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조원대 양자컴퓨터 기업 일군 한국인의 20년 도전기
“파괴적 혁신은 시장이 모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실리콘밸리, 미국] “불과 엿새 전만 해도 시가총액 107억 달러였는데, 하룻밤 새 절반이 날아갔죠. 이는 오히려 양자컴퓨터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세계 최고 양자컴퓨터 기업 IonQ의 공동 창업자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UKF 2025 스타트업 서밋에서 20년간의 혁신 여정을 공개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CES 2024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15~20년이 걸릴 것”이라 언급한 직후 열린 강연이어서 현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2004년,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실현에 50~100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도전을 시작했죠.”
1988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스탠퍼드 박사를 거쳐 벨 연구소까지 진출했던 그가, 안정적인 과학자의 길을 접고 불확실한 도전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그는 혁신의 3단계를 제시했다.
“과학적 발견, 기술적 돌파, 지속가능한 혁신이라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1960년대 초기 컴퓨터와 같은 단계에 있어요. 젠슨 황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20~30년 후 양자컴퓨터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3조 달러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죠.”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에게 물었다면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입니다.”
김정상 교수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을 인용하며, 진정한 혁신은 시장조사나 고객 피드백으로는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래시 메모리의 성공 사례를 들었다.
“처음에는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수 없었지만, CD와 필름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죠. 용량 10MB로도 충분한 시장을 찾아 성장했고, 결국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대체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김정상 교수는 성공적 혁신의 필수 요소로 ▲비대칭적 우위 확보 ▲기초 지식과 창의성의 결합 ▲최고 인재와의 협업을 꼽았다. 그는 “진정한 리더십은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에 대한 그의 해석도 독특했다. “운 좋은 사람이 계속 운이 좋아 보이는 건 준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승자가 된 것도 30년간의 꾸준한 기술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2,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했다.
“돈이 아닌 임팩트에 집중하세요. 유니시스 김종훈 회장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사업에는 돈을 벌 때도, 못 벌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꾼다면, 결국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강연을 마친 김 교수는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 기회가 있다”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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