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은 사실상 기득권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이사는 3일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기업가정신 포럼 패널토론에서 국내 창업가들이 기업가정신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첫 창업해 엑싯 한 후 한국에서 두 번째 창업한 연쇄 창업자다. 그는 “기업가 정신은 일종의 반항정신”이라며“기존의 틀을 깨고 반기를 들 수 있는 정신이 핵심인 데 사실 이는 기성 집단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업 역시 신기술에 있어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은 자본력에서부터 밀려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자본주의 사회는 가만히 내버려둬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거대한 기업은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어 벤처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 벤처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더욱 어려운 이유는 정부와 대기업의 공생관계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대기업의 횡포를 정부가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 반대라는 것. 박 대표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예로 들며 “사업 노하우, 인맥이 있고 언어 장벽도 없는 자국에서의 창업이 타국에서보다 어려운 것이 한국 창업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한국내 창업이 어려운 이유를 한가지로 꼽을 순 없다”며”제약 하나 하나가 모여 벤처기업의 성공가능성을 5%, 10%씩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 주도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이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의 관행과 관습을 버리지 못한 것도 이유”라며”이런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면 벤처가 설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실장은 기업가 정신 교육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석 실장은 “지난 몇 년간 기업가 정신 관련 예산은 계속 줄어들었다”며”기업가 정신 교육은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석 실장은 청소년에게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비즈쿨 프로그램을 정부 지원의 사례로 들며 “초등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보다 코딩을 하는 기회를 열어주는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아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 시절부터 기업과 친밀한 관계를 쌓게 하는 것”이라며“기업인과 학생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등 정부차원에서도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알리겠다”고 말했다.
배종태 카이스트 교수는 기업가 정신을 가치창출로 정의했다. 배 교수는 “과거 대기업 중심의 1세대 기업가 정신, 중소벤처기업으로 성장한 2세대 기업가 정신을 지나 이제 기업 간 연계를 통한 가치 창출 중심의 3세대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혁신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지금까지는 모방을 해왔기 때문에 혁신을 완벽한 것으로 착각했을 뿐 혁신은 고정관념과 기득권을 없애야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참석해 기업가정신포럼 개최를 축하했다. 박 장관은 축사에서 “기업가 정신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등 1세대 기업가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불굴의 정신이 기업가 정신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업가 정신 재단 연구소가 좀 더 활발하게 움직여 주길 바란다”며 “중소벤처기업부도 청년들의 열정과 미래, 꿈을 지원하기 위해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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