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스타트업 시장이 있다. 우리의 역할은 다양한 첨단 기술이 농업에 접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다. 기술 기반 농식품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고 다양한 산업군 간 연계를 통해 판로를 개척, 이후 세계 무대에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김용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하 실용화재단) 창업성장본부 벤처창업지원 팀장이 말했다. 실용화재단은 농촌진흥청 산하 전문지원기관으로 농생명 과학 기술 분야에서 연구 성과 실용화를 전담하는 준정부기관이다. 2010년대부터는 관련 분야 창업 벤처 지원도 시작했다. 현재 농식품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벤처창업지원팀은 익산에 본부를 두고 서울, 부산, 경기, 세종, 강원, 전남, 경북 총 7곳 농업 농식품벤처창업센터에서 농업 관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 팀장은 “농식품이라고 하면 먹거리 산업을 생각하기 쉽지만 화훼, 축산, 재배 농업을 포함하고 있어 광범위하다”고 짚었다. 연관 산업 또한 농장에서 식탁에 올라는 과정으로 보면 생육, 생장(바이오), 자동화(인공지능), 유통 전반 등으로 거의 모든 산업이 연결 가능하다. 김 팀장은 ‘기반산업’의 특징이라며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다수 산업에서 기술을 실용화할 때 농업 분야에 가장 먼저 적용한 후 여타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유통 플랫플을 실험할 때도 농장에서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예다.
실용화재단에서 벤처창업지원팀은 미래 성장을 대비한 고부가가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유통 시스템 개선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거나 대체 단백질 식품 개발, 밀키트 개발. 드론, 농기자재, 트랙터 등을 활용한 농업 자동화 솔루션, 빅데이터 기반 농작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때문에 ‘농식품 분야 사업’ 대상은 비단 농식품 사업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타 산업의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농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라면 누구든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활동 분야를 농업에 국한할 필요도 없다. 김 팀장은 “농업만을 주 영역으로 하기엔 시장이 작으니 타 산업 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베드 중 하나로 활용하는 기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용화재단만의 차별점은 국유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이 보유한 국가 농업 분야 기술만 1만 2천 건으로 연간 400만 건 관련 기술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술들은 방대한 농식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술 실용화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식품 재배 생산을 위한 생장 데이터나 가축 농가의 생육 데이터 등 백데이터를 토대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관련 분야 기술 개발이 용이하다.
김 팀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과 창업자의 기술이 융복합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있다”며 “연구자와 매칭을 통해 기업의 R&D 비용, 시간을 절약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바이오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 대체육 개발사 지구인컴퍼니 역시 실용화재단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팀이다. 기술 실용화 외에도 사업지원금, 멘토링, 네트워킹, 데모데이, 투자 연계 등 성장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올해는 지원 범위와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까지 250개 기업에 최대 2,000만원을 지원했다면 올해는 최대 350개 기업에 4,00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중 예비창업자는 50곳으로 300곳은 이전 사업에 이은 중복 참여자도 포함한다. 실용화재단 최대 지원 기간은 5년이다. 이번 년도부터 처음 시작하는 액셀러레이터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전문성도 강화할 에정이다. 전문 액셀러레이터 두 곳이 농업 벤처 기업 7곳씩을 선정, 투자와 보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먹거리 산업이나 농업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김 팀장은 올해 역시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늘어난 관심을 체감했다는 것. 김 팀장은 “전체적으로 4차산업혁명 기반으로 플랫폼, ICT기반 제조, 생산, 가공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데 농업도 마찬가지”라며 “첨단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농업을 바라보는 경향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기업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에 뛰어드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김 팀장은 “올해는 농업 자동화와 스타트업 육성도 많은 관심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농업 분야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김 팀장은 “농촌 환경에 쓰이는 기술은 농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과 타 분야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며 플라즈마 기술을 예로 들었다. 해당 기술을 이용해 악취를 절감하는 기업의 경우 농가에서 문제가 되는 축산 악취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추후 다른 산업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 김 팀장은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농업 분야 20%, 다른 분야 80%. 농업을 테스트베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기업, 인재 간 연결에 방점을 찍은 것도 그래서다. 김 팀장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팜투 테이블’에 이르는 과정은 수많은 기술과 산업 내 구성원이 만드는 거대한 플랫폼”라며 “재배, 생산, 유통 등 각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찾아 이들을 연결하는 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손잡고 농식품분야 창업기업 상생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도 생태계 내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 규모, 산업 분야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연계와 해외 시장 진출 지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투자 연계의 경우 김 팀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사람들을 만나고 실용화재단을 소개한다. “스타트업이나 기관, 투자자를 꾸준히 만나 ‘우리를 더 이용하라’고 말한다. 실제 만나보면 실용화재단 지원 대상이지만 지원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몰라 우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최대한 많이 만나려고 노력한다”
이밖에도 데모데이, 네트워킹 등 투자자, 생태계 구성원 간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 팀장은 “서로가 멘티 멘토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서 다양한 전공 분야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논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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