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과 함께 조명이 어둑해졌다.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펼쳐진 인액터스 준결승전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국내 23개 대학에서 활동하는 인액터스 팀 중 최종 무대에 설 팀은 단 4팀. 결승전에 오를 후보가 발표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식과 환호성이 이어졌다. 호명된 학교는 고려대와 동국대, 서울대, 연세대다. 대학별 대표는 발표 순서를 정하기 위해 무대로 나섰다.
2019 인액터스 코리아 국내 대회 결승전이 24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인액터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생 연합단체다. 전 세계 36 개국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진행된 프로젝트는 6,500여 개다. 폐매트리스 부품 사업으로 노숙인 자립 토대를 마련한 벨몬트대, 버려진 굴 껍질을 비료로 생산해 환경오염 해소에 앞장 선 샤면대 활동 모두 인액터스 활동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28개 대학에서 인액터스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마리몬드, 동구밭, 두손컴퍼니, 고요한택시, 끌림도 인액터스 출신이다. 이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소셜벤처로 이름을 알렸다.
이 날 열린 국내 대회는 전국 인액터스 대학팀이 1년 동안 비즈니스 프로젝트로 이뤄낸 지역사회 변화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가 팀은 17분 동안 1년 동안 수행한 1-2개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심사위원 질문에 답했다. 인액터스를 후원하는 현대해상, 삼정KPMG, SK행복나눔재단, KCMC, 카길애그리퓨리나, HSBC, Fasoo, 소녀방앗간 임직원과 기업인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프로젝트가 지닌 경제, 사회적 가치를 가늠했다.
지난해에는 택시 앞자리와 뒷자리에 태블릿을 설치해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와 승객간 의사소통을 돕는 동국대 고요한택시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우승팀은 서울대 인액터스에 돌아갔다. 서울대 팀은 2017년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해 폐지 수거 노인의 수익 창출을 돕는 끌림 프로젝트로 2017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대회 우승 팀은 한국 대표 자격으로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인액터스 세계 대회에 참가한다. 학교는 발표 시점엔 비공개로 유지하며 시상식 때 공개됐다.
서울대 인액터스는 시각장애인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 프로젝트 봄그늘 ▲ 노인 지하철 택배 플랫폼 두드림 ▲여유 식품 할인 판매 중개 플랫폼 다인을 소개했다. 이 중 봄그늘은 빛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주제로 50분 간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힐링대화 서비스다. 어둠 속에서 상대적으로 원활한 활동이 가능한 시각장애인과 대화를 원하는 이용자를 연결하면서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이용자는 마음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봄그늘은 2017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 선발, 교육을 강화하며 시각장애인의 직업군 확정에 힘쓰고 있다.
2위을 차지한 연세대 인액터스는 서울시 청계천 헌책방 거리 활성화 책잇아웃 ▲쓰이지 않는 악기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악기 공유 플랫폼 받아쓰기 ▲북한 이탈주민과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들이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음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음프로젝는 내,외적 요인으로 탈북 정체성을 밝힐 수 없어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어려운 북한 이탈주민이 익명성이 보장된 팟캐스트에서 활동하며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8년 시작한 팟캐스트 사부작은 구독자 1,000명, 재생 횟수 14만을 돌파했다.
고려대학교, 동국대는 각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려대학교 인액터스 팀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테마로 ▲보육원 퇴소 후 자립 프로젝트 보담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돕는 콤마에이 ▲폐자전거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뉴턴을 소개했다. 동국대는 성인발달장애인과 함께 만드는 블랜딩티 비에이블 ▲ 발달장애인 취업 플랫폼 코넷을 발표했다.
이보균 인액터스 코리아 회장은 “예전에는 마을에 대학생이 한 명만 있어도 한 마을이 변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대학교에 있는 인액터스가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순위를 정해야 하는 자리지만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우승자다. 축제를 즐기고 좋은 에너지를 받아가라”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차태진 AIA생명 대표는 “기업가 정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인액터스의 열정을 봤다”며 “기업의 경제적 활동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이 자리에 모였지만 오늘 발표를 들으며 경제적 가치에 버금가는 사회적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여러분의 열정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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