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불편의 간격을 꿰맨다. 덕분에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 손 안에서 이동 수단을 부르고 여행지를 미리 탐색해 보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어떤 불편은 예전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다. 들여다보지 않아서거나 상대적으로 소수가 겪는 불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이동하거나 여행을 갈 때,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우주로 들어가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편리함의 간극은 벌어져 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불편함을 안고 산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복지법 제 14조는 장애인의 날로부터 한 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스쳐 지나간 불편함을 곱씹는 서비스다. 어떤 서비스는 장애인이 마주하는 일상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고 편리함을 끌어올린다. 또 어떤 제품은 사람과 사람이 편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불편함의 질감은 제각각이지만 분명한 건 이들 모두 따뜻함을 전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따뜻함의 정의 또한 상대적이지만 본문에서의 기준은 정여민 군의 표현을 빌리고 싶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란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정여민, <마음의 온도는 몇도일까요?> 中
◇앞으로 나아간다, 이동권의 확대.. 토도웍스, 타다 어시스트=휠체어가 등장한지 100년 째. 선택지는 두 개다. 수동 휠체어와 전동 휠체어. 장단은 뚜렷하다. 수동은 가볍지만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 장거리나 오르막길을 이동할 때 힘이 부친다. 전동 휠체어라면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다. 조이스틱으로 조작하면 먼 거리도 상대적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반면 무겁다. 100kg가 육박해 매일 같이 차에 싣고 다니기는 요원하다. 가격도 300만 원 대를 웃돈다.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이동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토도웍스는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바꿔주는 전동키트로 이동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배터리, 모터, 조이스틱으로 구성된 토도 드라이브 키트를 수동 휠체어에 장착하면 전동휠체어처럼 조작이 가능하다. 앱과 연결하면 무선으로도 휠체어를 조작할 수도 있다. 키트 무게는 4.5kg로 전동휠체어의 절반 가격이다.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목표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토도웍스는 세잎클로버 플러스 프로젝트를 통해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초등학교 아동에게 몸에 맞는 휠체어와 토도 드라이브를 제공하고 올바른 휠체어 사용법을 전하고 있다.
브이씨앤씨는 지난 3월 장애인과 만 65세 이상 교통 약자를 위한 ‘타다 어시스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출범하며 발표한 것처럼 모든 사람의 이동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타다 어시스트도 장애인 이동권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표준 사이즈 수동 휠체어 적재는 물론 휠제어 슬로어가 구비돼 있어 전동 휠체어 운반도 가능하다. 운전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재활재단에서 장애인 활동 보조 교육을 40시간 이수한 기사가 맡는다. 요금은 기존 타다 베이직의 70%선이다.
현재 타다 어시스트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 송파 관악 3개구다. 장애인 이동 현황과 노령자 병원 접근성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해당 구역에서 우선 선보이되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추후 서울시와 각 지방정부와 협력을 통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아울러 호흡기 장애인용 전원 공급,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기능도 준비 중이다.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더…마도로스, 어뮤즈트래블=더 먼 곳까지 편리하게 갈 수 있다면 볼거리가 필요한 것도 당연지사. 어뮤즈트래블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현재 서울, 경기, 강원도 여행지를 발굴해 숙박, 음식, 교통이 연계된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행지 발굴 정보를 토대로 휠체어 네비게이션 앱도 개발한다. 이동이 편리한 턱없는 도로,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된 장소 정보가 앱에 수록될 예정이다. 여행 콘텐츠와 데이터 기반 기술로 장애인의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어뮤즈트래블의 목표는 더 많은 장애인이 여행지에서 보이는 것. 이를 통해 장애인의 삶의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전국 배낚시 예약플랫폼 마도로스는 바다로 보폭을 넓혔다. 마도로스는 4월부터 시각장애인 무료 승선 캠페인을 통해 바다낚시 손맛을 전한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레저 활동 기회가 적은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자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것이 마도로스 측 설명이다.
