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폭락하면서 마이닝 수요로 호황을 이뤘던 반도체 기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익스트림테크,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20일(이하 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그래픽저장장치(GPU) 제조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2018년 5~7월 결산 발표에서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암호화폐는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표적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마이닝 사업자들이 마이닝을 위한 설비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인마켓캡의 21일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6,500달러 안팎으로, 지난해 12월 최고가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신들은 전용 GPU를 탑재해 계산 능력을 강화하려는 사업자의 설비 투자 의욕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간 마이닝 수요는 GPU 업계에 호황을 가져다줬다. 일각에서는 GPU와 GPU가 장착된 장비 매출이 지난 3년새 두 배나 늘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성적은 정 반대다. 지난 2~4월 2억8,900만 달러였던 엔비디아의 암호화폐 관련 매출은 5~7월 1800만 달러로 무려 94% 나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또 8~10월 매출이 ‘제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된서리를 맞은 업계는 GPU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웨이저자 CEO는 지난 7월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다음 분기는 암호화폐를 위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 3분기(7~9월) TSMC 매출에서 약 5%였던 가상화폐 관련 매출 비중은 반도체 제조가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1~3월) 20%까지 상승했다.
당시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아론 젠(Aaron Jeng) 애널리스트는 “TSMC의 매출에서 암호화폐 마이닝에 필요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10%로, 지금까지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TSMC의 관련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노무라 증권의 와다키 테크야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암호화폐 관련 비중은 제한적”이라며 낙관론을 펼친 반면, SMBC 닛코 증권의 케이 가쓰라 씨는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10~12월은 더욱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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