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문방구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다. 필름으로 찍은 연예인 사진이다. 사진 가격대는 500원 대로 문방구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호품 치고는 꽤나 가격대가 있었지만 사진은 문방구 스테디셀러 중 하나였다. 좋아하는 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팬심’의 발로였다. SNS 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마음을 간직하는데서 나아가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 어떤이는 인터넷으로 사진을 저장하는가하면 누군가는 SNS로 댓글을 주고받는다.
팻캣은 크리에이터와 팬이 만나는 새로운 방식을 들고 나왔다. 모바일로 팬에게 개별적 요청을 받아 콘텐츠를 전달하는 리액션 팬서비스 ‘온디’다. 크리에이터와 팬의 쌍방향 소통, 불특정 다수가 아닌 팬 개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고창원 팻캣 대표는 “비디오 리퀘스트 플랫폼 ‘온디’는 후원 놀이 문화를 24시간 확장하면서 크리에이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온디는 기본 이벤트 커스텀 세 가지 미션으로 구성됐다. 기본 미션은 크리에이터가 등록해 놓은 미션이 담겨있다. 예컨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셀카나 동영상, 영상 상담 등을 미션으로 선보일 수 있다. 모든 미션 내용과 과금은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정한다. 한 크리에이터의 경우 사진은 300원, 영상은 600원에 책정했다. 행운 미션과 같은 재미 요소도 가미했다. 1달러에 워렌버핏과 식사하기’ 등 당첨형 미션이 대표적인 예다.
커스텀 미션에서는 팬들이 원하는 미션을 크리에이터에 직접 요청할 수 있다. 먹방 크리에이터의 경우 메뉴를 요청하는 식이다. 미션 수행에 필요한 금액은 팬들이 제안한다. 크리에이터가 거절하면 후원금은 모두 환불된다. 온디를 기획한 조철희 이사는 “팬들이 원하는 소재를 선보이고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아이디어를 모으는 창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유튜브 채널에서도 콘텐츠 관련 댓글로 팬들 반응을 확인할 수 있지만 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커스텀 미션의 경우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정제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도 ‘카메오’와 같은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두 서비스는 비슷해보이지만 가까이서 뜯어보면 다르다. 카메오가 스눕독, 니요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온디는 크리에이터 중심이다. 생일 축하 영상 등 단순한 요청을 수행하는 카메오와는 달리 온디는 기본 미션, 커스텀미션으로 세분화했다. 조 이사는 “수익구조 다각화 뿐 아니라 재미도 서비스에 중요한 요소였다”며 “크리에이터가 팬들과 놀면서 콘텐츠를 부담없이 만들고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뷰티, 키즈, 스트리머 등 각 분야 탑 50명의 크리에이터가 온디 이용을 확정지었다.
“추후 비슷한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자신있다 .일단 써보면 안다. 오히려 (온디와) 비슷한 서비스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시장은 커지면 커질 수록 좋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동아리에서 만난 고창원 대표와 조철희 이사, 해외파 김도현 이사, 개발이사를 주축으로 구성된 팻캣은 팬과 크리에이터의 내밀한 소통 확대에서 나아가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다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 다각화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토대로 한다. 콘텐츠를 만들기까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보상하는 차원이다.
고 대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사람이 영상을 만들고 제작하는 시대가 왔지만 수익구조는 한정적”이라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면서 크리에이터는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마련하고 팬들은 크리에이터와 더 깊이 소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기존 크리에이터 주 수입원은 크게 유튜브 조회 수익과 광고, 라이브 방송 후원이 대표적이다. 이마저도 저작권, 수익 과금 정책 등 변수 떄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요원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라이브 방송 후원 또한 방송 시간 대에 후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이름을 건 제품을 판매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이 떄문이다. 신뢰 관계로 쌓아온 팬덤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고 대표는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것도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는 “팬이 크리에이터에 무언가를 요청할 때 보상할 용의가 있다면 싶은만큼하면 된다”며 “정당한 보상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더 좋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크리에이터 수익화 분야에서는 퍼스트무버”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팻캣은 이미 온디 이전 ‘멤버미’ 서비스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팬의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수익화로 연결지은 경험도 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멤버미는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없는 영상이나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종의 유료 월정기 멤버십 서비스다. 350명 구독자를 보유한 어썸하은, 재즈피아니스트 요한킴, 영어 교육 크리에이터 아란TV 등이 멤버미에서 활동했다. 당시 월 수익 100만원을 웃돌던 댄스 커버 크리에이터의 경우 멤버미를 통해 100배 수익을 올리도 했다.
고 대표는 지금은 생소하지만 온디, 멤버미와 같은 유료 서비스가 서서히 안착될 것으로 봤다. 음원만 해도 무료 다운로드를 받아 이용하는 시대를 지나이제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지 오래다. 콘텐츠는 무료라는 개념이 팽배했지만 콘텐츠 구독과 같은 유료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디지털 경제에서 상품을 ‘기프티콘’으로 주고 받는 것처럼 ‘기프티 비디오’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고 대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며 “점차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저작물에 대해 그 분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팬으로서 정당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시대로 갈 거라고 믿는다. 그게 앞으로 콘텐츠의 폭과 깊이를 넓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연예인이 더 가까이 소통하고 지금보다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정당히 보상받고 더 많은 사람이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온디가 꿈꾸는 세상이다. 온디는 1월 출시 이후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크리에이터 상위 50인은 물론 만 명 이상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온디과 멤버미는 독립 서비스로 운영 후 추후 통합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K-팝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만큼 글로벌 확장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K-팝 확대를 위한 내부 인력도 곧 합류한다. 고 대표와 조 이사는 “지난 2년 동안 크리에이터를 만나면서 후원 방식이나 내용에 대한 노하우도 쌓였다”며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좋은 것 주기 위해서 노력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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