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윤현수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법인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경우, 법인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법인파산을 해야 하는 이유, 장점, 절차에 대해서는 지난번 칼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내 회사와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 – 법인파산 1편”).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러한 법인파산 과정에서 대표님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내용과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표이사인 내가 회사에 남은 채무를 변제해야 하나요?
법인(회사)의 채무와 이사 개인의 채무는 별개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대표이사가 회사의 채무에 대해 개인적으로 변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이런 효과를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대출을 받을 때 대표자가 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다면 이는 예외입니다. 연대보증이란 주채무자(여기서는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하여 보증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이 때는 설령 회사가 파산 신청을 통해 면책 결정을 받더라도 연대보증을 한 대표자는 최종적으로 그 채무를 변제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 채무액에 따라 대표이사 개인에 대해서도 파산을 진행할 지 여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금융기관에서 회사에 대출을 해 줄 때 회사의 상환 능력을 엄밀히 따져보지 않고 대표자 개인에 대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정책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보증을 해 주면서 대표자의 보증을 따로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보증을 서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간혹 급전이 필요하여 연대보증 조건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빌리는 일이 여전히 없지 않으므로, 회사의 채무에 보증을 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의 운영이 어려워서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가수금을 상당히 투입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수금 중 일부를 변제하여도 되나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부득이하게 가수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가수금은 회계상 대표이사의 회사에 대한 가수금 채권(회사의 가수금 채무)으로 계상됩니다.
가수금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해 왔다면, 이처럼 회사에 대하여 개인적인 채권을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 소유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변제에 충당하는 행위는 대표이사의 권한 내에서 한 회사 채무의 이행행위로서 유효합니다. 즉 이러한 행위는 횡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인파산을 진행할 경우 가수금 처리에 있어 주의하여야 합니다. 파산 절차에서는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의 가수금 채권에 대해 변제하였다면 그만큼 다른 채권자가 변제받을 수 있는 재산이 감소하므로, 이를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가수금 채권·채무가 많다면 파산 신청을 진행하기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사전에 상의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출금 원금, 이자, 세금, 미지급 임금 같은 것들도 임의로 지급하면 안 되나요?
대출금 채무(원금 및 이자)에 대해서 변제하는 행위 역시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특정 채권자에 대해 변제하는 것으로서 이는 불공평한 변제가 됩니다. 어차피 파산을 진행할 계획이라면 변제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변제하지 않고 두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세금이나 임금의 경우 파산 절차에서도 잔여 재산에서 최우선적으로 지급하게 되며, 이런 종류의 채무들은 지급하지 않았을 때 대표자 개인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돌아갈 수 있어, 회사에 여력이 된다면 미리 지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에 회사에 대하여 투자를 받은 것이 있습니다. 이 투자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전해 주어야 할까요?
파산을 신청하기로 결정하였다면 회사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일반적인 해산 및 청산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못하고 반드시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도록 하는 이유는, 법원의 감독 하에 파산관재인이 회사에 남아 있는 재산을 파산 절차에서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즉, 파산 절차란 결국 회사 및 채권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절차입니다.
회사가 신주 발행의 대가로 받은 투자금은 그 성격상 회사가 변제해야 할 채무에 해당하지 않고, 투자자들 역시 회사의 주주일 뿐 채권자가 아닙니다. 이는 설령 투자 방식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라고 해도 동일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에서의 상환청구권이란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경우 그 한도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일 뿐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주주)의 지위가 채권자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며, 또 회사가 파산의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채권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반환하는 행위는 결국 다른 채권자가 변제받을 수 있는 재산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만약 이를 임의로 반환한 뒤 파산 신청을 하게 되면 이 역시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서 파산관재인에 의한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자들과는 별도로 협의할 사항이 없나요?
스타트업 투자계약서에는 회사의 해산, 청산, 파산 등에 대하여 투자자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 파산 신청을 하기 전에 투자자들로부터 사전에 동의서를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자 동의 또는 협의가 파산 신청을 위한 법률상의 요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는 투자계약에 따른 의무로서 이를 어길 경우 투자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을 당할 위험이 존재하므로, 가급적 계약에 따른 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파산 신청 전까지 대표이사가 생계를 위해 회사에서 급여를 받거나, 다른 일을 하여도 되나요?
급여의 경우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사회 통념상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면 급여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회사에 재산이 거의 없어 파산 신청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 때는 급여를 수령하여서는 곤란하겠지요.
그리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물론 가능합니다. 대표이사도 생계를 유지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회사가 투자를 받았다면 투자계약서에 겸업/겸직 금지 조항이 있는 경우가 있어, 이 때는 투자자들과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임대료를 납부할 여력이 되지 않는데, 파산 신청을 할 경우 사무실이나 사업자등록은 언제까지 유지하여야 하나요?
파산 신청을 할 때 반드시 고정된 사무실을 유지하여야 하거나, 사업자등록을 갖추어야 한다는 등의 제한은 없습니다. 사무실을 비워도 되고, 세무서에 폐업 신고(사업자등록 말소)를 하여도 무방합니다.
대신 파산 신청 시에는 회사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여야 하므로, 회계 장부, 근로계약서, 통장 사본, 법인인감 등을 보관할 최소한의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공간이 반드시 회사 명의로 임차한 사무실일 필요는 없고, 대표이사 자택 등에 보관하여도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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