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 청구 및 시기지정권과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이 글은 최앤리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회사의 경영자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문제이고 직원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근로 내지 노무에 관한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근로자의 휴가와 관련한 문제는 그 종류(유급인지 무급인지), 부여시기 및 수량, 연차수당, 청구 및 시기지정, 사용 촉진 제도 등 다양한 이슈에 걸쳐 있고, 때론 변호사조차도 세부적인 쟁점에 있어서는 헷갈리기 쉬울만큼 복잡하기도 합니다. 오늘 그 쟁점 중 연차휴가의 청구 및 시기지정권과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에 대해 파고들어 알아보고자 합니다.

연차휴가는 사용 전 언제 신청 또는 청구해야 할까요. 근로자 입장에서는 내가 스스로 열심히 해서 얻은 휴가이니 만큼 사용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반면, 사용자(회사) 입장에서는 휴가간 직원의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연차휴가의 사용여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은 일응 근로자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연차휴가신청권 내지 시기지정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본문). 휴가는 근로자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근로를 가능하게 하여 주고 근로의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여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헌법에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신청 및 사용에 있어서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함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모든 법이 어느 일방의 편만을 들어주지는 않듯이, 근로기준법 또한 근로자의 편만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위와 같은 근로자의 연차휴가신청권(시기지정권)에 대비하여 사용자에게는 시기변경권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 요건을 까다롭게 정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데요(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 근로자에게 연차휴가신청권을 무제한 보장하여 준다면,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장님 혼자만 남고 직원들은 모두 휴가를 가버리는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단서를 규정해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일까요. 이에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여러 하급심 판례에서 아래와 같은 해석 및 판단기준이 확립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급심 법원들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라 함은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경우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 등이 초래될 것으로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고, 그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기업의 규모, 업무량의 증대, 사용자의 대체 근무자 확보 여부,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다른 근로자의 시기 지정과의 관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합니다(서울고등법원 2019. 4. 4. 선고 2018누5717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6. 11. 선고 2014나50820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기업의 규모가 작을 수록, 휴가를 신청한 시기에 업무량이 많을 수록, 휴가 신청한 근로자를 대체할 근무자가 확보되지 않거나 많지 않을 수록, 휴가를 신청한 근로자의 업무 내지 역할이 회사의 운영에 있어 중요할 수록, 다른 근로자의 휴가기기와 중복될 수록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많은 회사들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 내부규정을 통해 사용자의 승인을 받게 하거나 휴가 사전 신청기한을 정해두어 근로자의 연차휴가신청권 또는 시기지정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대법원 판례, 하급심 판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내부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휴가가 인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 내부규정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근로자의 연차휴가신청권(시기지정권)을 무조건 인정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즉, 내부규정 위반 여부에 따라 시기변경권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내부규정이 존재하나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 사용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다면 시기변경권을 인정하고, 사업의 특성 등에 따라 내부규정의 취지가 무분별한 휴가 사용으로 인하여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위험을 막고자 하는 것에 있다면 시기변경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및 복지를 위해 직원들이 신청하는 휴가는 대부분 받아주실 회사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하여 신청하는 휴가 시기를 변경할 때는 앞서 설명드린 법원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잘 고려하여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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