낚싯배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한다. 마도로스가 준비한 선박은 강백호와 열혈강호, 시각장애인과 보호자 포함 8명 이상이 모이면 출항한다. 안전을 위해 보호자가 동반 승선해야 한다. 낚시 장비를 대여해 직접 낚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낚시 방법은 마도로스가 현장에서 전한다. 선상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맛보고 함께 라면 식사를 하는 것도 배 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
마도로스 측은 “배낚시가 단순 체험을 넘어 시각장애인의 취미 생활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욱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캠페인은 마도로스가 사라지기 전까지 진행할 것”이라며 “캠페인 호응도에 따라 시각장애인 복지기관과 함께 연중 행사를 추진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텃밭에서, 온라인에서, 예술로 만나요..동구밭, 와디즈, 키뮤스튜디오=텃밭에서 채소만 심은 게 아니다. 이들이 심은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다. 발달장애인과 텃밭을 일구는 일로 시작해 천연 비누, 주방 세제까지 선보이게 된 동구밭 이야기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3분의 2가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회성 결핍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해결 방법은 명확했다. 친구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현재 동구밭 모델이다.
동구밭에서는 텃밭에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로 유기농 작물을 키워 수확한다. 수확한 작물은 동구밭 팩토리에서 비누로 재탄생한다. 만들어진 비누는 1,000시간 숙성 후 국내 30여 곳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평균 근속일이 2-3개월이지만 동구밭 근속 년수는 1년을 넘는다. 월 매출 400만원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 장애인 사원을 1명 더 고용하고 있다.
키뮤스튜디오는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서번트증후군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키뮤스튜디오에서 이들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일 뿐이다. 소속 예술가는 서번트 아티스트로 감각적이고 힙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은 전시 뿐 아니라 일러스트, 패턴, 가방, 휴대폰 케이스 등 굿즈로도 사람들과 만난다.
이들의 재능이 더 많은 이들과 맞닿을 수 있도록 서번트 아티스트를 발굴하교 교육과 전시를 기획하는 건 키뮤의 몫이다. 키뮤는 서번트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활동과 성장을 위해 미국 뉴욕 NYNOW, 영국 런던 KBEE, 중국 광저우 Cantonfair 등 해외 전시에 참가하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발달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벗고 오직 재능으로 세상에 감동을 주는 가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이 불편의 간극을 줄인다면 플랫폼은 접점을 만든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장애인 인식 개선 관련 소셜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폐성 장애인 소리를 음악에 녹여낸 ‘평범한 노래’ 프로젝트에 170명이 참여, 460만 원 펀딩을 이끌어냈다. 발달장애인 아들에게 제빵 기술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황선학 파티셰의 작은 빵집, 시각장애인 창작자 프로젝트 ‘눈 감고도 크리에이터 되기’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올해도 기부, 후원, 리워드, 공연형 등 소셜 캠페인이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 운동선수의 꿈을 응원하는 몰드브릭 캠페인은 4월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쳤다.
◇기술로 정보 접근성 높였다.. 설리번, 소보로 =장애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7년 기준 70%를 넘어섰다. 열 명 중 한 명이 소지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 접근성을 확대할 여지도 커진 셈이다. 투아트는 시각장애인이 쉽고 편하게 주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인공지능 음성안내 앱 설리번이다. 헬렌켈러의 스승 설리번 선생님처럼 시각장애인의 눈과 손이 되어 희망을 볼 수 있길 기원하며 설리번 플러스 앱을 개발했다는 게 설리번 측 설명이다.
설리번은 딥러닝 기술로 학습된 신경망을 이용해 스마트폰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인식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주변의 환경, 텍스트, 인물, 색상 들의 정보를 음성으로 설명한다. 자료 인식 결과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저장할 수도 있다. 사람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 할 때는 설리번 앱 내에서 영상통화 연결을 통해 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소리를 보는 통로라는 뜻의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정보 접근성에 주목한다. 인공지능 기반 문자 통역 서비스를 통해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설정도 가능해 정보 접근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현재 소보로는 국립특수교육원, 서울애화학교, 청음복지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포함 총 18곳 교육기관, 일반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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