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거의 모든 라이선스 계약은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Limitation of Liability) 조항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크게 2가지 단계로 제한을 하는데, 첫 번째는 간접적(indirect), 결과적(consequential), 부수적(incidental) 손해에 대한 책임의 제한 (i.e., 손해 종류의 제한)이고, 두 번째는 직접적이고 통상적인 손해라 하더라도 일정 금액(일반적으로는 Licensee가 지급하는 비용의 배수)으로 제한 (i.e., 손해 액수의 제한)하는 방식이다. Licensor 입장에서는 2가지 단계의 제한을 모두 규정하는 것이 유리하고, Licensee 입장에서는 첫 번째 단계는 인정하더라도 두 번째 단계의 제한은 신중하게 검토가 필요하다. Licensee가 다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서비스의 소비자에게는(특히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무제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해 액수의 제한을 아예 뺄 것을 요구하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계약서 상 손해 종류의 제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에 소송까지 가지 않는 이상 직접적인 통상손해와 그 외 특별손해(간접적, 결과적, 부수적 손해 등)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실무상으로는 위 규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통상손해인지 여부가 애매한 부분까지 일단은 다 포함시키고 최종적인 분담율(ex. 60% 대 40%)을 가지고 당사자들 간의 치열한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때 손해 액수의 제한 규정이 있고 없고는 Licensor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협상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이 규정만큼은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단지 그 액수를 얼마나 높이 설정할 것이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AI 기술 라이선스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AI 기술거래에서 하드웨어나 시스템의 고장이나 오작동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병력(medical history)과 같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 다운되어 그 정보들이 일반 유저들에게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노출되었을 때, 집단소송의 결과로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어마어마할 수 있으며, Licensor 입장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무제한으로 부담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험
일반적인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서도 종종 당사자들 중 일방 또는 모두가 적절한 보험을 가입할 것을 요구한다. 일례로 이행보증보험은 일방 당사자가 계약상 의무(손해배상 의무 포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상대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요구되는 보험의 종류는 각 당사자들의 필요와 계약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이행보증보험이나 하자보증보험 외에도 종합배상책임(Comprehensive General Liability)이나 고용주 책임보험, 근로자 산업재해보상보험(Worker’s Compensation) 등이 있다.
보험의 중요성은 AI 기술과 같이 이제 새롭게 막 개척되는 분야일 수록 더욱 커진다. 어떠한 사건(event)으로 인하여 손해(damage)나 손실(loss)이 발생하였을 때, 그 사건과 손해 또는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손해배상의 기본인데 아직까지 인류가 그 인과관계를 밝혀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대다수의 사건과 손해/손실 사이에는 인과관계 불명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그럴수록 결국엔 보험상품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AI 시스템이 제3자에게 어떠한 인명상, 재산상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데이터나 연구결과가 없다. 보험사들 역시 AI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이터의 수집, 축적(보관), 분석이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1) 수집 단계에서의 오류, 2) 보관 단계에서의 오류, 3) 분석 단계에서의 오류로 구분하여 어떠한 손해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고, 그러한 일환으로 많은 데이터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다.
계약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가입하려는 보험상품이 AI 시스템으부터 야기된 손해를 커버할 수 있는지(혹시 불가항력 조항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커버리지 금액이 손해를 커버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이행불능, 지급불능 등의 상황에 빠졌을 때 상대방이 가입한 보험으로부터 내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필요하다면 두 개 이상의 보험으로부터 중복으로 보장을 받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지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