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10시, 줄서기가 시작된다. 이날은 새우깡 국물 라볶이 앞이다. 시식 신청 기간은 5일. 첫 날이지만 벌써 500명이 넘게 몰렸다. 당첨운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꾸준한 리뷰 작성에 있다. 최근 2주 간 작성한 리뷰가 4개 이상, 평균 100자 이상으로 리뷰를 작성했을 때 당첨 확률이 5배나 높아진다. 온라인 시식 서비스를 시작한 ‘엄선’ 앱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만큼 경쟁률도 만만찮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30명 선정에 1200여 명이 몰린다. 당첨이 안됐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활동적으로 후기를 남기는 이용자 중 지역, 연령, 자녀 등 상품에 부합하는 정보와 매칭이 되면 온라인 시식단에 선정될 수 있다. 활동 이력을 쌓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평상시에 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품들 중 먹어본 제품만 후기를 남기면 된다. 앱에 들락거리는 동안 알게 되는 식품 성분 정보는 덤이다.
몇 차례 광탈 끝에 온라인 시식 기회가 돌아왔다. 상품을 받고 막상 리뷰를 하려고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무심코 제품을 뜯었다 다시 뒷면 성분표를 응시했다. 제품 설명과는 다른 점이 있는지, 주요 성분과 맛을 꼼꼼이 살핀 후 시식에 들어갔다. 한 입 베어 물고서는 입안의 감각에 집중한다. 맛과 향, 질감을 비롯한 정보를 잡아내고 기록해야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주변인들에게도 시식을 권유하고 반응을 살핀다. 혼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후기 작성을 위해 앱을 켜니 이미 시식을 마친 이용자들이 후기를 남겼다. 한 줄 평이나 간단한 감상평은 찾아볼 수 없다. 후기 또한 이용자들의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른바 ‘먹튀’도 있다. 엄선을 운영하는 트라이어스앤컴퍼니 조기준 대표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 사람들은 30명 중 2~3명 정도”라고 밝혔다. 상품을 받은 채 후기를 남기지 않으면 일정 기간 온라인 시식 신청이 제한된다.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는 사진으로 후기를 남길 수도 있다. 조 대표는 “추후 후기 활성화를 위해 4월부터는 숏폼 영상 리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엄선은 2017년 2월 출시 이후 식품 성분 데이터 플랫폼으로 시작한 서비스다. 소비자가 구매 전 식품에 포함된 유해한 화학성분을 파악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대비하고자 했다. 그동안 쌓인 식품 성분만 2만 7천 개, 엄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식품을 추천하고 비교,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엄선 사용자 수는 50만 명으로 3월 기준 리뷰 수는 9만 천 개를 넘었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시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실제 식품을 먹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플랫폼로의 확장을 알린 것. 조기준 엄선 대표는 “식품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성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일방적 정보 전달에 머물러 한계가 있었다”며 “소비자가 직접 먹어보고 후기를 남기면서 이용자들과 쌍방향 소통하면서 수많은 식품 데이터들에 가치를 더하고자 했다”며 온라인 시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기존 시식 서비스가 마트, 매장 등 특정 공간에서 이뤄졌다면 엄선은 무대를 집으로 옮겼다. 이용자는 원하는 상품 샘플을 엄선 앱에서 신청하고 물건을 받는 형식이다. 이후 일주일 내에 후기를 작성해야 한다. 2월 베타서비스 기간 동안 유산균, 비타민, 이유식, 음료, 스낵 등 30여개 브랜드가 참여, 1회 평균 800~1,200건 신청이 몰렸다. 3월 정식 서비스 출시 이후 매일 후기가 700~800개씩 쌓이고 있다.
조 대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후기를 남길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좋은 후기만을 남기면 제조사 또한 피드백을 받고 상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표는 “단순히 제품이 ‘좋다’고 하는 건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플랫폼은 엄선이 아니고도 많다”며 “진솔한 소비자 평가가 있어야 제조사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마케팅 타겟을 재정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온라인 시식 시 엄선 활동으로 지급하는 포인트를 지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공짜’로 받은 듯한 느낌을 지우고 좀 더 객관적인 평가에 집중하도록 만든 장치다.
엄선은 온라인 시식 서비스를 발판삼아 올해 100만 사용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유용한 후기를 먼저 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카테고리 확장에도 나선다. 올해 6월까지 식품류 테스트를 마친 후 하반기 내 비식품,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조 대표는”식품을 엄격하게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엄선된 리뷰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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