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업에서 혁신은 ‘고려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즈비카 포퍼 하이프스포츠이노베이션 VP는 29일 스포츠테크 혁신 생태계를 주제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이노벡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이프스포츠이노베이션은 스포츠테크 글로벌 생태계 내 스타트업 1만 1,000여 곳과 700여 VC/투자자, 450개 구단을 비롯 광범위 네트워크를 보유한 커뮤니티 기업이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스포츠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며 “예전에는 집에서 TV 앞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중계 경기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 관중은 일단 스크린 하나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을 만족시키려면 구단, 스포츠 브랜드, 미디어 모두 나서 새로운 경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즈비카는 키노트를 통해 먼저 스포츠테크 혁신 메가 트렌드 3가지로 ▲경기 시간 단축 ▲깊은 게임 경험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소통 플랫폼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해 스포츠테크 관련 설문조사 결과, 변화가 가장 시급한 종목 3가지로 농구, 골프, 테니스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슬로 스포츠’다. 농구와 테니스는 한 경기가 각각 3시간과 1시간 반이 소요되고 골프는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은 종목 중 하나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관중은 가만히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만 바라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뿐더러 지루해 한다. VR, AR과 같은 깊은 경험 혹은 직접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답답함을 줄이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서비스로 그가 소개한 것은 코트비전. 코트비전은 미국 스타트업 세컨드 스펙스럼이 개발한 스포츠 AR 기술로 빅데이터 분석과 OTT 서비스를 활용해 농구 경기 중계 화면에 실시간으로 선수 바이탈 사인과 슛 성공률, 이동경로를 비롯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필터를 입혀 제공한다. 이미 폭스 스포츠와 협업해 미국 프로농구 LA 클리퍼스 팀 경기 중계에 이를 도입, 실제 시청자에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기 관람뿐 아니라 선수들과 소통하고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즈비카는 “한 구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보다 소속 선수 한 명이 확보한 팔로워가 더 많은 게 놀랍지 않은 시대다. 젊은층은 이제 매체 간섭 없이 직접 선수와 소통하길 바란다”며 ‘레브론 제임스 효과’를 언급했다. “미국 농구선수인 레브론이 2010년 마이애미 구단 활동을 시작하자 지역 레스토랑 수입이 몇배씩 오르다 2014년 구단을 떠나자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필드 내에서 선수가 보이는 스포츠 활동뿐 아니라 필드 밖에서 어떤 아이템을 착용하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지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환경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한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 관한 대표적 서비스로 언급된 것은 OTRO다. OTRO는 종목별 유명 선수와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나의 또다른 구단’이라는 컨셉 하에 선수와의 라이브챗, QnA, 챌린지 코너, 오프라인 만남을 마련한 바 있다.
그밖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으로는 e스포츠를 언급했다. e스포츠는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게임을 가리키는 데 때문에 반드시 육체적인 활동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례로 언급된 ‘드론 파이터’라는 대만 출신 기업은 드론과 VR기기를 연결해 장비를 착용한 이용자가 드론을 조종하며 레이싱 경기를 벌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스타트업 ZWIFT는 겨울에도 사이클 선수들이 경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가상 사이클링 콘텐츠를 마련한 데서 시작, 이제는 일반인 대상 컴피티션 및 트레이팅 콘텐츠로 발전한 케이스다.
키노트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의에서는 즈비카를 포함, 칭야오 왕 아시아태평양액셀러레이터네트워크 회장, IC 젠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 대만 주재원, 몰리 황 벨로대시 대표, 매기 슈 대만 교육부 스포츠부서 책임, 카트리나 챈 큐보 디렉터가 스포츠테크 스타트업 해외 진출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몰리 황 대표는 “스타트업이 자금을 확보할 방법은 많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글로벌하게 생각하는 한편 타겟 시장이 있다면 그에 접근하는 방편으로 현지 퍼실리테이터나 VC를 확보하라”고 전했다. 카트리나 대표는 “요즘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동남아지역을 주목해야 한다”며 “많은 젊은 인구 보유한 지역이기 때문에 스포츠 소비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 계속 쫓아가야. 대기업이 뭘하는지보다는 새로이 무엇이 나타날지. 재정의할 기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매기 슈 책임은 “화면으로만, 정보로만 접하지 말고 실제 현지에서 진행되는 경기 현장에 가서 관중이 경기를 어떻게 즐기는지, 선수들은 어떤 열정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지 직접 가까이서 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스포츠테크 확장성과 유망성을 강조하기에 나선 IC 젠 주재원은 “스포츠 분야는 헬스, 라이프스타일, 뷰티를 비롯해 유관 분야가 많다. 고령화가 화두로 떠오른 최근에는 웰빙으로도 연관짓기도 한다”며 “관건은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서비스를 해외에 퍼트리고 유행처럼 번지며 사회에 변화를 만들라”고 조언했고 카트리나 챈 대표는 “스포츠테크는 산업 하나가 아니라 사회 전체와 포괄적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비즈니스 성공을 원한다면 라이프스타일 전반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포착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즈비카는 “스포츠산업이 어떤 시도를 하든 그것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이어가는 것이 미래 스포츠테크의 관건”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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