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더시드 칼럼] 요즘 강남역 주변을 걸어 다니다 보면 작년과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서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 올해까지 강남 일대를 시범지역으로 운영을 시작한 공유 킥보드 회사만 3개다.
미국에서는 공유 킥보드업체 선두업체 ‘버드(Bird)’와 ‘라임(Lime)’이 이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버드는 역사 상 최단기간 내 유니콘이 된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유럽 등지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공유 킥보드 서비스가 운영된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규 시장 중 하나로 공유 킥보드 시장이 손꼽히고 있다.
공유 킥보드가 속해있는 ‘라스트 모빌리티’ 시장은 걸어가기엔 멀고, 차나 대중교통을 타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은 크게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가 있다. 어릴 적부터 타왔던 자전거에 비해 전동 킥보드는 익숙하지 않아 ‘힙’하며 따라서 신선한 주행경험을 선사한다.
필자는 올해 4월부터 강남역 일대에서 공유 킥보드 업체 매스아시아의 고고씽, 올룰로의 ‘킥고잉’, 펌프의 ‘씽씽’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편리하고 빠른 것 그 이상의 주는 매력이 있어 양재역부터 선릉역 사이에서 이동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공유 킥보드를 이용한다. 가격은 처음 5분에 1,000원, 5분 경과 후에는 분당 100원이라 버스 이용요금에 비하면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서비스 초기이고 경쟁이 치열하여 각 회사에서 진행하는 쿠폰 이벤트만 잘 이용하면 아직은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두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하는 즐거움도 느꼈지만 동시에 수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 어떤 문제는 다시는 킥보드를 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먼저 공유 킥보드 서비스의 위치 인식 능력은 비참한 수준이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의 모바일 앱을 실행하면 가장 먼저 서비스 제공지역의 지도와 사용 가능한 공유 킥보드의 위치와 일련번호가 나타난다. 하지만 지도를 보고 기기가 있다는 곳으로 갔을 때 정확한 위치에 킥보드가 서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GPS의 미세한 위치 인식 오류라 생각하고 그 주변을 샅샅이 살폈지만 해당 일련번호를 가진 기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이 몇 번 지속되자 지도상의 위치를 통해 킥보드를 찾는 걸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기기를 찾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현재 2,000대 가까운 공유 킥보드가 강남 지역에서 운영 중이라 놓여있는 기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앱을 실행하고 주행을 위해 QR코드를 인식시켰을 때 ‘점검 중인 기기입니다’ ‘배터리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잦았다. 한번은 강남역 1번출구부터 뱅뱅사거리까지 가기 위해 기기 8대를 사용하려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해 걸어간 경우도 있었다.
현재 공유 킥보드의 평균적인 배터리 이용시간은 2시간으로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하루에 최소 3번은 충전해야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킥보드 수거, 충전, 재배치 프로세스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아 수많은 ‘작동불능’ 기기들이 거리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지도를 보면 위치가 제대로 안 나오고, 직접 찾아서 이용하려면 배터리가 없는 상황이다.
제한된 서비스 지역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도 있었다. 아직 서비스 시행 초기이기에 충분히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문제는 서비스 제공지역의 경계를 벗어나게 되었을 때 발생한다.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면 기기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 우선 소리가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는다.
그 상태로 100∼200미터를 가면 기기가 멈추는데 그때서야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기기를 몰고 서비스 지역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바퀴에 락이 걸려 움직이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무게의 기기를 끌고 돌아가기에 너무 많은 힘이 든다. 이런 상황 때문에 실제로 서비스 지역 밖 곳곳에 기기들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기기들은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직접 와서 수거해갈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킥보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QR코드가 제대로 안 읽히는 문제, 언덕길에서 주행력이 현격이 낮아지는 문제 등 여러가지 불편함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 킥보드가 주는 매력은 무시할 수 없다. ‘탈 수만 있다면’ 도심 사이를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공유 킥보드는 분명히 우리의 일상 속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공유 전동 킥보드의 이용경험에 대해서만 다루었지만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예상되는 사회적, 제도적 과제들 또한 명백하게 존재한다. 새롭게 생겨난 산업이기에 현재 각국마다 전동 킥보드 이용 허가와 주행에 대한 기준이 상이하며 관련 법규가 없는 나라도 많다. 공유 킥보드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일반 시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도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총 233건으로 2015년 15건에 비해 15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미국 등 공유 킥보드 선진국에 사례에서 보여주듯 시장은 계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며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시장 초기에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산업이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법률적 이슈에 대한 대응보다 기본적인 이용경험을 가장 빠르게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노력에 있지 않을까. 두 달간 서비스 이용하며 느꼈던 단상이다.
※ 비더시드 – 시드 스타트업 컨설팅 액셀러레이터로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 멘토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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