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란 말의 뉘앙스는 다분히 이국적이다. 각계각층에서 수없이 쓰는 표현이지만, 근본적으로 서양의 언어란 점에서다. 이런 디자인의 영역에서 당당히 한국 전통 문화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단순히 전통 문화를 지켜가는 걸 넘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한다.
아트웍스그룹(Artworks Group) 이용일 대표 역시 그런 사람이다.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가진 그는 한국 전통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알리고 상품화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기존의 우리 전통 문화는 잊혀져가는 부분이 많다. 국가적으로 지원을 받긴 하지만 정작 소비자에겐 외면받아 소외되기 일쑤다. 이런 전통 문화를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문화콘텐츠로 만들고 싶었다. 전통 문화를 현대적 디자인에 접목하기 시작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에게 있어 전통과 디자인이 만나는 교집합은 다름아닌 공예였다. 공예라는 물성을 차용해 디자인을 시각화하고, 여기에 전통적 외형을 녹여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통 공예 장인들과 협업해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소품들을 하나하나 제작하기 시작했다. 제품 디자인과 개발을 직접 도맡고, 작가들을 통해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했다.
“조명기구와 코스터, 트레이 등 전통 문양 디자인을 활용한 생활 소품들을 만들고 있다. 한옥의 문살 문양이나 기와 지붕, 부적에 쓰인 길상문까지 기존의 디자인과 거리가 멀었던 요소들로 디자인한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트웍스그룹이 본격적으로 전통 공예 디자인 사업에 뛰어든 건 2016년부터다. 이 대표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의 스타공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공예 디자인의 브랜딩을 생각하게 됐다. 단순히 형태를 고민하는 걸 넘어, 전통 공예 디자인 소품의 아이덴티티 만들고 브랜드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건 수준 높은 전통 디자인 상품의 대중화다. 우리 장인의 숨결이 들어간 제품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수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해 30여 개의 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공예 작품 반(盤)이 올해 홍콩에서 열린 DFAA(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드) 메리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 디자인을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디자인 어워드에 적극 참여한다. 수상 경력이 생기면 인지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고, 그렇게 공인받은 디자인은 다른 업체들이 함부로 베끼지도 못한다. 유일무이한 ‘작품’과 대량 생산 가능한 ‘공산품’ 사이에서 일종의 명품처럼 인정받는 것이다. 우리 디자인 제품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 호텔 등에서 전시되고 또 판매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2 강한소상공인 성장 지원사업’은 아트웍스그룹의 이러한 대중화에 불을 지폈다. 디자인 작품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려면 옻칠, 장석 등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한 투자가 수월해진 것이다.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지원금은 공예 장인들에게 새로운 수익처를 제공했고, 소비자에게는 전통 공예품의 가격 문턱을 낮추는 마중물이 됐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굿즈 상품 중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아트 상품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다. 우리 나라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지만, 머지않아 문화와 개성이 담긴 아트 상품들이 합리적 가격으로 시장에 안착할 것이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에게 잊혀져가던 전통 문화가 재발견되면, 우리 전통을 담은 브랜드가 해외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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