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8 스타트업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스타트업, 대기업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해 ‘스타트업-대기업 상생 혁신 생태계 조성 및 해외 진출 활성화’에 대한 성공 사례와 성공 해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영환 국장은 ‘2019년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및 해외진출 지원 정부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이날 행사를 열었다. 김 국장에 따르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시작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거듭나기 위한 선결 과제이자 아젠다 3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로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창업/투자 선순환 구조를 개선해 활발한 투자와 달리 엇박자를 내고 있는 투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늘 컨퍼런스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스톡옵션, 사내벤처 같은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청년창업 사관학교의 활성화를 통해 현행 5개소에서 12개소를 올해 연말까지 추가하고 지원 규모 역시 기존 5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내벤처 창업과 분사 지원 사업의 경우 올해 약 100여개 사에 총 200억 원을 지원했다.
현재 중기부는 7개 부처, 6개 사업을 통해 약 7,800억 자금을 운용 중으로 특허 등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펀드, 금융권과 협력해 앞으로 3년간 10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에는 정부 중심으로 주도하던 모태펀드 활용 방안은 이제 민간쪽 제안을 먼저 수렴하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 액셀러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최대 3,000만 원 해외진출 자금 지원과 교육, 멘토링이 포함된 부트캠프, IR/전시회 등의 후속지원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바우처’ 중기부의 신설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전통적인 중소기업 지원 방식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스타트업 맞춤 지원 서비스를 추가 발굴해 적정 수행사를 통해 제공하게 된다.
중국에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우바퉁청(58同城)은 텐센트를 전략 투자사로 영입하고 현재 구인/구직을 비롯해 중고거래, 차량 매매 등의 서비스를 주력으로 중국에서 4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 중이다. 전체 트래픽 중 80% 이상이 모바일에서 일어날 정도로 모바일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바퉁청의 돤둥 부총재는 이날 발표를 통해 “현재 중국은 전국토의 58%가 도시화 됐기 때문에 아직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이라며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원을 합리적으로 안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출발한 하이테크 R&D 기반 스타트업 스웨이(Swie.io)의 AI, IoT 기술을 이용해 기업의 자동화 생산을 돕고 있다. 이밖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AI, 블록체인, 하드웨어 공급 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팩토리 같은 차세대 산업 분야까지 전개중. 지멘스, OML 등의 주요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스웨이의 벤자민 자이 대표는 기술 분야는 S-커브를 만나면 정체기를 겪게 되는데 유니백이나 IBM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이를 깨기 위한 방법으로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속적인 혁신이 비단 대기업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파괴적인 혁신이 도리어 발목을 잡아서다. 종종 급진적 변화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포착되는 이유다.
앞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 이외에 국내 VC의 생각은 어떨까? 한화드림플러스 강범두 매니저는 “버티컬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스타트업에 의한 산업 해체가 급격하게 가속화 되는 중”이라며 특정 산업분야의 A-Z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게 기존 성장 방법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한화드림플러스가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해법으로 잡은 건 철지한 현지화다. 사업 확장을 위한 파트너사와 투자사 미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의 굵직한 VC인 알리바바, 라쿠텐, 사이버에이전트 등 다양한 국적의 주요 VC에 출자했다.
또한 현재 국내 2곳, 해외 2곳에 위치한 드림플러스 핵심 거점을 통해 중국, 일본, 베트남 지역으로 빠르고 안정적인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지원 중이다. 추가로 중국과 일본에 각각 1개소씩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이종훈 본부장은 “대기업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네거티브한 시선들. 대부분의 대기업이 큰 기업(Large Corp.)지 위대한 기업(Great Corp.)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에게 개방형 혁신과 개방형 협력이 필요한 이유라며 요즘은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도는 물론이고 크기와 불확실성마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해법으로는 안으로의 지식 흐름과 밖으로의 지식 흐름을 적절히 활용하고 기업 내부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외부 혁신을 통해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고.
다양한 해결 방법 중에서 사내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 CVC)는 모기업과 벤처기업 양방향의 기술혁신과 가치제고에 동시 기여가 가능한 모델이다.
뼈아픈(?) 촌철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스타트업은 누가해도 힘든 일을 하는 조직이라며 대기업도 못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뿐만 아니다. 회사가 작아서 힘들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하고 니치 전략의 목적은 독점이라는 것.
비단 스타트업만을 평가하진 않았다. 대기업 역시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인지하고 개방형 협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시기라며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를 성공 사례로 꼽았다. 아울러 회사의 문제와 약점을 공유하고 스타트업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며 ‘차별의 원천은 규모가 아니라 속도’란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타깃은 정부였다. 정부 역시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며 정책수립/평가가 빅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인공지능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대기업의 과감한 혁신 활동을 지지하고 가이드라인 보다는 공정한 심판을 통한 정책 방향을 보여줄 시기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도 연사로 나와 글로벌 진출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스케치온의 윤태식 이사가 밝힌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대기업이라는 전직장의 굴레에 대한 고충이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고. 그리고 생각치도 못했던 음모론이 뜬금없이 등장해 스타트업 운영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인 만큼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모든 게 돈과 연계되어 있는 이상 스타트업 혼자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예를들어 킥스타터에서 3만개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펀딩 받은 금액은 70억 원일 경우 국내에서 제조사를 찾는다고 해도 3만개를 발주하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보통 최소 10만개 이상의 개런티 해야만 제작이 가능한데 펀딩 받은 예산으로는 집행이 어려워서다.
소비자가 크라우드 펀딩을 공동구매 정도로 생각하는 점 역시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제품 품질에 대한 불만과 배송 지연에 대한 부분이었다. 소비자는 보통 자신이 펀딩한 제품이 ‘제조업의 끝판왕’ 격인 최신형 스마트폰 정도의 완성도로 착각해서라고. 크라우드 펀딩은 돈 없는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일 뿐 판매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결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상생이 절실하고 정부는 공룡인 만큼 개미와 비견되는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마디로 돈이 되는 레퍼런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마지막 순서로 이뤄진 패널 토의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는데 블록체인은 국내에서 개방적이지 않은 상황. 코인 발행처럼 화폐에 준하는 신용 창출이 중심이 되는 건 정부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조가 강한편이라고. 대신 다른 기술의 대해서는 활성화 방침을 갖고 있는 편이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공산주의 색채가 강한 국가라 100% 외자 형태로 진출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지 파트너를 통해 합자 혹은 투자 개념으로의 진출을 고려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건 어떤 파트너와 진행할지 여부다.
스타트업이 힘든건 환경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인 것 같다는 참가자의 의견에는 시니어와 청년의 협력이 필요하고 자금 지원이 주축이 된 인큐베이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기업, 민간이 함께 글로벌 진출을 최종 목표로 두되 최우선 과제가 되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해외 진출 프로그램에 무임승차 하기 보다는 이걸 이용해 사업을 전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먼저라고.
패널 토의에서 나온 마지막 쓴소리는 폐부를 찌르는듯이 모든 참가자가 공감했다. 주변 도움 없이, 투자 없이 성공하는게 최고지만 그게 안된다면 “투자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것. 물론 정부지원 같은 달콤한 프로그램이 많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고. 이를 따내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어마어마한 서류작업이 당신을 반길 테니까.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