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후 원격 근무 등 일의 방식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며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까? AI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20일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Comeup(컴업) 2020’에서 ‘일의 미래 : AI와 인간의 협업, 그리고 공존(Future of work : Collaborating with AI)’를 논의해보는 패널토의가 열렸다. 원격 근무(Remote Work) 세션으로 진행된 이날 토의에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좌장으로 나섰다. 윤석찬 아마존 웹 서비스 수석 테크 에반젤리스트, 이준승 샤플앤컴퍼니(Shopl & Company) 대표, 황보현 솔트룩스 부사장이 토의에 참여했다.
최성진 대표는 “이전에도 AI가 큰 화두였지만 코로나 이후 일하는 모습이 실제로 바뀐 곳도 많고, 향후 양상이 어떻게 되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며 패널들에게 AI 등 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적용한 후의 양상을 질문했다.
황보현 부사장은 “영상 파일 공유 등이 이뤄지던 공동 협업 기술인 구글 웨이브는 2009년에, 카페 사이렌오더는 2014년에 생겼다”며 “코로나 때문에 언택트 방식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거론되고 있었던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언택트(비대면 접촉)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디지털을 합성한 단어인 ‘디택트’란 개념으로 상황을 풀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쫓겨서 협업, AI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시대가 온 것이 아니다. 단점은 있지만 많은 장점 역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준승 대표는 매장 직원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보니 코로나 사태가 처음엔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일 년이 지난 후 성과를 확인하니, 작년 동기 대비 1.5배 성장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매장을 이전의 방식으로 운영하면 안 되겠다는 고객사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했다. 또, 실제로 AI가 도입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투입됐던 일이 빠르고 간단하게 처리가 가능해졌다며 직원들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윤석찬 수석은 “원격 근무를 하는 환경에 인공지능이 많이 적용돼 있다”며 “노동집약적이던 컨택센터(콜센터) 업무의 경우 AI, 클라우드를 통해 해결하는 솔루션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의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 대표는 황 부사장에게 사람들이 가진 AI에 대한 협업 심리와 AI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황 부사장은 “국민들이 AI에 대해 많은 강박을 가진 것 같다. 그렇지만 AI 기술과 AI 활용 능력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며 “AI를 활용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반 기술을 가져야겠다는 부담을 버리고 용도 발명을 할 수 있는 창의성을 발견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AI 격변기 속 인재양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답을 구했다.
윤 수석은 대기업의 AI 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AI 교육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직원 개인 능력에 의지하는 경향이 많은데, AI 활용 능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며 “아마존도 일반 직원들을 위한 ‘머신러닝 유니버시티’ 등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AI 기술 활용처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 중이어서 어떠한 인력들이 필요한가를 정의한 후 인력 확보에서는 고민을 덜하고 있다”며 “다만 10년 전의 대학 교육과정과 현재 교육 과정이 거의 달라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활용에 대한 교육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과 직업의 변화에 대한 조언도 엿볼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패널에게 요했다.
윤 수석은 교육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교육업종에서 이제는 반복적인 행위는 AI에 맡기고 학습동기를 유발하며 창의적인 일을 사람들이 하는 방식의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육자 연결 앱이던 ‘매스프레소’는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5초 만에 해결책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AI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에세이 수정 서비스, 듀오링고 등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인간이 점점 더 괴로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반복적인 일을 안하게 되고 사람을 대하는 일을 더 집중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부사장은 AI가 적용돼가는 현 상황에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은데, 청년실업률이 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신입 직원이 배워가며 지시에 따라 할 일 들을 AI가 대체하고 있다. 지적 노동일지라도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 수석은 이에 대해 “AI 기술 활용 후 향상된 생산성이 일자리 감소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다만 대체된다는 개념보다는 업무의 변경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아마존이 7억 달러를 들여 직원들의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처럼 변환에 맞춰 재교육을 통한 연착륙 효과를 배워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강의를 듣는 등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부사장도 이에 공감하며 “지식을 자신만의 눈높이로 재배열, 프레이밍, 연결하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며 AI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나눠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줄였다는 통계는 없지만, 원래 있었던 직업 50%가 없어지고 50%가 새로 생겼다”며 “일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AI와 공존하며 협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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