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걸 클리닉] 원래 처음부터 없었던 것보다 있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이 더욱 아쉬운 법입니다. 기업에 있어서는 고객의 환불 요청이 그러한 경우일 것입니다. 모든 기업의 목표가 수익의 극대화라고 할 때 보통 기업이 집중하는 것은 매출의 증가와 비용의 감소입니다. 그러나 고객이 반품이나 해지를 요구해 환불할 일이 발생하면, 즉 매출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불의타를 맞는 셈입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 직후에 적극적인 영업활동이나 이벤트로 인해 일시적으로 많은 매출이 발생하지만 실제 서비스 운영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고객의 환불 요구가 발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환불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도 스타트업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물품을 판매하는 것이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든 상거래는 기본적으로 사인들간의 계약 관계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어떻게 해당 서비스에서 탈퇴할 것인지 여부는 1차적으로는 계약 관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저희 서비스는 자유로운 이미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정형적인 계약을 체결하지 않습니다.”
계약이란 어떤 거래의 내용과 조건에 대한 약속이라는 의미일 뿐 반드시 어떤 형태로 반드시 작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에도 온라인 게임에서 현질을 할 때에도 계약은 체결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언급할 전자상거래법상 규제에 따라 온라인 거래의 경우 어느 정도의 정형화된 약관을 제공할 의무가 있으니 다소 복잡해보이더라도 약관 등을 정비해 놓아야 합니다.
“계약을 잘 써야 한다”는 말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소비자 관계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비정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계약 내용이 불분명해질 수 있고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계약 내용이 홈페이지상 여러 페이지에 걸쳐 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예컨대 서비스에 대한 안내, 가입절차, 환불 안내 등등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 이런 경우 서비스 제공자인 기업조차도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공되는 서비스의 범위가 정확히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환불 요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고객의 환불 요청에 대해 정해진 매뉴얼이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법률적 분쟁의 소지나 법률적 유불리를 떠나 대외적으로 신뢰성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약관의 형태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계약서에 무조건 환불금지와 같은 문구를 쓰면 되겠군요”
상거래는 기본적으로는 사인간의 계약이지만 국가는 거래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 특히 약관법과 전자상거래법 2가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약관법을 이해하려면 약관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약관이란 여러 명과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부분 기업은 기업이 스스로 정한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과 고객이 체결하는 계약은 대부분의 경우 명칭 여부를 불문하고 약관입니다. 현행 약관법은 일정한 종류의 불공정약관을 규정하고 있는데 불공정약관에 해당할 경우 그 효력이 부인됩니다. 불공정약관의 대표적인 예로는 상당한 이유 없는 면책규정(“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과도한 손해배상액의 예정(“고객이 임의로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으로 OOO을 지급한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계약 해제 조항 등이 있습니다(제7조 내지 9조).
“부당한,” “과도한,” “상당한” 등은 정확히 어디까지일까요? 고객의 요구는 무조건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대게 법률적 사안이 그렇듯 어떤 일률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 관계에서 회사와 고객의 사이의 거래 지위의 차이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다만 약관법의 취지는 무조건적인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비합리적인 내용을 일괄적으로 서비스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회사를 무조건적으로 면책하거나 고객의 탈퇴를 사실상 봉쇄하는 수준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회사와 고객 사이에 책임을 분배하는 내용의 약관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저희는 온라인으로 주로 이루어지는 사업입니다”
오늘날 스타트업 사업의 압도적 다수는 온라인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오늘의 주제와는 별론의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유로 스타트업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통신판매업자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관련 신고를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자상거래법과 관련해 사업자가 가장 주의해야할 부분은 전자상거래의 소비자는 7일간의 청약철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제17조). 즉, 단순 변심을 포함해 어떤 이유로든 7일간의 환불 절차가 보장되는 것입니다. 다만 복제가 가능한 재화의 포장이 개봉된 경우 용역이나 디지털 콘텐츠가 개시된 경우 등 성질상 환불이 어려운 경우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런 예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7일간의 환불이 보장되는 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청약철회 외에도 전자상거래 사업자로서 특별히 유념해야 하는 규정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래 조건을 정확하게 표시한 서면이 교부되어야 하고(제13조. 정환한 약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고객의 조작실수를 예방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제7조. 통상 여러 단계의 거래 확인을 통해 실현됩니다).
“저희는 B2B를 주로 하는 회사입니다” 또는 “저희는 B2C를 주로 하는 회사입니다”
전자상거래법의 적용대상에서 “사업자가 상행위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거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제3조). 즉, 전자상거래법에서 보호하는 고객은 사업자가 아닌 순수한 개인 소비자입니다. 이는 거래상에서의 지위차이를 고려하는 소비자법의 기본 취지와도 맞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B2B인지 B2C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 법률도 달라지는만큼 회사의 서비스 운영방식 및 약관의 주요 내용(환불/해제 정책 등)이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저희는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상당수의 스타트업은 플랫폼의 제공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의 직접적인 주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는 모든 거래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마법의 주문은 아닙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통신판매중개의뢰자라는 명칭으로 플랫폼 사업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형태를 규정면서(제20조 내지 20조의3) 앞서 언급한 전자상거래법상의 대부분 규정을 적용하고 있고 실제 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판매정보가 실제와 다른 것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과 같은 형태의 사업을 운영하려는 경우 실제 판매를 하는 당사자들에 대한 검증 절차는 물론,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에 대한 소비자 대응 매뉴얼도 반드시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요”
다시한번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모든 법률 사건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우에 대비해 미리 회사 내부의 정책을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게 수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책일 것입니다.
※ 스타트업 리걸 클리닉은 스법센(스타트업을 공부하는 청년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과 벤처스퀘어가 진행하는 연재물이다. 스법센은 법률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모델, 성공 케이스에 대해 공부하는 변호사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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