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콧수염 왔다”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는 업계에 콧수염 대표로 통한다. 전 대표가 그가 들른 곳은 한 영업장. 전 대표는 수제맥주 취급점 뿐 아니라 전국 8도 수제맥주 제조장을 누비고 있다. 말 그대로 콧수염 휘날리며.
전 대표는 2017년 구로구에 수제맥주 양조장을 열고 수제맥주 7종과 홉과 맥아를 비롯한 원재료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수제 맥주 업계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는 그가 양조장을 열겠다고 결심한 건 미국 유학시절 때다.
◇맥주 찾아 삼만리.. 세계 양조장에 문 두드려=“미국에서 맛 본 수제맥주는 달랐다. 기존 맥주에 첨가물로 맛을 낸게 아니라 신선한 재료로 다양한 맛을 내고 있었다.” 20대 초반, 비영리 창업단체 세이즈코리아 대표를 지내며 이미 창업 세계에 발을 들인 터였다. 그만의 아이템을 찾던 중 다양성에 눈을 떴다. 필스부터 라거, 에일까지 맥아와 홉의 조합을 통해 맛도 향도 천차만별인 맥주가 전 대표의 눈을 사로잡았다. “부어라, 마셔라가 아니라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맥주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후 유럽 양조장을 찾았다. 6개국 89개 양조장을 돌면서 유명 맥주들을 맛봤다. 전 대표는 “기술과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기억했다. 이후 전 대표가 찾은 곳은 미시간에서 세 번째로 큰 양조장인 쇼트브루잉 컴퍼니니. “수제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메일을 보낸 후 답이 없자 직접 공장을 찾았다. 양조장 허드렛일부터 제조 공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된 것도 이 곳에서다.
“처음엔 사기꾼인줄 알더라.” 6시간씩 4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에 한 타임을 빼고 모두 자리를 지켰다. 전 대표 등장으로 활력이 더해졌다. 내부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새벽 밤낮을 사람들과 붙어 있었다. 정해진 공정대로만 돌아가던 공장에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이방인은 동료로, 낯섦은 반가움으로 바뀌어갔다. 쇼트브루잉에서 시간을 보낸 지 1년 반, 전 대표는 쇼트브루잉 수장 조 쇼트를 대면했다.
조 쇼트 대표와 대면한 전 대표는 “맥주로 우주정복, 더쎄를라잇브루잉를 통해 맥주 캔을 우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대표는 유독 우주와 인연이 깊었다.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암스트롱 다음으로 달을 밟은 버즈 올드린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테리 버츠와 인연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전 대표에게 붙여준 별명은 ‘닥터 펄시스턴트(persistent)’ 끈질긴 그를 두고 건넨 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 쇼트 대표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그가 꺼낸 건 쇼트 브루어리에서 만든 ‘스페이스락’ 우주에 대한 동경을 담은 맥주였다. 우주를 공감대로 전 대표가 말했다. “진짜 우주로 맥주를 쏘아올릴 수 있게 해볼 수 있게 도와달라”
◇미시간에서 꽃 핀 브로맨스.. 든든한 파트너로=이후 조 쇼트 대표 더쎄를라잇브루잉 설립부터 운영까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손을 건넸다. 어느 날 전 대표가 왜 이리도 자신을 도와주느냐고 묻자 조 쇼트 대표는 “자신의 옛 모습을 보는 거 같다”고 답했다. 조 쇼트 대표도 21살에 쇼트 브루어링을 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힘든 길이지만 끝까지 해보고자 하는 친구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도 그래서라는 설명이다. 둘 사이 국적과 나이, 인종은 다르지만 인간적인 교감이 이어졌다. 조 쇼트가 전 대표에게 지어준 별명은 리틀 조 쇼트. 둘은 우정의 상징으로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 전 대표는 공장 설립부터 맥주 제조까지 본격적인 수제맥주 양조 사업에 나섰다. 로고엔 캔 맥주에 인공위성을 장착해 우주 진출의 의지를 담았다. 구로에 자리 잡은 양조장에서는 로켓필스, 멜로우, 디날리, 우주IPA등 7가지 맥주가 생산됐다.
새로운 맥주를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원재료 유통에도 참여하고 있다. 브리즈 맥아와 독일 홉스테이너를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에 공급한다.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홉은 콜드체인이 탑재된 항공 운송을 이용한다. 상온으로 수입하는 홉은 신선도나 품질 면에서 최상의 상태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성장기는 온다..국내 수제맥주 업계 협업 이끌 것=전 대표가 강조하는 건 협업이다. 전 대표는 “농장 프로세스와 원재료 유통 과정을 파악하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원재료를 수급할 수 있었다”며 “같은 재료를 쓴다 해도 배합이나 공정에 따라 맛은 달라지는 법이니 경쟁하기보다 좋은 재료를 써서 맛있는 맥주를 만들면 그만 아닌가”라고 답했다. 현재 전국 120여개 양조장 중 60곳이 더쎄를라잇브루잉이 들여온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성장기 기다리며 끈질기게 버틴다. 시장이 작다고 해서 멈출게 아니라 시장을 만드는 사람이 될 것,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전 대표는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까지는 시장은 작은데 플레이어는 많다는 판단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투자금이 과도하게 투입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잠재력은 충분하다는데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 대표는 국내외 수제맥주 업체와 협업해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맥주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그의 목표는 언제 어디서나 음용성 갖춘 다양한 맥주를 쉽게 먹을 수 있는 것. 전 대표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쎄를라잇브루어리는 정직하게 원재료를 않고 정말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올해 더쎄를라잇브루잉을 전국에 확대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장 안착을 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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