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우리에게 자유가 있는가?
오늘은 좀 무거운 주제의 글을 써 보고자 한다. 쟈스민 혁명 이후 전 세계가 인터넷과 소셜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에게 자유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더욱 분산된 환경에서의 네트워크 환경을 위한 새로운 기술 및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인터넷은 확실히 과거에 비해 훨씬 밑으로 부터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분권화가 되어있다. 애시 당초 미국방부에서 핵공격이 이루어지더라도 네트워크가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서 통신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기 때문에 분산된 네트워크의 힘은 이미 여러 곳에서 보여준 바 있다. 아이티에서 지진이 나서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된 상태에서도 인터넷은 살아남아서 유튜브를 통한 인터뷰로 당시 상황을 전할 수 있었고, 모든 언론을 통제하는 상황에 들어간 이란이나 중동의 여러 나라들도 결국 자신들의 이야기를 외부로 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인터넷이 과연 그렇게 자유로운 녀석인지. 그리고, 그렇게 만족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인터넷은 여전히 어떤 중앙집중적인 관리 시스템에 의해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IP 주소로 이름을 변환시켜주는 도메인네임서버(Domain Name Server, DNS)를 포함해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을 장악하고 이를 컨트롤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간단히 통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최근의 여러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외교문서가 공개가 되자, 미국 정부에서는 관련한 최고 수준의 도메인을 통째로 막아버리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미 특정 IP 주소들을 선택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은 가정과 기업에서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매우 간단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아예 예방적으로 ISP 들을 통해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단어나 키워드 등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지도 가능하며, 이런 기술들에 매력을 느끼는 많은 나라의 정부나 기업들도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해서 사용을 하려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의 인터넷 근간을 이루고 있는 초고속 통신망이 사실 상 여러 회사들의 소유로 되어 있고, 이들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인터넷이 시작될 때에는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ISP의 역할을 공공을 대변하는 대학이나 미디어 회사들이 담당을 했지만, 이제는 서비스 자체가 상업화되면서 사실상 기업의 사유화가 된지 오래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과의 거래를 통해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는 조항에 부지불식간에 동의를 하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이 회사의 이익에 따라서, 또는 국가의 명령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포트를 닫아서 공유를 할 수 없게 하거나,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등을 동작시킬 수 없도록 하는 작업이 언제나 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인터넷은 전혀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라 “통제가 가능한 공간”인 것이다.”여기서 잠시 과거를 둘러 보자. 인터넷 이전에 우리들은 네트워크 통신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일단 떠오르는 것은 소위 PC 통신업체이다. 천리안이나 하이텔 등의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PC 통신에 열광했었다. 그런데, 이들은 현재의 인터넷보다 더욱 통제가 쉬운 체제이다. 그렇지만, 당시 유행을 하던 사설 BBS 들은 어떤가? 호롱불을 위시로 하여 사설로 사람들을 모아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었던 많은 로컬 서비스들의 경우 자신의 집에 서버를 만들고, 통화중이어도 상관없는 전화번호를 받아서 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했던 수 많은 사설 BBS 들은 전화망을 통제하기 전에는 자신들만의 서비스를 자신의 판단과 해당 커뮤니티의 판단을 통해서 운영을 했었다. 24시간을 운영하던 것도 있었지만, 주로 밤 시간에 잠깐씩 운영하면서 작은 커뮤니티의 끈끈함을 같이 누렸던 시기가 있다. 실력이 좋은 운영자들은 심지어는 이메일 계정을 주는 곳도 있었다. 그 때의 상황을 회상해 본다면, 네트워크에 대한 접속 서비스와 운영구조 자체가 분산화 될 경우 현재 보다 훨씬 자유로운 형태의 인터넷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기술이 나와야 할까?
어차피 더 이상 유선 네트워크의 시대가 아니다. 과거 아마추어 햄 라디오나 무전기를 쓰듯이 공용주파수를 설정하고, 이들이 서로 서로의 네트워크를 교차하면서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현재의 스마트폰들은 과거의 PC수준을 훨씬 넘는 컴퓨터들이다. 이들이 각자 서버와 클라이언트 역할을 하면서 서로서로 연결한다면 또다른 방식의 인터넷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WiMax 나 WiFi 에서 파생되어 연구되고 있는 다양한 메쉬(mesh) 기술들이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지 모른다. 이 경우 각각의 노드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개미들과 같은 ISP 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어느 한쪽에 문제가 되더라도 다른 쪽으로 우회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나 소셜 웹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소셜 그래프를 소유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 되는데, 어느 한 회사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세가 크지 못하고, 그 수준이 형편없지만 Diaspora 와 같이 분산된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들에 우리들이 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인류의 미래는 결국 개개인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의식주를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분산된 체계가 강화될 때 국가의 통제와 일본에 몰아닥친 것과 같은 거대한 자연재해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들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자본의 논리만 생각하지 말고, 힘의 분산을 할 수 있으면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다양한 기술들에 대해서 더욱 많이 관심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