스북, 페이팔 등 미국 기업에게 익숙한 서비스 플랫폼, 마케팅 채널 활용이 전부 불가능했던 중국 시장이 마치 고립무원의 땅과 같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에서 근무한 후 현재 중국 국립대학교에서 경영학 교수를 맡고 있는 중국 지인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은 한국 창업자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업이 마주해야 할 리스크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것과 전혀 달라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중국 문화, 정책, 경쟁 환경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낮고 중국인 공동창업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한국인 창업자의 경우 중국에서 바로 창업을 하거나 조기에 중국 사업을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고 중국 사업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확보했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중국 내 산업과 경쟁 환경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지속적으로 리스크를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무궁무진한 기회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 맞다. 그러나 단순히 희망에 찬 말만 듣고 뛰어들기에 사회주의 국가이며 아직도 외국 업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존재하는 중국은 너무도 위험한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 시장의 특성에 지레 겁먹고 창업의 뜨거운 꿈을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국 시장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학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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