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없는 세상, 누수 관리 혁신 플랫폼 ‘위플랫’

 

위플랫(대표 차상훈)을 인터뷰하면서 두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첫째는 23년 경력의 전문가가 설립한 ‘기술 혁신 기업’이라는 점, 둘째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 임팩트 기업’이라는 점이다.

위플랫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내벤처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차상훈 대표는 위플랫을 ‘혁신 기술을 통한 글로벌 누수(漏水) 문제 해결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물 환경 임팩트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만 23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으로 상수도 관리를 포함한 물 관리 관련 분야에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그야말로 물 전문가다. 3년 전 한국수자원공사 재직 시절 국내 물 산업 중소기업들을 선발해 해외, 특히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을 도와주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와중 아무리 좋은 기술과 설비에도 실제 개발도상국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실효성의 한계를 느꼈다고.

“당시 기술지원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었어요. 그런데 베트남에서 2년간 WB(World Bank) 차관 20억 원을 들여와 선진국의 고비용 누수 관리 제품을 도입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누수 저감 성과는 거의 없고 하루에 10시간 미만의 제한적인 수돗물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죠. 그때 저는 우리가 소개하는 설비들이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실질적인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선진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물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기존 누수 관리 기술은 3~4개의 개별 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해야 합니다. 전문가 중심의 엔지니어링 인력도 필요하고, 장치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해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재정과 전문가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자체적으로 누수 저감이 어려운데, 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니 근본적인 누수 저감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신규 정수장은 늘어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상수도 및 누수 관리 기업과 달리 위플랫만이 개발도상국에 기여할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위플랫은 먼저 고비용의 누수 탐사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IIoT(industrial internet of things, 산업 사물인터넷) 장비와 스마트폰으로 누수음(물 새는 소리)을 수집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수도관의 누수 지점을 찾아주는 기술, 이른바 지능형 누수관리 플랫폼을 개발했다.

 

WI.Plat Technology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은 먼저 글로벌 누수 관리 표준화를 통한 하나의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누수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여 별도의 서버 없이도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여 데이터 활용도를 향상할 수 있다. 또한, 누수음 수집 장치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전문가도 누수 탐지가 가능해 지속 가능한 관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위플랫이 자체 개발한 장비로 현지 인력이 쉽게 누수음, 유량, 압력의 수집이 가능하여 기존 솔루션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한 마디로 위플랫을 통해 비용과 전문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

위플랫은 이 같은 기술력을 통해 창업과 동시에 4억 원의 씨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환경 파트너십인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선정, 환경부 주최의 환경 데이터활용 그린 뉴딜 아이디어 공모전인 ‘에코톤’ 대상 수상, ‘소셜벤처 경연대회’ 최우수상, ‘범정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왕중왕전 우수상, ‘물산업 혁신창업대전’ 대상 등이 바로 그 결과다.

위플랫의 소셜 임팩트가 필요한 곳은 누수가 국가 물 문제의 최우선 순위 해결과제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와 물이 완전히 바닥나 하루 물 사용량이 0에 가까운 상태인 Day Zero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및 남아메리카 국가들이다.

위플랫은 현재, P4G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상하수도협회(VWSA)와 공동으로 2021년까지 Hai Duong(하이즈엉) 성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말레이시아 Terrenganu(테렝가누)주 수도사업소인 SATU Water와 비대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은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누수 저감 성과에 비례하여 투자비를 회수하는 ‘성과보장형 서비스 모델’로 만들 계획이다.

위플랫의 누수 관리 기술은 비단 해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위플랫은 국내 각 지역의 상수도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수돗물 서비스 회사를 대상으로도 솔루션 시스템을 판매할 예정이다. 특히, 현 정부의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및 ‘스마트 물 관리 사업’이 비즈니스 확장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는 것이 차상훈 대표의 설명.

 

“현재 K-water의 ‘테스트베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각 지역 현대화사업 본부에 저희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수도사업소를 대상으로도 기술 영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달청 혁신제품(트랙3)으로 선정되어 혁신장터를 통해 지자체에서 쉽게 저희 시스템을 구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누수 관리 시장은 최근 4차 산업기술이 적용되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WB 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40조 원 규모의 물 관련 개발 자금이 글로벌 누수 관리 시장으로 투입되고 있죠. 하지만 그 이전에 편리한 누수 관리를 통해 누구나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쩌면 인류의 공통된 목표가 아닐까요?”

위플랫의 비전은 “혁신기술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물 서비스 격차 해소”다. 이를 위해 누수 관리 혁신기술을 통한 개발도상국의 물 공급 기회 확대, 가뭄 극복을 위한 수자원 확보, 혁신 기술 이전으로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도심 발전의 기반 마련을 목표로 삼고 있다. 누수 관리를 통해 환경, 나아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위플랫. 이들이 기술 혁신으로 만들어낼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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