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DDP에서 둘째날을 맞이한 스타트업 서울 2019이 대기업–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모인 이들은 강태욱 롯데액셀러레이터 심사역, 김종훈 삼성넥스트 프로, 이재훈 CJ주식회사 팀장, 크리스티안 디에크만 벤츠코리아 상무. 이들은 각각 자사–스타트업간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를 소개하며 바람직한 협력 모델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자리를 통해 각 패널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였다. 이재훈 팀장은 “간혹 공모전에 지원한 스타트업 중에는 운영 기업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지원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해당 기업이 어떤 경영 철학을 가졌고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사업 진행하는지, 나와 잘 어울릴 듯한 사업 혹은 계열사는 무엇인지 충분한 고민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욱 심사역은 ‘기브 앤 테이크’의 자세를 언급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기업은 혁신을, 스타트업은 물적, 인적 인프라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대기업에서는 계열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스타트업에 대한 대응도 달라진다. 상대방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협업 논의를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라 전했다. 강 심사역은 또 대기업 실무자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대기업의 3개월과 스타트업의 3개월은 다르다.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을 못하면 한 달 안에도 죽을 수 있다”며 “자신이 결정할 사항이라면 바로 얘기해주고 팀장, 부장까지 가야할 사안이라면 대략적 소요 시간이라도 알려주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라는 것.
이재민 프로 역시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사고방식도 프로세스도 다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의견 조율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적 교감과 충분한 대화다. 실제 협업에 앞서서도 상대 스타트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인한 다음 워크샵,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성과 시너지를 검증하려 한다.”
앞서 이재훈 팀장과 강태욱 심사역이 언급했듯 대기업–스타트업간 상호 이해의 중요성은 대기업이 계열사별로 전문 사업 분야를 구분짓는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날 소개된 스타트업과의 협업 사례는 각 계열사 혹은 사업부별로 지원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삼성넥스트는 주로 삼성전자 모바일에 탑재할 만한 딥테크에 집중해왔다. 빅스비, 삼성페이의 백본으로 기능하고 있는 ‘켄진’의 인공지능 엔진과 ‘룹페이’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CJ는 CJ대한통운을 앞세워 물류 공모전을 진행, 국내 한 스타트업의 비정형 이미지 피킹 기술을 대한통운 물류 센터에 적용을 시도했거나 E&M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육성 계열사 DIA TV로 광고, 콘텐츠 제작을 연계하기도 했다. 다만 CJ의 경우 미디어 영향력을 활용한 전반적인 홍보, 마케팅 지원이 돋보이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비교적 다각적으로 협업하는 편에 속했다. 넥밴드형 360도 카메라를 개발한 ‘링크플로우‘는 롯데첨단소재, 롯데캐논이 양산과 후속 투자를 맡았고 피부 프린터 ‘스케치온‘는 마찬가지로 롯데첨산소재가 양산을 진행했다. 또 롯데월드타워는 링크플로우 제품을 대테러팀이 근무 시 착용하거나 스케치온 제품은 행사를 진행할 때 입장권 QR코드, 바코드를 방문객 피부에 입력하는 데 도입했다는 것. 식음료 마감할인 플랫폼을 선보인 ‘라스트 오더‘ 역시 세븐일레븐과 롯데 GRS 산하 브랜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했으며 그밖에 광고계열사 대홍커뮤니케이션에서 롯데 액셀러레이터 L-Camp 1기 기업 ‘보맵‘의 광고를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각 패널은 앞으로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 방향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이재훈 팀장은 “특정 계열사뿐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와 연계해 충분한 기회, 융합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 성공 사례가 쌓인다면 그룹내 우리 조직이 갖는 레퍼런스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과 일하는 것은 좋은 레퍼런스지만 프로젝트 완성까지는 또다른 형태 인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프로세스 간소화 역시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민 프로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스탠다드가 높은 것 맞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벽을 스타트업이 쉽게 올라가도록 돕는 것이 삼성넥스트의 역할이라 본다. 첫 만남부터 사업부와 연결하고 실제 협업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강태욱 심사역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꼭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만 있다는 생각은 버리길 권한다.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인수나 공동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면 정말 열려 있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을 전했다. 또 자리에 참석한 스타트업에 “대기업과 협력하려면 어느 정도 덩치가 있는 것이 좋다. 서비스 공동 개발은 아무리 짧아도 3~4개월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다른 사업을 시도하거나 스케일업에 나설 수도 있다. 아직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면 기회비용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라“는 조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