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모르는 사업의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 그게 대표이든 다른 임원이든 누군가 언젠가는 퇴사를 할 수 있다. 직원들의 퇴직금만 챙겨주느라 잊고 살고 있던 임원들의 퇴직금에 복잡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 임원 퇴직금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직원의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 내부의 규정과 무관하게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므로 임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원에게는 법적으로 반드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필요가 없고 다른 지급 근거가 필요하다.
임원의 퇴직금은 정관에 담겨야 하며, 일반적으로 정관에서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임원 퇴직금 규정에 의하여 지급하도록 한다. 바꾸어 말하면, 단 한번도 임원 퇴직금 규정을 신설한 적이 없다면 회사가 현재 임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막연히 직원과 같은 수준의 퇴직금은 보장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신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임원’의 범위는 단순한 명칭 사용자가 아닌 실질 임원이지만 창업자가 아닌 이상, 누군가가 실질적으로 임원인지 직원인지는 근무 형태 등 다양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 임원 퇴직금을 과다하게 지급한다면?
그렇다면 1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원의 퇴직금 지급 규정이 아예 없거나, 혹은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에서 정한 바를 초과하는 퇴직금을 지급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법에서는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퇴직금으로 보지 않고 ‘회사의 돈을 임의로 빌려간 것’, 즉 가지급금으로 보게 된다. 가지급금은 회사를 운영하는 이라면 누구나 좋지 않다고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가지급금이 무엇인지 어떤 페널티가 있는지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회사가 규정을 초과하여 지급한 퇴직금은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 그럼 퇴직금 지급 규정만 있다면 얼마를 지급해도 무방할까?
임원의 퇴직금 규정은 일반적인 퇴직금 계산 방식에서 1배수(직원과 동일)부터 3배수 사이로 설정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간혹 5배수를 지급하는 경우까지 본 적이 있으나, 일반적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3배수, 5배수로 설정하더라도 임원 퇴직금 규정만 적법한 절차로 적법하게 설정되어 있다면 문제가 없을까? 우선 회사에서는 정해진 근거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세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전액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퇴직금을 받는 임원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소득세법에서는 임원의 퇴직금 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3배수까지 인정하였으나, 이후부터는 2배수까지만을 인정하고 있다. 한도를 초과하는 소득은 퇴직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간주되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득세법 상 임원 퇴직금 한도가 1억인 임원이 퇴직금으로 1.5억을 받게 되면 퇴직금을 지급한 회사 입장에서는 모두 퇴직급여로 인정을 받지만, 퇴직금을 받은 임원은 1억원은 퇴직소득, 나머지 0.5억원은 근로소득으로 분류되어 이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퇴직소득과 달리 근로소득은 고율의 세금을 적용 받아 절반 정도는 세금으로 나갈 수도 있다.
◆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2배수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었다면 조금 유리하다.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이미 2배수를 넘어서도록 규정되어 있던 경우에는 이전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3배수까지 한도를 적용 받을 수 있고, 2020년 1월 1일 이후부터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2배수를 적용 받을 수 있다.
다만, 2019년 12월 31일 이후 임원 퇴직금 규정을 신설한 경우에는 과거 근무기간 분에 대해서도 3배수를 인정받을 수 없고 2배수까지 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 임원퇴직금 지급배수 높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글을 읽고 나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당장 만들어서 3배수, 5배수로 일단 설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당장 우선 높게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만드는게 무조건 유리할까?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재무제표를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하기보다는 법인세와 부가세 신고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회사가 누군가가 퇴사하여 퇴직금을 실제 지급할 때까지 재무제표에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게 된다.
그러나 향후 회사를 팔거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회사의 재무정보를 확인하는 ‘실사’ 가 있거나 회사가 커져서 ‘외감’ 규모가 되게 되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결산일 기준으로 모든 임직원의 퇴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아야 할 퇴직금을 부채로 선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퇴직급여충당부채라고 한다. 즉, 아무도 퇴사하지 않더라도 근무기간에 따라 계속해서 비용이 발생하고 부채가 증가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임원의 퇴직금에 배수까지 높게 설정되어 있다면, 회사의 비용이 급증하고 생각지도 않던 부채가 기록되어 회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부채비율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영업이익이 갑자기 영업손실로 바뀔 수도 있고, 누적 부채로 인하여 이익잉여금이 남아있던 회사가 자본잠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또한, 매우 복잡한 법률 문제이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퇴직금은 ‘배임’ 이슈가 발생할 여지 또한 존재하므로 일반적인 지급 규정을 훨씬 상회하는 퇴직금 지급 규정의 설정은 법률검토 역시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무작정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높게 설정하기보다는 회사의 성장에 발 맞추어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편이 바람직하며, 2배수 이상의 퇴직금은 근로소득과 동일하여 매우 고율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여 의미가 많이 퇴색되는 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