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Combinator의 Paul Graham과는 분위기도 다르고 주장도 많이 다르지만, 인기도와 존경심을 따지자면 절대로 그에 뒤지지 않는 Union Square Ventures의 Fred Wilson이라는 VC가 있다. 얼마전에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적이 있다 (내가 아니라 TechCrunch에서). “스타트업의 마케팅 비용으로 어느 정도 사용하는게 좋을까요?” 그의 대답은 “Zero”였다.
그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무기는 바로 ‘좋은 제품’이다. 좋은 제품은 스스로 빛이 나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는게 바로 이 현명한 VC의 생각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에 마케팅 비용으로 잡혀있는 항목이 있다면 그는 이런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벤처 초창기 단계에서 돈을 써야하는 마케팅은 전혀 필요하지도 않고 도움도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 논리는 모든 스타트업들한테 적용되는건 아니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웹서비스에만 국한된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요새 창업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그는 덧붙여서 매우 대담한 말들을 하는데, 돈을 쓰는 마케팅은 아주 후진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하는 쓰잘데기없는 짓이라고 한다. 제품이 정말로 좋아서 스스로 빛이 난다면 (Flipboard, Instagram 또는 Instapaper의 예를 들면서) 그냥 제품이 너무 좋기 때문에 마케팅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들이 알아서 발견해서 사용할거라고 한다.
물론, 스타트업들이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마케팅을 해야하고 돈을 써야하지만 유저들이 없는 초기단계에서는 돈을 쓸 필요는 없다라는 말이다. 제품이 준비되어서 상용화할 준비가 되면 돈을 쓰는 마케팅이 아니라 창업자들이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마케팅만이 진정한 스타트업 마케팅이라고 한다. 다양한 라이브 행사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활용 또는 TechCrunch와 같은 유명한 블로그 서비스를 통한 인터뷰를 통해서 창업자들은 그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알려야한다. 창업자들은 그들이 만든 제품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제품을 알려야하고, 이 사람들이 반드시 제품과 단숨에 사랑에 빠져버려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한다.
PR은? Fred Wilson은 PR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다. “PR 회사들은 스타트업의 초기 마케팅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품, 기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들이할수 있는 건 여러 미디어에 제품과 서비스의 기사를 뿌리는건데 그런건 전혀 쓸모가 없죠.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말이죠.”
Fred Wilson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의 말 한마디마다 내 고객가 저절로 끄덕끄덕 거렸다. 경험으로 인해서 그의 말에 나는 120% 동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웹서비스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무기는 바로 ‘제품’ 자체이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매우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누가 어디서 뭘 먹고 있는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그것도 우리가 그들을 스토킹해서 알 수 있게 되는 정보가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이런 정보들이 여기저기서 push되고 있다) 뭔가 좋은게 시장에 새로 나오면 반드시 입소문은 퍼질 것이다. 여기에다가 좋은건 친구들 및 지인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가미되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아무리 감추려고 노력을 해도 반드시 널리 퍼지게 되어 있다 – 어쩔때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널리 말이다.
얼마전에 탤런트 이민정씨가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강남의 5대 얼짱이라는 말을 하는걸 본적이 있다. 그 동네 살던 후배들한테 물어보니까 같은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닌 후배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다. 어느학교에 이쁜 여학생이 있으면 소문은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제품/서비스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경험한, 어떻게 보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경험을 공유하자면…뮤직쉐이크의 리믹스 앱이 App Store에서 현재 생각했던거 만큼 잘 팔리고 있지가 않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처음에는 애플의 앱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35만개의 앱 사이에 제품이 뭍혀서 유저들한테 ‘발굴’되지 않는 딜레마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다고 주장함으로써 나는 스스로의 무능을 정당화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 발굴만 되면 이건 완전히 대박일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돈을 써서 앱을 마케팅하면 우리 앱이 발굴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현실을 직면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앱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35만개의 앱 더미에 뭍혀서 발굴되지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뭐, 그런 이유도 조금은 있었겠지만서도) 바로 우리 앱이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앱이 후져서 그런것이다.
앱이 유저들한테 발굴될 수 있도록 하려면? 이에 대한 답변도 매우 간단하다.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기능과 서비스가 장착된 앱을 만들면된다. 왜냐하면 좋은 제품이라면 스스로 알아서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질것이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소문난 이쁜 여자애들을 보려고 강북에서 학생들이 몰려오는거와 같이 말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제품이 확실하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하고 다른 전략적인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돈을 쓰는 마케팅을 해야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마케팅이나 PR에 돈을 쓰는거보다는 좋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을 채용해서 제품을 더 강화하는데 돈을 쓰는게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모두 명심하길 바란다.
그래도 Fred Wilson과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후진 제품을 가지고 돈을 쓰는 마케팅을 해보라고 적극 권장하고 싶다. 그 결과는 내가 보지 않아도 여기서 말을 해줄 수 있다. 돈을 쓰는 마케팅 캠페인을 launch하고 한 일주일이나 열흘동안은 엄청난 유저 traffic을 경험할 것이다. 어쩔때는 서버가 다운될 수도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캠페인이 끝난 후에는 유저 base가 오히려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마도 잔뜩 부풀린 PR만큼 부푼 기대를 가지고 유저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후진 서비스와 제품을 경험하고 바로 떠날것이기 때문에. 한가지 더 기억해야하는거는 불만에 가득찬 고객은 혼자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주위의 친구/지인 – 아마도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 들한테 자신의 좋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같이 떠날것이다.
참고:
-TechCrunch “Fred Wilson: Marketing Is For Companies Who Have Sucky Products” by Erick Schonfeld
글 : 배기홍
출처: http://www.baenefit.com/2011/04/blog-post_24.html