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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는 소수의 구성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한 명의 구성원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많은 직원 수,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기에 힘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사업의 존재 이유를 공감하고 함께 일구어가는 사람으로 회사를 구성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부분을 인터널 브랜딩 또는 내부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내부 브랜딩은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자기다움’을 구성원들끼리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라고도 할 수 있다.
스타트업 가운데 내부 브랜딩을 잘하는 회사로는 ‘로우로우’가 있다. 로우로우는 가방, 신발 등의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생활잡화 브랜드이다. ‘로우로우’에서 앞의 로우(RAW)는 ‘날 것’을, 뒤의 로우(ROW)는 ‘열’을 의미하여,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본질의 반복’이라는 뜻을 가진다. 즉, 네임에서부터 오로지 본질만을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보여지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로우로우는 ‘날 것(raw)’에 본질적인 가치를 두고 자신의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할 때에도 ‘THINK LESS LIVE MORE’라는 슬로건을 사용한다.
로우로우의 상품과 그 제작과정에서도 본질에 대한 진심이 드러난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처음 ‘로우로우’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가방을 만들 때에도 가방의 본질, 핵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다고 한다. 가방을 ‘왜’ 매는지, 그 ‘Why’를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가방의 역할은 결국 ‘들고, 담고, 보호하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들기 편하고, 담기 편하면서, 보호하기 좋은 가방을 개발하게 됐다.
본질에 집중한다는 로우로우만의 아이덴티티는 내부 조직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들이 말하는 로우로우 정신은 다음의 5가지이다.
- 단순한 일상을 위해 ‘단순한 진실을 탐구한다.
- ‘나도 안 하는 짓’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
- 창조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이다.
-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 ‘인격’이 없으면, 일할 자격도 없다.
이 정신이 내부적으로 동의되고, 실행되어 마침내 체화되게 하는 것이 내부 브랜딩이다. 그렇다면, 내부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내부 구성원끼리의 적극적인 공유가 필수적이다. 자칫 인원이 많지 않으니 공유는 알아서 잘 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회사의 자기다움을 만들고 공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내부 조직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나 내부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기업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우리가 ‘왜(why)’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 ‘why’가 내부에 얼마나 공유되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이 있게 공감하고 있는지가 내부 브랜딩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창업자가 아무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다양한 형태로 교육하고 조직문화를 만들더라도,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일지는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채용하여 우리의 방향에 맞추어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스타트업이라면 무엇보다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삶의 방향이 같은, 흔히 말하는 ‘핏(fit)’이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지원자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 사업과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스타트업에는 우선되어야 한다.
내부 브랜딩이 잘 되는 기업은 창업가가 사업의 모든 영역에 개입하지 않아도 사전에 공유된 ‘why’를 기준으로 원활하게 돌아간다. 내부 브랜딩이야말로 스타트업의 궁극의 경쟁력이며, 이는 명확한 방향성이나 가이드라인 정립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나 채용에도 필수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브랜드 전략은 안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결국 브랜드는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동요 ‘아기상어’를 만든 콘텐츠 기업 더핑크퐁컴퍼니도 내부 브랜딩에 철저한 회사 중 하나이다. 올해 초 ‘아기상어’ 댄스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100억 회를 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 세계 유튜브 역사상 최초 기록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계 최초의 타이틀까지 거머쥔 더핑크퐁컴퍼니에 내부 브랜딩에 대해 물었더니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래의 내용은 책 ‘창업가의 브랜딩’에서 발췌한 인터뷰 내용이다.
“한 번은 옆자리 디자이너에게 ‘아, 내일모레면 6월 1일이네요.’라고 했더니 그분이 ‘그게 왜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분에게는 창립기념일이 크게 와 닿지 않는구나 느꼈어요. 더핑크퐁컴퍼니(구.스마트스터디)는 저를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또 깨닫고 반성했죠. 물론 목표가 있어야 하겠지만, 비교적 큰 목표를 공유하고 가는 게 맞는 것이지, ‘다 나랑 똑같이 생각해야 해’가 되면, 저희 같은 콘텐츠 회사에는 좋은 목표가 아니라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의 존중’이겠죠”
내부 구성원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가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핑크퐁컴퍼니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각각의 구성원을 존중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실험한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회사의 태도 때문일까. 더핑크퐁컴퍼니는 직원들과 대표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비전 공유가 잘되는 조직이다. 스타트업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본인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런 생각이 나중에 합류한 동료들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우리 브랜드가 성장을 막는 큰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브랜드의 비전과 가치를 꾸준히 공유하면서도, 내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듣고 통하는 내부 브랜딩이 지금의 더핑크퐁컴퍼니의 성장 원동력이지 않을까.
스타트업 투자 및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는 ‘사업은 인격 수양의 길이다’라고 말한다.
“경영은 사람과 함께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입니다. 협업입니다. 사람의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아직 회사의 사업이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또 대표 스스로가 여전히 초보 사장이기 때문에 본인의 불만보다 직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이처럼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욱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구성원과의 내부 브랜딩이다. 이번 화를 통해 우리 기업의 내부 브랜딩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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