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월 1회 주사에서 연 2회로 투여 횟수 획기적 감소
– 환자 부담 대폭 낮춘 혁신 치료제
인스팜텍이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나섰다. 핵심은 ‘서방형 안구이식제’로, 저분자 화합물을 생분해성 폴리머에 탑재해 6개월 이상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환자는 연 2회 시술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황반변성은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안과 질환으로, 망막하 섬유화를 유발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크게 건성과 습성으로 구분되는데, 건성은 서서히 진행되어 초기 증상을 인지하기 어렵고 심각한 위축이 발생해야 자각한다. 반면 습성은 맥락막에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형성되고, 불완전한 혈관벽으로 인한 혈액 누출과 망막부종, 출혈이 특징이다. 건성과 달리 급성으로 진행되어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발생하므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 규모는 27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인스팜텍 사무실에서 오상택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기술력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혁신적 접근법
“전체 황반변성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건성의 경우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으며, 20%를 차지하는 습성 환자 중에서도 30%는 기존 항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들은 모두 VEGF(혈관내피성장인자)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로, 매월 안구 내 주사가 필요하고 비용도 상당히 높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간 치료비용이 1만 4천 달러에 달하죠.”
오상택 대표는 “저희는 저분자 화합물을 생분해성 폴리머에 탑재해 안구 내에 이식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약물이 6개월 이상 서서히 방출되면서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냅니다”라며 인스팜텍만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인스팜텍이 개발 중인 치료제의 핵심 차별점은 세 가지다. 첫째, VEGF 외의 새로운 타깃 발굴, 둘째, 6개월 이상 약물이 지속되는 서방형 제제 개발, 셋째, 저분자 화합물 사용을 통한 비용 절감이다.
기존의 Avastin, Lucentis, Eylea 등은 모두 VEGF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로, 매월 안구 내 주사가 필요하다. VEGF는 혈관 내피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VEGF 발현은 망막에서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을 유도한다. 이렇게 생성된 비정상 혈관은 쉽게 파열되어 출혈이 발생하고, 혈액이 망막 조직으로 누출되면서 황반변성 증상을 악화시킨다.
인스팜텍의 혁신은 6개월 지속되는 서방형 제제에 있다. 생분해성 폴리머가 서서히 분해되며 약물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목표 부위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효과는 극대화하고 전신 노출은 최소화해 부작용을 줄였다. 약물 농도를 6개월 이상 일정하게 유지하며, 투여 횟수를 연간 12회에서 2회로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비용 면에서도 혁신적이다. 미국 기준 연간 1.4만 달러에 달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인스팜텍의 치료제는 약 1/10 수준으로 약가 책정이 가능하다. 투여 횟수 감소로 인한 의료비용 절감과 함께, 저분자 화합물과 검증된 생분해성 폴리머(PLGA) 사용으로 생산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스팜텍의 독특한 신약개발 전략이다. 오 대표는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은 부작용 감소를 위해 말단 타깃만을 겨냥하지만, 저희는 상위 신호전달 경로를 타깃팅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대신 안구 내 이식형 제제를 사용해 약물의 전신 확산을 차단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VEGF 억제뿐 아니라 염증, 활성산소, 섬유화 등 황반변성의 다양한 원인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기초연구에서 신약개발로, 그리고 창업
오상택 대표는 국민대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포 신호전달 기반 약물 스크리닝(새로운 약물 혹은 화합물을 식별,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 타깃 선정 및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약물 스크리닝)을 연구하고 있다. 오 대표는 “기초 연구, 특히 케미컬 바이올로지 분야에서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화합물들을 다수 발굴했고, 이것이 신약 개발의 토대가 됐습니다”라고 인스팜텍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은 2015년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에 건국대 안과 정혜원 교수와 공동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20: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어 2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당초 제약회사로의 기술이전을 고려했으나, 직접 신약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국민대 기술지주회사의 지원 아래 2021년 5월 인스팜텍을 설립하고 약동학(약의 용량과 체내 약물농도 관계를 설명하는 학문으로 약물의 흡수, 분포, 생체내 변화 및 배설-ADME, 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excertion-를 연구), 약력학(모든 환자군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립하기 위해 해당 약물의 ADME과정을 정량적으로 파악) 전문가 강원구 박사를 영입했다.
임상시험 준비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모색
인스팜텍의 첫 번째 파이프라인인 ‘IPT-012’는 연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앞두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적인 1상 임상과 달리,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2a상 통합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눈에 이식할 수 없는 특성상, 처음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존슨앤존슨, 산텐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미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부 기업은 임상 결과 후 협력을 논의하자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초기 단계 물질에도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도 있습니다”라고 오 대표는 전했다.
인스팜텍은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2년까지 신약 2종의 판매 허가 획득과 1000억 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 대표는 “우리의 기술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혁신적 기술력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황반변성 치료의 새 지평을 여는 인스팜텍의 도전이 주목된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