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상황에서 생명 살리는 휴대용 초음파 기기

휴대용 초음파 기기 개발사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창업자다. 공대를 졸업하고 고화질영상저장장비를 개발해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후 다소 늦은 나이에 의학전문대에 진학, 의사로 3년간 일하다가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응급실에서 일할 당시 환자였던 산모와 아이를 눈앞에서 잃은 것이 계기가 됐다.

류 대표는 장비 부족으로 환자가 이송 중 사망하는 경험을 한 후 응급 현장에서 필요한 휴대용 의료 장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개발도상국 같은 경우는 산모들이 가정 분만을 하다가 죽는 경우가 많아요. 응급상황에서 초음파로 보지 않으면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데 장비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힐세리온의 휴대용 무선 초음파 기기 소논은 이렇게 탄생했다. 주머니 바지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 무게는 370g, 가격은 고가 대형 초음파 장비의 10분의 1 정도다. 정밀 검진용이 아니라 1차 진료 현장에서 조기 검진과 처치 유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휴대용 초음파 제품인 것.

기기에 무선 와이파이를 탑재해 모바일 앱으로 연결하면 환자의 상태를 바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첫 제품 라인은 복부초음파기기 소논 300C. 고가의 초음파기처럼 아주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응급 시 환자 복부에 출혈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응급처리가 가능하다. 복부초음파 기기 이후 근골격, 마취통증, 스포츠 의학에 활용 가능한 소논 3000L도 출시했다. 주파수가 복부용 보다 3배 정도 높아 선명하게 환 부위를 살펴볼 수 있고 초음파 영상에는 컬러 기능을 입혔다.

힐세리온이 진입해있는 휴대용 초음파 검사기 시장은 2년 전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9년 GE가 처음으로 휴대용 기기를 내놨고 그때보다 기술적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기술 성숙도는 낮은편이다. 현재 필립스가 힐세리온과 비슷한 사양의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힐세리온이 노리는 시장은 초음파 시장 중에서도 핸드핼드 시장이다. 그는 “초음파 시장이 약 7조며 핸드핼드는 여기에 약 5%를 자치할 것으로 본다”며 “전문의들은 2명 중 한 명꼴로 개업을 하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를 보유하기 어려운 개업의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에 따르면 1차 의료분야에서 초음파 기기 보급률은 1% 미만이다. 그는 “휴대용 초음파라고 하면 대형 장비를 그냥 작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휴대용은 전압이 기존 장비의 50~100배 이상 높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국내 특허 출원 5개, 해외출원 22개 등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를 하려면 무조건 본투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하라”로 조언했다. 국내에서 헬스케어 분야가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하지만 시장이 작기 때문에 규제를 이겨나가면서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기업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힐세리온은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지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힐세리온의 다음 도전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휴대용 초음파 기기에서도 선명하고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버추얼 가이더가 되겠다는 것.  도로주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을 위한 네비게이션인 셈이다. 류 대표는 “핸드핼드 초음파로도 고화질 초음파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슈퍼 해상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힐세리온을 설립할 때 미션 자체가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의료기술을 평등화시키는 것이었다”며 “큰 병원이 아니라 1차 개인병원, 보건소 등 비어있는 시장의 의료 불균형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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