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여행은 여행지역, 호텔, 항공사를 기준으로 가격만을 비교하여 구매해 왔다. 상품의 세부사항을 알기도 어렵고, 알고 있다고 해도 가치판단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다들 브랜드명과 가격만 살펴 천원이라도 저렴한 것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대신해서 상품을 살펴본 전문가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실시간, 혹은 아무 때나 영상을 통해 찾아서 듣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가격 외에 세부적인 품질을 구성하는 요소, 즉 세세한 방문지들, 식당(음식), 현지 액티비티의 차별점, 가이드의 지식 및 경험 등을 확실히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질의응답도 하면서 구매하게 된 것. 아래 달라진 여행 구매 방법 3가지를 소개한다.
- Live Commerce (라이브 커머스)
홈쇼핑에서 라이브커머스로의 이동. 상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자세히 듣고 실시간으로 채팅을 통해서 궁금증도 해결하면서 좋은 혜택으로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까지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행상품은 이미 홈쇼핑에서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category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사업자들에게도 홈쇼핑은 큰 물량을 단시간에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되었다. 다만 영상의 제작비용과 수수료는 비싸고, 여행상품의 수익성은 자꾸 낮아져서 많은 물량을 팔아야 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저하되어 홈쇼핑 여행상품을 불신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 라이브커머스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트립닷컴이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시험하고 있는 초기 단계이나, 향후 여행 경험이 많은 인플루언서, 여행상품 비교전문가, 현지 인솔자 등이 상품을 소개하고 즉시 예약을 유도하는 형태의 여행 라이브커머스가 성장할게 명확해 보인다.
- Influencer commerce (인플루언서 커머스)
여행을 많이 다녀본, 특정 지역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나와 취향이 비슷한 인플루언서가 여행지를 소개하고, 추천해준다면 어떨까. 사진/텍스트 혹은 풍경 위주의 영상으로만 보는 것보다 여행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질 것 이다.
여행은 각자의 취향에 맞아야 하고 깊이 있는 설명이 필요한 고관여 상품이기 때문에 연예인이든 유튜브스타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여행상품 기획과 판매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소개한 라이브커머스와 결합될 수도 있고, 모바일에서 여행 상품을 소개할 때 콘텐츠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예시는 모두투어의 “컨셉투어”를 들어볼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상품의 기획과 판매가 중단되어 있지만 이전까지 여러 상품을 차별적으로 기획하고 인플루언서의 채널을 통해 판매하면서 의미 있는 시도를 이어왔다.
- Subscription Commerce (구독 커머스)
음악, 영상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구독, 세탁, 면도기 같은 생필품 구독을 넘어서 여행 서비스에 대한 구독 커머스 모델이 해외에서 시도되고 있다. 구독 커머스는 여행업 전문 매체인 Skift가 매년 발표하는 Travel Megatrends 2020에서도 주목할 만한 트랜드로 소개된 적이 있다.
여행상품도 넷플릭스처럼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객의 니즈와 여행상품의 구매주기가 길어 매번 새롭게 고객을 획득하는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자의 고민이 부합하면서 만들어진 사업모델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인스피라토(Inspirato)와 바라이트백(BeRightBack)을 들 수 있다. 인스피라토(Inspirato)는 매월 2,500달러를 회비로 납부하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럭셔리 리조트들과 경험 상품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월 600달러를 내고 숙박비는 사용할 때 별도로 내는 모델도 제공한다.
