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을 전공한 전직 개발자이자 전설적인 스타트업 투자 회사인 앤드레센 호로비치(a16z)의 데이비드 울레비치(David Ulevitch)는 개발자가 하는 업무 방식을 보고 최대한의 생산성을 뽑아내는 패턴을 파악하는 Developer Ways라는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개발자들은 겉보기에 게을러 터졌죠. 한참 놀다가 신들린 듯 키보드를 치면서 뭔가를 만들어 냅니다. 누구나 코딩(coding)을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꼬여 프로그래밍을 정복해 보리라 맘을 먹지만, 잠깐의 검색만으로 높은 장벽을 실감합니다. 코딩은 어렵지만 개발자처럼 일할 수는 있습니다.
데이비드 울레비치는 코딩 업무를 넘어서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패턴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투자자로서 이런 패턴을 가진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도 하고 있습니다. 기존 개발자 분들은 자신이 정말 이런 방식에 익숙하고 있는지 가늠해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반 직군 분들은 지금 하는 업무에 잘 적용을 한다면 개발자급 파워 사용자가 될 것입니다.
■ 대규모 협동 작업을 손쉽게 하는 방법
개발자들의 혼자가 아니라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각자 만든 프로그래밍 코드의 변경 사항을 서로 검토하고, 합치거나 문제가 있을 때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이를 위해 개발자는 CVS, SubVersion,Git 같은 소스 콘트롤(Source Control)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소스 콘트롤의 기능을 일반까지 대중화 시킨 것은 단연 Github입니다. 2008년에 코딩 소셜 네트워크로 시작된 이후 지금은 작은 웹 사이트 운영 부터, 분야별 집단 정보 모음 구축, 정부의 법률 제정 의견 수집 등 협업에 대한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편집하고, 정보를 추가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Github이 바이너리를 지원하므로 디자이너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이들 협업 도구들은 하나의 버전을 관리하면서 다수가 편집하고, 원하는 이전 버전으로 바꿀 수 있는 생산성을 제공합니다. 문서를 작성할 때, 각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별도의 문법(마크다운)을 배우면 에디터를 쓰는 것 보다 훨씬 빨라집니다.
최근에는 노션(Notion)이라는 문서 기반 협업 도구를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쓰기 쉬우면서 뒤에서 언급할 다양한 개발자 도구의 특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션을 통해 업무 생산성이 극대화 됐다는 간증(?)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머리속 작업을 컴퓨터에게 바로 시키기
개발자가 하는 업무의 두 번째 패턴은 컴퓨터랑 한몸 처럼 빠르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직 분들은 마우스를 몇 번씩 클릭하면서 창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데 반해, 개발자들은 머리속에 해야 하는 동작을 컴퓨터에 바로 명령을 내려서 해결합니다. (게임할때만 그런게 아닙니다.)
원도와 맥이 주류가 된 최근에도 컴퓨터 작업을 빠르게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있습니다. 맥에서는 알프레드(Alfred)라는 앱이 유명한데, 마치 “알프레도!”라고 부르면 “네, 도련님!”하고 뛰어 올 정도로 빠른 응답을 합니다. 파일 찾기 부터 실행, 내용 검색 등 못하는 게 없죠.
윈도에서 사용가능한 비슷한 런처 프로그램에는 왁스(Wox)라는 앱이 있습니다. 또한, 앞에서 소개한 노션이라는 프로그램에는 각종 작업에 대한 /(슬래시) 명령과 단축키를 조합해서 사용하여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와! 빠르게 일처리 가능하겠다” 싶으시면, 개발자 기본 자질이 있으십니다. 만약 위의 애니메이션 파일만 봐도 머리가 아프신가요? 개발자 보다는 일반직이 어울리실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빠르게 넘어가겠습니다!)
■ 바퀴를 다시 만들지 말자
제가 17년간 한국 회사만 다니다가 글로벌 회사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회사 업무 도구들을 직접 만들기 보다는 외부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영업 관리, 화상회의, 심지어 영수증 처리도 타 사 서비스를 씁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데, 왜? 남의 것을 쓰나 하는 마음으로 직접 만들던 것들입니다.
개발자들이 자주 쓰는 유명한 격언 중에 “바퀴를 다시 만들지 마라(Don’t reinvent the wheel)”라는 것이 있습니다. 요즘 국내 회사들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Software as a Service, SaaS)를 활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G-suite, Office365 같은 오피스웨어 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CRM의 세일즈포스(Salesforce), 인사 관리를 위한 워크데이(Workday) 같은 유명 SaaS 기업 뿐만 아니라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2020년에 투자를 받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목록입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벤치 마킹하여 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 특유의 문화를 잘 내재화 하는 도구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 주52 업무 시간제도에 맞추어 알밤을 비롯한 다수의 근태 관리 스타트업이 출현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여러분 회사의 개발자들이 핵심 비지니스를 위한 서비스와 개발 도구, 백오피스 등이 아닌 부차적인 것들에 신경쓰고, 만들고, 부수고 있다면, 심각하게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저도 오랫동안 회사 내에서 인-하우스(In-house)로 잡다한 것 많이 만들어 봤는데, 다 쓸데없는 짓이더라구요. 국내외에 더 잘하는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면 됩니다.
■ 자동화! 자동화! 자동화!
과거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짜여진 형태로 진행해야 그럴듯 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은 유연하지 못하고 제3자 소프트웨어와 연결도 못합니다. 기능을 고치고 싶으면 뭔가 큰 프로젝트를 띄워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용 소프트웨어들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서로 손쉽게 연결하고, 이종 서비스간 워크플로(Workflow)를 만들어 자동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슬랙에서 RSS를 구독하고, 웹훅(Webhook)으로 모니터링용 챗봇을 돌린다던가 하는 동작들이 가능하죠.
개발자들은 수동으로 똑같은 걸 반복하는 걸 싫어합니다. 반복 작업이 있으면 그걸 컴퓨터에게 시키는 게 익숙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서비스가 분절되고 느슨하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IFTTT나 Zapier 같은 서비스는 다양한 SaaS 서비스 간에 기능 동작을 자동화 해줍니다. 아래의 경우, Gmail로 어떤 제목으로 특정 첨부 파일이 오면, 이 첨부 파일을 DropBox에 저장하고 슬랙으로 알림을 주는 방법을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데이비드 울레비치는 기존 개발자들의 업무 양식 즉, 대규모 인원이 함께 협업을 수행하고, 빠르게 작업을 수행하고,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아웃소싱하며,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을 통해 누구나 (개발자 같은) 파워 사용자가 되도록 미래의 소프트웨어도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개발자들의 덕목들을 기업 문화로 잘 녹여서 모든 직원들이 최대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회사도 많아지기 바랍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 내면의 긱(Geek)스러움을 다시 끄집어 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연재 목차
- 개발자 비급(祕笈) – 1. 연봉은 실력의 결과가 아니다
- 개발자 비급(祕笈) – 2. 업무 생산성을 최대로 올리는 법
- 개발자 비급(祕笈) – 3. 나의 폭망한 프로젝트 답사기
- 개발자 비급(祕笈) – 4. 팀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 개발자 비급(祕笈) – 5. 스타트업의 개발자 채용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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