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어린시절부터 이어온 취향과 감성,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발품팔지 않아도 된다. 500여 소호 쇼핑몰의 40만 개 캐릭터, 키덜트 상품 중 원하는 것을 띵(‘내 것’을 의미하는 은어)하고 사러 가기만(go) 하면 된다.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취향 저격 상품이 5분 단위로 보여지기도 한다. 키덜트를 위한 앱 ‘띵고’에서 가능한 일이다.
하현호 틴고랜드 대표는 “띵고는 캐릭터 키덜트 소비자를 위한 국내 첫 펀샵(Fun-shop)”이라며 “이용자에게는 다양한 상품을 한 자리에 모아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상품을 큐레이션 해주고 판매자에게는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띵고는 2019년 6월 베타서비스 출시 이후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했다. 7개월만에 누적 방문자 수는 20만 명이 넘어섰다. 페이지 뷰 수는 200만 뷰에 근접했다. 하 대표는 “서비스를 기획할 당시만 해도 “이 서비스 5만 명이나 들어오겠냐”는 혹평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이 시장에 대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단기간에 빠르게 이용자들이 빠르게 유입된 건 명확한 초기 타겟인 ‘키덜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시장에서 소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에서 하 대표는 상품 구축에 공을 들였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유니크한 제품들로 소비자 눈길을 끄는 전략이었다. 하 대표는 직접 소규모로 해외에서 직수입하거나 한정판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는 판매처, 출시된 지 오래된 중고 제품을 다루는 판매자에 입점을 제안하고 상품 매력도를 높였다.
기존 소비자를 띵고로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도 주효했다. 베타 서비스가 출시된 지난해 6월, 당시 개봉한 토이스토리를 주제로 다양한 SNS 이미지 마케팅에 집중했다. 주어진 마케팅 비용은 200만원, 철저하게 AB테스트 소재를 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알짜배기 마케팅은 실제 키덜트의 감에서 우러나왔다. 하 대표는 “소비자를 이해하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카피와 소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띵고 내 독특한 상품을 좋아할만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타겟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틴고랜드 공동 창업자인 하현호 대표와 최호락 이사는 10년 이상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피규어를 수집하던 ‘진짜’ 키덜트다. 장난감을 좋아하는 하 대표는 완구 회사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다. 실제 국내 유수 완구회사인 영실업에서 4년 동안 근무하며 덕업일치의 꿈을 어느 정도 이뤘다. 그러던 중 히어로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키덜트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걸 보게 됐다. “국내 캐릭터 상품도 머지 않아 미국, 영국, 일본처럼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 대표 말마따나 ‘멀쩡히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최 이사를 설득해 틴고랜드를 창업하게 된 이유다. “단순히 이 시장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우리가 그 동안 소비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직접 개선해보자고 생각했다” 두 명의 공동창업자 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구성원으로 틴고랜드 팀을 꾸렸다. 이들은 함께 놀듯이 일하는 ‘랜드’를 꾸려가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름 대신 각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 캐릭터를 별명으로 사용한다. 랜드에서는 직급과 부서도 다르다.대표나 실장, 팀장, 팀원 대신, 대장-반장-조장-조원으로, 부서는 잡스반(기획/운영), 디즈니반(디자인부서), 테슬라반(기술/개발)로 부른다.
“키덜트를 넘어 전체 캐릭터 시장을 겨냥한다” 하 대표는 키덜트 시장은 캐릭터 상품 시장의 한 부분으로 봤다. ‘키덜트’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구분 짓는 곳은 국내 뿐이라는 게 하 대표 설명이다. 전체 캐릭터 시장으로만 보자면 성인을 타겟으로 한 상품 시장 거래 규모는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최근만 봐도 캐릭터는 더이상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펭-하’를 외치며 펭수 얼굴이 그려진 상품을 구하려 다니는 ‘어른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띵고는 이 중 약 20% 거래 규모를 책임지는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단순 커머스 플랫폼으로만 마무르지 않는다. 하 대표는 “국내 캐릭터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종합 플랫폼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내년 무렵 캐릭터 상품에 특화된 크라우드 펀딩을 선보이며 시장 문을 열 계획이다. 띵고 내에서 수집하고 있는 캐릭터 기반 사용자 데이터도 시장 확장에 적극 사용할 예정이다. 하 대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 지자체,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이 성공적으로 캐릭터를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 AI캐릭터 디자인 어드바이저를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에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커머스 플랫폼 역할을 강화한다. 하 대표는 “2020년말까지 ‘피규어 사려면 띵고’, ‘캐릭터 소품 사려면 띵고에서 찾아봐’라는 표현이 소비자들 입에서 자연스레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어른들이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길. 현재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캐릭터 상품시장 15위지만 2025년까지 미국과 영국, 일본 뒤를 이어 대한민국이 당당히 4위에 오르길 바란다” 하 대표는 “캐릭터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키덜트’라는 표현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 틴고랜드의 꿈”이라고 전했다.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띵고 역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포부다. 마침 띵고를 만드는 ‘틴고랜드’의 또한 생각한 것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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