영국의 비라이트백(BeRightBack)은 월 49.99유로를 내면 연간 3회까지 유럽 내에서 여행을 추천해주는 멤버십으로, 귀국편 항공권과 3성급이상 호텔 2박이 포함되어 있다. 여행은 비수기에 가능하고, 출발 항공권은 별도 구매이며, 연간 3회중 사용하지 않은 여행에 대해서는 환불도 가능하다. 2021년 포커스와이어(Phocuswire) 선정 HOT 25 여행 스타트업에 포함된 업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의 할부 제도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어 매월 회원료를 납부하고 1년에 1~2회 여행을 가게 해주는 구독 모델이 차별화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결국 고객의 취향을 어떻게 충족시키고 추천의 빈도와 기타 생활서비스와 연계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인다면 국내에서도 여행 구독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여행의 ‘찐’ 전문가, 그들이 온다 – 투자/기획/유통/인솔자의 전문화
여행상품은 본질적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과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유형의 상품을 공장에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을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포장하여 공급하는 무형의 콘텐츠 상품이다. 여행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분화되면서 전문화 될 것으로 보여 더 많은 “찐” 전문가들이 출현하고 스타가 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트래블 스튜디오(Travel Studio)의 출현
영화 산업은 크게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 극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 영화마케팅 전문회사, 소품배우 공급업체, 기술설비 공급업체 등이 산업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보조서비스 업체들이다. 제작사는 투자사와 배급사로부터 영화를 제작하는 비용을 펀딩하고 완성된 영화는 배급사를 통해 전국의 극장에서 상영되는 형태를 가진다. 투자-제작-유통-상영(접객)의 구조로 전문화 되어 있는 것. 게임산업도 유사하다. 개임 개발사가 있고, 게임 퍼블리셔라고 불리는 배급업체가 있고, 실제 고객들을 만나는 플랫폼 운영사가 있다.
여행산업은 어떨까.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여행산업은 유통을 담당하는 대형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등)가 상품을 기획하고 자금을 지원(혹은 판매를 어느 정도 보장해서)해서 랜드사가 여행상품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 여행사가 자금을 먼저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랜드사는 여행사를 믿고 자금을 선투자하여 객실과 현지 행사를 위한 차량 등에 투자를 한다. 실제 행사를 진행하는 인솔자(가이드)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형태가 아닌 행사를 통해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보니 행사의 품질 향상을 기대하는 게 어려운 구조였다. 모든 결정권이 대형여행사에 귀속되고 랜드사는 보통 특정 여행사에 전속되는 형태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창의성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여행상품의 판매채널이 다양해지고, 고객의 여행에 대한 need도 변화(FIT, 차별적 여행)되어 감에 따라 산업의 구조가 여타의 콘텐츠 산업과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다.
먼저 독립적으로 여행을 기획하는 업체가 출현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을 기획하는 게 아니라 독특한 관점으로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콘텐츠는 책, 영상 등의 IP로 존재하여 유통되고, 여행상품은 본인들의 콘텐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인솔자(보통 콘텐츠의 저자)가 동행하는 형태로 판매된다. 개발된 여행 콘텐츠는 제작사의 직접채널 그리고 (여행업이 아닌) 다른 문화 콘텐츠 유통사들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아직까지 여행사, OTA등과 협업이 많지는 않지만 좋은 IP가 있다면 곧 유통의 채널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퇴사준비생의 도쿄” 책(교보문고 선정 2017년 경영분야 최고의 책 TOP3, 인터파크 선정 2017년 경제경영서 BEST 10)과 여행상품으로 유명한 트래블코드가 있다. 이러한 업체를 “트래블 스튜디오(Travel Studio)” 라는 용어로 부르면 어떨까.
고객을 실제로 만나는 인솔자(가이드)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트래블 스튜디오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여행상품에서는 가이드가 배우이자 감독의 역할을 수행하여 차별적인 상품을 만드는 바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정통하고 설명을 재미있게 해주는 가이드가 상품을 만들고 그걸 실제로 수행하게 되면 여행객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국내에서는 마이리얼트립이 투자한 가이드라이브나 유로자전거나라의 한국지점 한국자전거나라등이 예시가 될 수 있다.
미래에는 상기와 같은 트래블 스튜디오들이 만든 여행상품을 각 판매채널 (대형여행사, 포탈, OTA등)에 배급하는 업체가 등장하고, 보조서비스(인플루언서 공급, 여행상품 영상제작, 인솔자 공급 등)도 함께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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