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부르는 “암호화폐 공개” 또는 “토큰 공개”는 기업 설립 후 가상화폐를 활용해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로, icodata.io에 따르면, 2018년 한해에만 ICO를 통해 78억 달러(한화 약 9조 3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모집됐다. 그만큼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기업들이 자본금을 끌어 모으는 수단으로써 그 인기가 급증했다.
하지만 2019년 10월말 기준 98개의 ICO를 통해 3억 6천만 달러(한화 약 4,300억원)를 조달하는 것에 그치면서 그 열풍이 급격하게 식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ICO 냉각 현상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기관에서의 검토 강화가 한몫했다.
보통 미국에서는, SEC의 엄격한 규제에 따라 암호화폐 공개를 할 것이 요구되나, 복잡한 신고와 등록과정 없이도 암호화폐 공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예외적인 방법 2가지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잡스법(JOBS Act, 미국의 많은 증권규제를 완화하여 미국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법률)상의 A+규제(Regulation A+, Reg A+)이고 또 다른 하나는 D 규제(Regulation D, Reg D)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차이는 다른 글로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 SEC는, “1934년 증권 거래 법률의 21조에 따른 투자 보고서: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Report of Investigation Pursuant to Section 21(a) of the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 The DAO”)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CO로 판매된 대부분의 토큰들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언급하면서 토큰의 발행자와 해당 시장의 참여자들로 하여금 토큰의 공개와 판매와 관련해 연방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SEC “토큰은 증권이다. 증권은 증권법에 규제를 받는다”
DAO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당시에 발표된 몇 개의 백서에 의존한 ICO들이 시장에 공개되었는데, 그 백서들에서는 ‘미래의 토큰을 위한 단순 계약서’라고 불리는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를 활용한 관련 ICO가 그 토큰의 소유자로 하여금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미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다목적 토큰(utility token)이라고 주장했다. 백서들이 주장하는 위 다목적 토큰의 특징 중 중요한 부분은 바로, 투자용이 아니니 연방 정부가 엄격히 관리하는 증권에 속하지 않고 관련 규제로부터 면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금 더 쉽게 말해, 항공사 마일리지나 보상 프로그램 또는 코닥코인(KodakCoin), 파일코인(Filecoin)과 같이 SEC의 허가 없이 발행된 다른 유형의 토큰들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미국 대법원이 SEC v. Howey 건에서 어떤 거래가 투자행위에 해당되는지 판별하는 하위(Howey) 테스트에 따라 토큰이 증권으로 봐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됐고, SEC의 수장인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은 이 판결에 근거해 누군가의 기업가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미래의 수익을 포함하고 있는 토큰 및 그에 대한 판매는 미국 연방 증권법에서 규제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증권 및 증권 판매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위 DA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SEC는, 신고가 되지도 않았고 신고요건에서 면제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았던 먼치(Munchee) 주식회사의 ICO를 투자자들에게 토큰이 발행되기 전에 중단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린바 있다. SEC의 주장에 따르면, 먼치는 자신들의 토큰이 다목적 토큰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상 다목적 토큰을 모방한 증권을 발행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위 사례와 DAO보고서를 통해 SEC는, 다목적성을 가진 토큰도 증권에 해당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혔으며, 투자계약(그 명칭을 불문하고)상 공개되고 판매된 디지털 자산들도 모두 증권에 해당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DAO 보고서의 단계에 따라, SEC는 ICO와 관련된 모니터링과 규제활동을 더욱 강화해오고 있다. 2019년 8월, 뉴잉글랜드 기반 블록체인 회사인 심플리바이탈(SimplyVital) 주식회사가 미등록 거래로 630만 달러(한화 약 75억원) 정도의 증권을 공개적으로 판매한 혐의에 대하여 합의로써 사건을 마무리하였고, 2019년 9월에는 ICOBox와 그 창업자를 상대로 미등록된 ICO와 FINRA(미 금융산업규제국) 중개거래 위반 혐의로 각각 1,400만 달러(한화 약 168억원)와 6억 5천만 달러(한화 약 7,8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캘리포니아 연방 중앙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SEC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부분의 ICO를 증권의 공개적 판매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연방증권법에 따라 SEC에 적절히 신고 및 등록을 하거나 신고 면제가 될 수 있는 요건에 해당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SEC에 ICO를 신고하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였을때, 대다수의 토큰 발행회사들은 ICO를 미국이 아닌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다른 나라(ex. 싱가폴)에 공개하고 미국 투자자들의 참여 자체를 제한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Reg D나 Reg A+에 근거하여 복잡한 신고 및 등록 과정 없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ICO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위 Reg D와 Reg A+를 통한 ICO에 대하여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